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실업-사단법인(청주 일하는 공동체)
④실업-사단법인(청주 일하는 공동체)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11.21 22:54
  • 호수 1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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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조직

사회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복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욕구도 다양화된다. 이런 현상은 노인인구와 저소득가정이 많은 보은이라는 작은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라는 한계 속에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그 인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경제가 복지수요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이제는 사회와 주민이 나서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채우는 방법을 강구보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사회를 향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본사를 포함해 전국 10개 지역신문이 참여해 국내외 사회적 경제조직이 어떻게 지역사회복지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6회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자,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집합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초기 생계비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구조화된 실업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나서게 됐다. 민관 협력내지 위탁사업은 시민사회단체들로 하여금 그들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반면 자신의 활동을 상당부분 제약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로부터 지나친 지원과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단법인을 창립하게 됐고, 이와 함께 산하에 있던 많은 사업들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 내보내는 모법인(母法人)의 역할을 해왔다. 기획취재 '지역사회복지, 사회적 경제로 실현하자’ 네 번째 사례로 충북지역 실업극복에 큰 기여를 해온 사회적 경제조직인 '청주 일하는 공동체’를 소개한다.

#실업극복을 위해 45개 단체 모여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자, 충청북도에서는 1998년 10월말 경실련 충북지역협의회, 민주노총 충북본부 등 4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충북실업극복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충북실업극복협)를 결성했다. 충북 도내 웬만한 단체들은 다 뭉쳤고, 일부 국회의원도 몸을 담갔다.

당시 충북실업극복협은 정부지원금 1억5천만원을 받아 사무국을 꾸리고 약 2년간 실업자에 대한 생계비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와 함께 2~3개의 센터를 두고 충북지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벌였다.

이후 실업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었고 정부지원금이 끊기고 자활지원센터가 곳곳에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회원단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조직이 급격히 쇠락하는 시기를 맞게 됐다. 남은 단체는 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자활단체, 복지관 등 7개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노총 충북본부에 소속되어 있던 현 청주 일하는 공동체의 박종효(44)대표가 충북실업극복협에 남아 실업운동에 매진하면서 청주와 충북지역 실업운동의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름만 넘겨받은 꼴인 상활에서 충북실업극복협은 단순한 생계비 지원을 넘어 구조화된 실업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자활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청원자활후견기관을 위탁받아 운영을 시작했고, 2002년에 가사관리사업단 우렁각시사업, 2005년에는 실업극복국민재단 실업자종합지원단, 재가간병 도우미사업, 청주시 자활근로사업, 노동부 재활용 사회적 일자리사업 등이 첫발을 내딛었다.

이렇게 사업단의 수가 증가하고 관련된 고용인원도 늘어나자, 충북실업극복협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실업운동조직이 필요해졌다. 이런 이유로 2006년 3월 기존의 실업운동가들과 청원자활후견기관의 자활공동체들이 사단법인 '일하는공동체 실업극복연대(이하 공동체연대)’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박종효 대표가 공동체연대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사회적기업 6곳 키워낸 인큐베이터
사단법인 '일하는공동체 실업극복연대’를 창립된 후, 공동체연대 산하에는 자활센터 2곳, 실업극복관련 단체 2곳, 직접관리사업단 5개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인증제도가 시작되면서 더욱 활기를 띠게 되어 2008년도에는 고용인원이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공동체연대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공동체연대는 산하 사업단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인큐베이팅’ 사업들을 진행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공동체연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모 기관으로써 다양한 분야에 사회적 기업을 창출해 독립시켰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공동체연대의 도움을 받아 독립한 사업단은 총 6곳에 이른다.

