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명 사례관리전문요원의 희망만들기
정래명 사례관리전문요원의 희망만들기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11.07 21:09
  • 호수 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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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대상자, 단 한 명도 놓칠 수 없죠

어느덧 가을도 계절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추위가 시작되는 11월이 찾아왔다. 이즈음 되면 올 겨울준비에 대한 근심걱정이 시작된다. 난방은 어떻게 하고, 김장은 언제 쯤 하나 등등. 이런 걱정들은 소외계층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보은군에서도 소외계층에 대한 동절기 지원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특히 위기가정의 관리를 맡고 있는 사례관리요원들은 하루를 쪼개고 쪼개 한 가정이라도 더 방문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보은군에서는 가장 오래도록 사례관리를 맡고 있는 정래명(42, 보은읍 이평리) 사회복지사와 함께 지난 10월 30일 오전 일정을 함께 했다.

 

#그들의 희망 속에서 내 희망도 찾아
정래명 사회복지사가 소속된 부서는 주민복지과 희망복지지원계로, 종전에는 사회복지 서비스연계계로 부르던 부서이다. 정 복지사는 출근과 함께 하루 일정을 꼼꼼하게 짠다. 가급적 이동시간을 줄여 여러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오전에는 삼승면의 2가정을 방문할 계획이다. 오후일정으로 점심시간에는 보은읍내 3가정에 밑반찬 배달이 계획되어 있고, 그 후에는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내북면 2가정을 방문한다고 한다. 오전 10시 정 복지사를 따라 나섰다.

첫 방문한 가정은 9월말 주택지원을 해준 삼승면 탄금리 정모(71) 어르신 댁이다. 새집에서 제대로 자리는 잡고 있는지, 또 겨울을 앞두고 추가 지원할 것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방문이유를 밝혔다.

지적·청각장애와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 정모 어르신은 젊은 시절 타향인 보은으로 들어와 남의 집의 일을 해주면서 생계를 유지해왔고, 나이가 들면서 일도 못하고 부양할 자식들도 없는 그야말로 홀몸 노인이다. 이런 정모 어르신을 위해 정래명 복지사는 보은군노인복지관으로부터 컨테이너 주택을 지원받고, 농어촌공사 보은지사와 보은주거복지센터로부터 집수리사업을 이끌어 냈으며, 청오산업으로부터는 집 앞 마당에 깔 자갈을 제공받았으며, 자갈운반은 (주)학림개발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 복지사가 부지런히 뛰어다니자, 삼승면에서는 생활용품을 지원했고, 탄금1리 마을에서는 정화조 지원 및 난방유를,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침구류, 보은싱크대에서는 싱크대를 후원하기도 했다. 보은군에서는 세탁기 및 전기시설을 지원했으며, 또 정몽구 현대차 재단 후원 대상자로 확정되어 11월중 난방류 400리터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탄금리 송재관 전 이장은 자신의 땅을 기증해 정모 어르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기틀을 제공하기도 했다.

마침 정모 어르신이 외출을 나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방문이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방안은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온기가 흘렀고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가전용품과 생필품이 갖춰져 있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지원했다는 이불은 아직 뜯지 않은 채 방안 한켠에 잘 모셔져 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었던 정모 어르신이 이렇게 번듯한 보금자리를 갖게 된 것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는 정 복지사의 노력 덕분이다.

정래명 복지사는 “그동안 몇 군데 주택지원을 해보았지만, 이 어르신의 경우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분도 드물었다. 남은 여생 찬바람 피하고 두 다리 뻗고 주무실 수 있는 방 한칸 마련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구걸 아닌 구걸을 하러 많은 곳을 다녔다"며 발품을 팔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덧붙여 “아직은 우리 지역사회가 따뜻함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르신을 위해 지원을 요청했던 많은 기관 및 단체에서 흔쾌히 도움을 주셔서 맨땅에 집 한 채가 세워지고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렸다"고 주변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방문결과 정모 어르신을 위해서 겨울을 날수 있도록 난방유 2드럼과 밑반찬서비스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기관단체에 의뢰할 뜻을 비쳤다.

두 번째로 방문을 위해 인근 마을인 달산리로 향했다.
대상가정은 김모(84, 삼승 달산리) 어르신으로, 이 가정도 정 복지사가 대정건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6월 컨테이너 주택을 지원한 곳이다. 앞서 방문했던 정모 어르신보다는 자식들이 인근에 살고 있어 형편은 나았지만, 자식들도 어렵게 살고 있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어르신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재차 어르신의 이름을 부르자, 모기 소리만한 대답이 겨우 들려왔다. 어르신은 기력이 없어 방안에 누운 채 우리를 맞았다. 어르신의 손을 잡으면서 정 복지사는 어르신께서 최근 건강이 악화되고 기력이 쇄약해진 상태라며 어르신에게 건강과 집안 환경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보았다.

