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보육- 협동조합(평택 느티나무마을)
②보육- 협동조합(평택 느티나무마을)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11.07 21:14
  • 호수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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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삶 속에서 공동육아운동 실현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나무마을’

사회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복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욕구도 다양화된다. 이런 현상은 노인인구와 저소득가정이 많은 보은이라는 작은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라는 한계 속에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그 인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경제가 복지수요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이제는 사회와 주민이 나서서 복지수요와 욕구를 채우는 방법을 강구보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사회를 향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본사를 포함해 전국 10개 지역신문이 참여해 국내외 사회적 경제조직이 어떻게 지역사회복지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6회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영유아를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보호하기 어렵게 된 사회현실을 반영해 1990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었으나,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계층 차별적인 보육정책과 사회적 육아의 영리화·관료화의 문제가 있는 취학전 아동에 대한 표준적 교육시설, 표준적 교과과정 정도의 보육개념을 담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부모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동육아 터전을 만들고 서로의 기대와 가치관을 나누며, 함께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 방식의 공동육아가 시작되었다. 기획취재 '지역사회복지, 사회적경제로 실현하자’ 첫 번째 사례로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으로 사회적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나무마을’을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운동장을 찾아주다
10월 18일 오후 3시 평택 오성면에 위치한 오성초등학교 체육관은 20여명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로 온통 시끄럽다. 체육관이 떠나갈 듯 시끄러운 것은 일반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는데, 아이들이 하는 놀이가 좀 색다르다.

여자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을 넘나들고, 또 한쪽 구석에서는 몇몇이 모여 공기놀이에 한참 빠져있다. 그 옆에서는 남자아이들이 단체줄넘기를 하고 있다. 현재 잔디식재 공사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학교 운동장에서는 구슬치기, 사방치기, 비석치기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루 밤을 자고 나면 새로운 첨단기기들이 선보이는 이 시대에 어린 초등학생들이 이런 놀이를, 그것도 푹 빠져서 하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이하 평택교육생협)은 2011년 하반기부터 매주 목요일 2시간씩 평택시 오성초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으로 전래놀이마당을 시행하고 있다. 당초에는 조합원들의 자녀들만 참여를 했으나, 올해부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참가해 전래놀이마당이 풍성해졌다. 놀이가 끝나면 조합에서 준비한 간식이 아이들에게 제공된다.

평택교육생협 안길진 이사장은 “아스팔트로 뒤덮혀진 현대사회에서 흙을 밟으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는 학교 운동장이 유일하다. 지난해 학교 측을 설득해 생협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전래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전래놀이는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시행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학교에서 반대가 있었으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해 관철해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래놀이마당은 학교 교사와 지역아동센터 보육교사들도 함께 동참한 가운데, 아이들의 부모, 즉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이렇게 또래 아이들과 노는 놀이가 달랐고, 조합원들이 방과후수업을 직접 진행하는 것도 달랐지만,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공동취재단 기자들이 체육관을 들어섰을 때, 먼저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하며 아이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또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다가 만난 녀석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며 먼저 말을 걸었고, “전통놀이가 재미있니?"하고 묻자, “진짜 재미있어요. 돈가스 놀이, 비석치기가 재미있어요. 할수록 실력이 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거침없이 대답을 했다. 우리 일행이 체육관을 나올 때도 “안녕히 가세요"하며 배웅하는 모습은 분명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택교육생협의 전통놀이마당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운동장과 체육관을 되찾게 해준 것 같다.

 

#조합원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어린이집
평택교육생협은 올해로 12년째 공동육아사업을 하고 있다. 1999년 조합을 결성하고 2000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했고 2년간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세워 2002년도에 현재의 '느티나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약 60평 규모인 어린이집은 ㄷ자 형태로,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어린이집에 맞게 설계했다.