2007년 10월 충청북도의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받은 △(주)미래ENT(재활용업)을 시작으로, △가온(가사서비스업, '우렁각시’가 독립해 상호변경) △삶과 환경(음식물수거사업) 등 4곳과 △휴먼케어 △충주 '두레자원’ 등에 직엸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삶과 환경’의 경우는 청주시 음식폐기물 수집엸운반이라는 공공부문사업을 통해 저소득 실직주민의 고용증대를 꾀하는 동시에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의 표본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온’ 역시 공동체연대 '우렁각시’ 청주지부에서 독립해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여성의 능력을 살려 가사와 보육을 겸하는 전문직종인을 배출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산모돌봄까지 영역을 확장해 지난주 보도했던 부산돌봄사회서비스센터에 못지않은 사회적 기업으로써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박종효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여러 개 생기면 이들의 네트워크로 지역사회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실업자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사회적 기업 창립에 주력했다"고 당시 소회를 밝혔다.

 

#모법인으로서 고민도 많아
이렇게 많은 사회적 기업과 자활공동체를 키워 자수성가시켰으나, 모법인으로서 고민도 많았다. 모법인인 공동체연대와 새롭게 독립해 나간 사업단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 등으로 독립한 사업단들이 수익구조가 안정화되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모법인의 지원이 불필요해졌고, 나아가 간섭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 공동체연대의 할 일 점차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에서 공동체연대는 지난 3년동안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에서 손을 놓고 지냈다. 또 독립한 사업단과의 관계설정에도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다. 박종효 대표는 지난 3년을 길을 잃었던 기간을 표현했으며, 현재 관계가 좋은 곳도 불편한 곳도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사회적 기업들이 국가재정지원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한테만 잘 보이고 이야기하면 되지 굳이 서로 눈치를 보아야 하고 관여하는 것이 귀찮아하는 부분이 생긴다. 분리된 단체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모법인과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며, “만약 반대의 경우라 하더라도 모법인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여건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출구를 찾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소원해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런 이유로 처음부터 상호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잡아줄 수 있는 틀을 쌓아가는 구조를 마련해놔야 한다. 청주 일하는 공동체는 그 역할에서 다소 원활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며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나 지역사회에서 비슷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적 경제조직이라고 대변하긴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부정책 수행 아닌, 지역사회 속으로
실업극복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10년 넘게 매진했던 공동체연대는 3년 전부터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단체에서 탈피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 첫걸음으로 2010년 사단법인 '일하는공동체 실업극복연대’에서 실업극복연대를 떼고 (사)일하는 공동체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청주지역의 시민운동진영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역부터 파고들었다.

박 대표는 최근 활동에 대해 “이곳의 뒤편이 성화동인데, 3년전 임대아파트가 들어왔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 돌봄 쪽의 사업이 제일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을 어떻게 해보자해서 성화동아파트단지에 관리사무소에 건의를 하여 비어있는 공간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고, 도서관과 커뮤니티센터 만들었다. 또 청소년공부방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 운영하고 축제도 하고 있다. 현재 마을서비스,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일하는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은 지역아동복지센터(가로수마을, 성화1단지 등 2곳), 텃밭사업, 청원자활,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행복도시락 등을 하고 있다. 이외에 마을도서관이나 마을문화센터, 학부모모임, 마을영화관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또한 (사)일하는 공동체는 개별 실무자들이 각자 사업분야를 전담하고 책임지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용적이고 유연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청주와 충북지역에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서 지역사회의 필요와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조언
지난 15년간 사회적 경제조직 속에서 활동한 박종효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의 제역할을 위한 조언을 다음과 같이 했다.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 기업이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할 때, 많은 점과 점들이 만나 하나의 선이나 면을 만들지 못 하는 것이 한국 사회적 기업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2007년도 이후 충북에만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 100개가 넘지만, 충북사회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결국 점과 점들로써 존재할 뿐이지 서로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맹점에 봉착했다. 이러한 원인에는 지원부서인 노동부가 사회적 기업의 인건비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인건비에만 지원이 되다보니 각 사회적 기업간 연계할 필요성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부 주도적인 흐름에서 탈피한 민간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소위 활동가들이 사회적 기업에서 협동조합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협동조합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정부나 시장에 맹목적으로 편승한다면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꾸려간다면 우리가 소원했던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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