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화운 선생의 속리구곡시 현장탐방
특집···화운 선생의 속리구곡시 현장탐방
  • 편집부
  • 승인 2009.11.12 10:28
  • 호수 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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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선녀들이 노래부르고 춤추는 곳

약 100여년 전, 마로면 관기1리에 와서 터를 잡고 활동한 화운 민우식 선생이 남긴 속리구곡시가 발견됐다. 화운유고에 담긴 속리구곡시는 1곡 화개동, 2곡 북두문, 3곡 서원촌, 4곡 황애동, 5곡 도치, 6곡 안도리, 7곡 흠앙곡, 8곡 용진, 9곡 삼가동으로 구성됐다. 1곡에서 9곡까지 속리구곡시를 소개하며, 그 경관을 답사한 느낌 또한 함께 싣도록 한다.   - 편집자 주 -

 

▲ 속리구곡 중 4곡 황애동은 서원촌에서 북쪽방향으로 약 800여 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두고 풍수지리학자들은 선인취와형의 대명당이라고 전하고 있다.

속리구곡시 4곡

四曲荒崖洞(사곡황애동):
사곡은 황애동이라

四曲荒崖草樹深(사곡황애초수심):
넷째구비는 어디인가? 거칠고 비탈진 곳에 초목 울창한데

靑山幽僻晝陰陰(청산유벽주음음):
청산이 깊고 외져서 낮인데도 컴컴하네.

何人劈破羊腸險(하인벽파양장험):
누가 이 양의 창자같이 험한 곳을 쪼개고 깨트릴까?

賴有線陽一路尋(뢰유선양일로심):
겨우 한줄기 햇볕따라 한 길 찾겠구나.

 

◆4곡의 위치와 지리적 고찰
속리구곡 중 4곡 황애동은 3곡 서원촌에서 북쪽방향으로 약 800여 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황애동이 아니라 황해동이라 부르고 있는데, 황애동의 와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천왕봉을 종산으로 일지맥이 서북으로 달리다 도장봉이 주봉을 이루고, 그 좌측 일맥이 구불구불 청룡을 이뤘고, 그 우측 일맥이 백호를 이루었는데 그 백호의 상단에서 가는 일맥이 떨어져 내려와 현무를 만들었다.
그 오똑한 현무 머리 앞에 18세대의 황애동을 형성했다.

앞의 안산은 구병산 서쪽 끝자락이 삼각봉을 이루면서 양팔을 활짝 벌려 마치 고깔을 쓴 선녀가 춤을 추는 형상이다.

동네 뒷골을 도장골이요, 마을 앞에 위치한 들은 그리 넓지 않으나 전후좌우가 경사 없이 반듯하여 소반 같기도 하다.

마을 앞 삼가천 건너편에는 무주벌이라는 국유개간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매밀을 심어 2008년도에 메밀축제를 열었다. 또 앞 내 담수처에 설매장을 개설해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좌청룡 끝 맞은편 내 건너에는 작은 봉우리가 있고, 그 옆에 매바위가 있는데 매라고 하기보다는 술잔(옥배) 같은 형상이더라. 또한 청룡끝에는 옛날 물방앗간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분지 속으로 도원의 삼가홍류가 잔잔히 흐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고명한 풍수지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옛 풍수도참 비기에 "이곳 황애동에 선인취와형(仙人醉臥形: 신선이 술에 취해 누워있는 형국)의 대명당이 있다"고 한다.

또 일설에 따르면 앞 냇물이 천상에 있는 은하수 별자리 모양 같아 하늘에 있는 천관선녀들이 은하수가에 모여 노래부르고 춤추며 노니는 곳이라는 뜻으로 황아동이라고도 전해온다.

마을 앞 입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서원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무실이 신축돼 있다.

그리고 황애동 마을 좌측 청룡능선으로 소로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오르면 회넘이재(回越) 정상인데 차도가 없던 옛날에는 속리산으로 통하는 유일한 대로였다고 한다.

 

◆4곡시에 대한 이해와 상상
여기서 필자는 '개즉개(開則開), 폐즉폐(閉則閉), 진즉진(進則進), 퇴즉퇴(退則退), 개합신공(開合神功)'이라는 성훈(聖訓)과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씀을 상기해 본다.

인간 만사와 경물에 있어 열고 닫고, 또 나아가고 물러가고 함에는 질서가 있고 도덕이 있다는 말로써 이것이 바로 신공, 즉 천리라는 말이며 산과 물은 우리의 생명체로서 어떠한 역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철칙이라고 교시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인간사회의 일거수 일투족의 행동거지는 그 영향이 막중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작가 화운 민우식 선생은 성리학자이며 도학자이며 효자이시다.

선생께서는 1곡 화개동에서 한낱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오르는 화개가 아닌, 마음의 꽃을 활짝열어 수도의 길을 걸었고, 2곡 북두문에서는 굳게 잠겼던 입도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3곡에서는 선현을 모시는 서원을 만났고, 여기서 백발이 성성한 노 선생님이 어린 손자같은 학동들을 가르치는 아름다운 모습과 고풍당당하고 규모있게 짜여진 서원, 병풍처럼 들러쳐진 산과 그 사이를 잔잔히 굽어 흐르는 도화홍류를 감상하면서 완연한 입도의 경지에 도달하였으리라 상상된다.
선생은 이어 양장(양의 창자)같이 구불구불 엉킨 오솔길을 따라 제4곡 황애동에 들어섰다.

▶4곡, 다음호에 계속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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