(49)수한면 거현1리 느티나무

2022-05-26     심우리

거현리는 긴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이 산줄기의 고개가 높다고 해서 '거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 거현리에는 수령이 약 500여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있다. 거현리 마을입구에서 거현1리를 가르키는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다 만난 이 보은군 보호수 31호 느티나무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고 한다. 본래 거현리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각각 큰 나무와 작은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그중 큰 나무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인지 속이 비어있어 마을 아이들이 그 안에 숨거나 하며 자주 놀았다는 나무인데, 1970년대에 들면서 나무가 쓰러지며 현재는 작은 나무 하나만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작은 나무 또한 1970년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인해 크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당시 소방서에서도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힘썼지만 쉽사리 집압하지 못했다고. 이후 1982년 이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면서 꾸준히 관리를 해준 덕에 현재는 많이 회복되었다.
또한, 옛날부터 마을사람들은 음력 정월 열아흗날이면 이 나무 아래 모여 동제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최청하씨는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이 동제를 지낼 때면 친구들과 함께 나무 뒤에 몰래 숨어 어르신들이 절을 할 때마다 몰래 곶감 하나씩을 빼 먹다가 걸려 달아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러한 동제와 같은 제사나, 나무를 타고 노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그저 마을 앞을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는 거현리의 보호수 느티나무. 큰 화재를 겪고도 군과 주민들의 세심한 관리로 다시 건강해진 것처럼 앞으로도 군과 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오래도록 마을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