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사회적경제의 복지모델(스웨덴)
⑤사회적경제의 복지모델(스웨덴)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11.28 22:22
  • 호수 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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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스웨덴을 떠받치고 있는 사회적 경제조직

사회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복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욕구도 다양화된다. 이런 현상은 노인인구와 저소득가정이 많은 보은이라는 작은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라는 한계 속에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그 인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경제가 복지수요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이제는 사회와 주민이 나서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채우는 방법을 강구보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사회를 향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본사를 포함해 전국 10개 지역신문이 참여해 국내외 사회적 경제조직이 어떻게 지역사회복지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6회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높은 수준의 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해 '복지국가’의 전형으로 불리고 있던 스웨덴이 1991년부터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1991년 9월 총선에서 사민당 정권이 패배하고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보수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공공서비스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했고, 또 1995년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EU협약의 영향을 받아 국가가 전담해왔던 사회복지서비스 분야가 시장에 개방됐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시장경제 도입으로 인한 빈곤층이 사회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공공서비스분야의 질적 하락의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다시금 사회적 경제조직(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경제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기획취재 '지역사회복지, 사회적경제로 실현하자’ 다섯 번째로 스웨덴의 사회적 경제조직들에 대해 보도한다.

#협동조합으로 주거문제해결
스웨덴 주택협동조합의 본격적인 발전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당시 수많은 주택이 전쟁으로 파괴된 상황에서 도시로 모여드는 주민들로 인해 주택부족의 문제가 발생했다. 초기에는 민간부문을 통해서 주택공급이 이루어져 임대료가 상승하자,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고, 가장 심각한 상황은 1920~23년으로 임대료가 급등하여 노동자의 생활불안이 매우 심각해 사회문제로까지 등장하게 됐다.

이때 노동운동과 더불어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권 운동의 일환으로, 1923년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을 거점으로 주택협동조합(HSB, 호에스베)이 조직되었으며, 이듬해인 1924년부터 주택건설에 들어갔다. HSB는 협동조합의 비영리단체로서의 성격을 지녔지만, 동시에 건축회사이기도 하다.

HSB는 입주자 혹은 예비입주자(주택적금 가입자)를 회원으로 하는 소비자조합체로서, 회원들이 보다 나은 주택을 보다 싼 가격으로 장만하여 안정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했다.  주택적금 창구를 통해 회원을 모집·관리하고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건축하여 회원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HSB에는 스웨덴 전역에 31개 지부가 있으며, 그 산하에 크고 작은 주택조합 4천여개에 55만명의 정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이 가운데 10만5천여명은 내 집 장만을 목표로 회비(일종의 주택적금)를 매달 내고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매달 최소 300크로나(한화 약 5만원)이상의 회비를 내야 한다. 입주 우선순위는 돈의 액수가 아닌 돈의 적립기간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집값이 비싼 스톡홀름 등 도시지역은 30년 이상 회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골지역은 5년 정도만 회비를 납부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탄생하면 선물로 아이이름으로 조합가입을 하여 회비를 내주고 있다. 입주 후 잔금은 매월 관리운영비용에 포함하여 지불하는데, 결국 집값의 일부를 분할하여 부담하는 형식이다.

HSB는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1920년대에는 HSB는 집을 설계하면서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휴식과 회복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주택단지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집안에 욕조와 욕실을 집어넣었고, 거실과 방안에는 미술작품을 걸었고, 주방을 실용적으로 꾸미고, 복도에는 쓰레기투입구를 설치하는 등 당시 스웨덴의 주택설계와 디자인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HSB가 1930~40년대 주택시장에서 크게 성장하자, 민간주택회사들이 건축자재공장을 압박해 자재공급을 차단시켜버렸다. 이에 HSB는 자체 자재공장을 설립하는 것으로 대응함으로써 자재값 상승을 막는 역할을 했고, 현재는 자재공장들이 HSB에 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10년전에는 주택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계속 올려 받자, HSB에서 주택보험회사를 차려버렸고, 이로 인해 보험료가 반값으로 내려앉기까지 했다. 이 밖에 HSB는 합리적인 조세정책과 주거환경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는 정부의 주택관련 파트너의 역할도 해오고 있다.

이렇게 90년에 가까운 역사와 스웨덴 주택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막강한 위치에 있지만, HSB는 초심을 잃지 않고 조합창설의 이념을 지켜오고 있다. 1924년부터 지금까지 지은 50만 가구의 주택을 지었고, 이중 2천 가구는 직접 임대주택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12만 가구는 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거나 조합주택을 공급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들을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도 했다. 또한 협동조합 주택단지에는 다양한 소모임과 동아리를 결성해 주민들끼리 취미활동과 사회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HSB 대표를 지냈고, 현재 꼼빠니온 스웨덴 대표인 굼브리트 씨는 “좋은 건축가에 의해 좋은 질의 자재를 사용해 아름다운 집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90년 가까이 준수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었다"며 “HSB는 여전히 젊은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집을 짓고 있으며, HSB의 가장 큰 장점은 조합원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이것을 십분 반영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을 뒷받침하는 협동조직
스웨덴에는 크고 작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탄생과 운영을 돕는 협동조합 지원조직인 '꼼빠니온’이 있다.

꼼빠니온은 1970년대에 전통적 협동조합인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협동조합 연구소’로 출발했다. 당시 개방정책으로 인해 대거 유입된 이민자들의 실업문제를 대두되었고, 정부의 지역합병정책으로 지방의 생활여건이 나빠지자, 지방정부와 협동조합,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대표들이 연대한 가운데 협동조합위원회가 결성됐다. 이 협동조합위원회가 '꼼빠니온’의 근간이 되어 1987년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전국에 25개로 늘어나게 됐다. 2005년에는 이들 센터들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는 '꼼빠니온 스웨덴’이 만들어졌다.