현재 느티나무 어린이집은 18개월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7세까지의 아이들을 맡아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조합원 24가구에서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으며, 조합원을 포함한 7명의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느티나무 어린이집은 바깥 놀이와 나들이가 자유롭고 나무와 마당, 물과 흙, 햇볕과 바람 등 자연에게 열린 환경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집 중앙에는 정원을 만들어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만들었으며, 어린이집 주변에는 진흙놀이터와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텃밭이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키운 채소를 어린이집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린이집의 구조와 주변 환경이 일반적인 어린이집과 달랐지만, 어린이집 운영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아이와 아이, 아이와 보육교사, 부모와 보육교사, 부모와 부모 등 모든 관계가 열려있고, 아이들의 개성과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보육을 하고 있다. 교사와 부모가 교육적 고민을 함께 나누고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부모가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안길진 이사장은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다른 점에 대해 “일반 어린이집이 이미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면, 느티나무 어린이집은 학부모인 조합원들이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교사가 이끌고 아이들이 따라가는 교육방식이 아닌,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운영위원회(조합원과 교사들로 구성)가 밤새워 난상토론을 벌인 적도 많다"면서 운영방식에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런 운영방식으로 인해 평택시에서는 최초로 느티나무 어린이집이 2006년 부모참여형 보육시설 인가, 여성가족부 보육시설 평가인증 등을 받았다. 또 입소문을 타며 조합원이 아닌 가정에서도 자녀를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선 교육생협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이사장 안길진)’은 평택시 보호수인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는 오성면 양교리와 숙성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조합의 이름도 '느티나무마을’로 명명했으며, 조합에서 발생하는 신문의 이름도 느티나무마을이다.

느티나무마을은 IMF 당시인 1998년도에 평택 안중에서 몇몇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동육아를 계획하게 됐다. 적정 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평택참여연대의 협조로 1999년 13가구가 출자금 450~550만원씩을 모아 '평택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현 오성면 양교리와 숙성리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땅값, 자연환경 등을 감안했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어린이집 운영으로 기존 어린이집의 육아체계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자녀들이 산과 들을 벗 삼아 뛰어놀며 자연과 또래, 사회성을 익히도록 했다. 2년간 부지를 매입하고 어린이집을 건축해 2002년 '느티나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2005년에는 조합원들이 각출해 마련한 2천500여 만원으로 방과후수업을 할 수 있는 영구터전을 마련했으며, 2011년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오성초등학교로 진학하게 됨에 따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어 전래놀이마당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어린이집에 보내는 조합원이 18가구. 방과후학교가 12가구이며, 어린이집 원생이 24명, 방과후학교 참여 아이들이 18명이다.

이렇게 조합 설립후 10년동안 보육에 전념하던 '평택공동육아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지역공동체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2011년 5월 조직개편을 단행하여 공동육아와 교육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을신문 발행, 마을학교, 마을문화센터 운영 등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명칭도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마을’로 바꾸었다.

마을공동체를 위해서는 기존 마을주민들과의 융화가 가장 중요하므로, 조합에서는 평택시가 약속을 깨고 오성면도서관을 축소건립하려 하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약속이행을 위해 노력했고, 오성초운영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풍물패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평택 대추리에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무상급식실현을 위한 평택추진본부에도 참여했다.

더불어 매년 단오절이 되면 지역과 함께 하는 단오잔치를 열어 모내기를 마친 지역 어르신들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초청해 장명루 만들기, 창포머리감기, 물씨름, 익모초즙 마시기, 풍물과 강강술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또 노인정 영화관 같은 복지서비스도 실현하고 있으며, 지역아동센터, 재가노인복지센터, 신협·생협, 시민단체들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시도하며 평택교육생협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안길진 이사장은 공동육아협동종합을 결성한 1999년도부터 초등 방과후 영구터전을 마련한 2005년도까지를 정착과 응집의 시기였다면, 2010년까지는 도약의 단계였고, 2011년부터는 새로운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시기라고 소개했다.

안 이사장은 “조합설립 초기에는 뜻이 있는 소수들이 뭉쳐 오성면 양교리라는 전혀 연고 없는 시골지역에 정착하고, 어린이집을 통한 공동육아, 방과후학교 등 조합원들이 열망했던 대안교육 실현에 주목했었다"며 “앞으로는 모든 구성원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동시에 질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며 교육생협 느티나무가 사람들이 마을로 모일 수 있게끔 돕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를 통해 공동육아는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 구성원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해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변화하고, 함께 힘을 합쳐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임을 엿볼 수 있었다.

 

연합취재: 강진신문, 고양신문, 구로타임즈, 보은사람들, 옥천신문, 용인시민신문, 충청리뷰,  해남신문, 홍주신문
취재지원 : 사회투자지원재단, 착한여행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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