꼼빠니온 스톡홀름의 매니저인 아넷 씨는 “지역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꼼빠니온 활동의 바탕이 됐다"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어떠한 기여를 해야 하나’라는 문제의식 속에 당시 지역정치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함께 모여 만들어낸 작품이 꼼빠니온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꼼빠니온 스톡홀름에는 100여개의 협동조합이 멤버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꼼빠니온이 생각하는 지역개발엸재생은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욕구를 발견해 이를 해소해주는 것이었다.

일례로 스톡홀름 꼼빠니온은 스톡홀름 시민들의 안식처이자 휴식공간이었던 수영장을 지키기 위해 결성됐다. 수영장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이라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지역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반대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효과적이며 집중적으로 피력할 수 있었다. 결국 수영장은 폐쇄됐지만, 이는 스톡홀름 꼼빠니온이 지역재생과 발전이라는 명제를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 됐다.

이런 역할과 함께 꼼빠니온은 비영리기구로써 협동조합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며,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이해를 돕고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예로 1995년부터 3년동안 진행된 HAviva(하비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고,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집중연구 프로젝트였으며,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3개국을 순회하며 각 지역에서 10일 동안 진행됐다. 또 '3&more’(세명, 혹은 더 많이)프로젝트는 3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 구성이 가능한 상황에서 직업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구성해 이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도움을 주었다.

이 외에도 여성 사회적활동가를 지원하거나 스웨덴 이민자 정책을 사회적경제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협동조합 컨설팅도 꼼빠니온이 담당하는 주요업무 중 하나로, 설립 후 한 해 동안 약 30여개씩, 현재까지 약 600여개의 협동조합 컨설팅을 지원했으며, 대부분이 보육 및 학부모 협동조합이다.

스웨덴에서 협동조합은 지난 10년간 60%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리기업은 성장률이 43%에 그쳤다. 사회적 기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150개에서 300개로 2배가 증가했다. 이렇게 스웨덴에서 꼼빠니온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 경제적 조직들의 괄목한 성장세에 대해 아넷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꼼빠니온에서 지원한 협동조합들 가운데 실패한 곳이 거의 없다. 이는 협동조합이 가진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은 설립 전 단계부터 내가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 이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회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협동조합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힘이다"

#사회적기업, 마약중독자를 재사회화하다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약 50㎞정도 떨어진 니크반에는 바스타(Basta)라는 기업이 있다. 1994년 장기약물중독자들이 스스로 재활하여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산파트리나노’라는 사회적 기업을 벤치마킹하여 설립한 노동통합 사회적기업이다.

'바스타’는 교도소에서 장기복역한 마약중독자 중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년동안 지자체나 법무부의 지원을 받아 재활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나 법무부의 지원 개념이 우리나라와 다른데, 바스타 입소를 희망하는 마약중독자들에게 바스타에서 지급하는 교육서비스와 생활비 등의 대가를 지자체나 법무부가 지불하는 셈이다.

현재 바스타에는 100여명의 약물중독자들이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말목장, 애견돌봄, 목공, 건축, 낙서제거, 청소, 주거관리, 회계와 행정업무 수행을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입소부터 1년 동안은 개인이 희망하는 각종 기술을 습득하며 합숙생활(침실만 개인별로 사용하고, 그외시설은 공동사용)을 하게 되며, 1년이 지난 후에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퇴소를 하거나 바스타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직장인(이때부터는 합숙생활에서 벗어나 바스타 내 개인주택에서 생활)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점이 국내 자활기관과 달랐다.

바스타는 사회적 기업이지만,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를 했다. 노동, 상품의 질, 친환경, 연대, 자립성, 선례라는 기본정신을 중요시 하면서도, 특히 이윤을 창출해 기업에 재투자하기 위해 제품의 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즉, 마약중독자들이 1년간의 재활기간을 거쳐 독립하거나 바스타에 고용되기 위해서는, 최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의 습득하거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다.

바스타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사회적 목적달성에 충실하면서도 투명한 운영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바스타는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대표자 20명 중 67%를 수혜자, 약물중독자로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 중 3~9명의 이사진을 뽑는데 역시 51%이상을 수혜자로 구성함으로서 이해관계인들에 의한 민주적 운영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스타의 대표 라스 씨는 “명확하고 평등한 권력구조 안에서 고용자들의 재활의지도 한층 강해진다"고 이사진 구성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의지를 북돋아 주는 기본정신과 교육프로그램, 질 높은 서비스와 고용 및 이윤창출로 바스타는 18년 만에 스웨덴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창립 후 두해까지는 적자를 보았지만 3년째부터 흑자로 전환했으며, 현재 연매출이 600만유로(한화 약 84억원)이고 순이익이 40만유로(한화 5억6천만원)가 된다. 하지만 이 순이익은 사회적 기업의 창립목적에 맞게 바스타에 재투자되고 있다.

라스 대표는 “스웨덴에는 2011년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이 269개 정도가 있지만, 얼마나 제대로 자리잡고 성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며 “사회적 기업이 △사회통합이라는 사회적 목적달성 △공공기관으로부터의 독립 △이익의 재투자 △수혜자의 힘 등의 요소를 충족시킬 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취재: 강진신문, 고양신문, 구로타임즈, 보은사람들, 옥천신문, 용인시민신문, 충청리뷰,  해남신문, 홍주신문
취재지원 : 사회투자지원재단, 착한여행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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