지난 겨울 이웃 살고 있던 아들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현재 어르신 댁에서 함께 살고 있었고, 방안에서 식사와 대소변을 모두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침 화재가 난 집을 수리하고 있던 아들을 만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모시고 갈 것을 권했다. 아들과 화재이야기 중 난방을 위해 화목 보일러 땔감이 필요하다는 말에 정 복지사는 들고 있던 수첩에 메모를 한다. 산림녹지과나 보은국유림관리소에 땔감용 나무지원 요청을 할 계획이란다.

정 복지사는 “위기가정들이 희망을 찾아 가는 모습에서 저의 희망도 찾아 간다"며 “건강이 회복되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며, 특히 과외공부를 하고 싶다는 학생을 학원과 연계하여 성적이 오르고 희망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희망도 함께 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의 그늘 돌보는 사례관리요원
정부 차원에서 구축되고 있는 희망복지지원단은 민엸관협력을 통한 지역단위의 통합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읍엸면에서 복지대상자를 발굴엸추천하면 지원단이 욕구조사 및 선정을 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서비스 제공계획을 수립해 서비스 연계 및 점검을 하는 구조다. 현재 보은군에서는 4명의 사례관리요원(정래명 복지사를 포함해 2명은 민간인, 2명은 공무원)들이 100여곳의 위기가정을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나가 대상자를 직접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사례관리요원이다. 정식명칭은 '사회복지통합서비스전문요원’이다.  '사례관리’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구를 대상으로 사례관리자가 방문하여 지속적으로 책임을 지고 욕구분석 및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 모니터링 하는 활동이다.

2009년 5월부터 사례관리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래명 사회복지사는 그동안 관리대상 282가구를 맡아 257가구에게 민관지원 및 서비스를 연계해주었다.  대부분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독거노인가정을 비롯해 알코올 중독자 가정과 정신장애 가정 등이다.

2010년에는 최대 90가정까지 맡고 있었으나, 사례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직원채용이 늘어 현재는 40가정으로 줄었고, 덕분에 보다 충실한 사례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 4~5가정을 방문하는데, 한번에 2~3시간을 상담하고 있으며,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상자로부터는 폭언을 듣거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해도 10월말까지 정 복지사가 서비스 연계를 한 건수만 94건에 이른다. 집짓기, 물품 후원, 정신병원 입원, 요양시설 입소, 어린이재단 후원금 연계, 난방비 및 연탄지원, 학원 연계, 일자리 연계 등 서비스 연계 종류도 20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사회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노력하는 정래명 복지사에게도 힘든 점은 있다. “상담할 때 고약한 냄새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상자를 만날 때는 솔직히 힘들다. 특히 폭력성향을 보이는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 등을 대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딱 봐도 심각한 사정인데 도움은 필요 없다고, 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제일 안타깝다"며 “이런 분들의 마음을 열기위해 그냥 틈틈이 가서 얼굴도 익히고 말동무도 하면서 수개월의 시간을 보내면 겨우 대상자들이 마음을 연다"며 사례관리의 고충을 말했다.

이렇게 4년간 어려움과 아쉬움 속에서 사례관리 업무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자신도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정래명 사회복지사는 “지역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엸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대상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연계해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쉽지 않은 부탁임에도 대상자와 서비스 연계를 수락해주시고 각종 지원을 해주신 봉사단체나 개인봉사자들에게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RCY봉사회장, 사회복지사가 되다
정래명 사회복지사가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들에 따뜻함을 전하게 된 것은 4년전부터 이지만,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대학을 다니던 20대 초반부터이다.

우송대 재학시절 봉사동아리인 RCY활동을 시작해 대전충남협의회장까지 지냈을 정도 봉사에 빠져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봉사활동은 적십자봉사회에 가입해서 계속 이어졌다. 응급처지 교육과 인명구조 훈련도 받았을 정도로 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으며, 헌혈도 70회 이상을 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에 전력했다.

정 복지사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대전에서 성장했지만, 마로면 세중리가 고향인 보은사람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2004년 12월 누님이 운영하는 ㅊ어린이집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봉사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공부도 시작했다. 2006년에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성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녔다. 이렇게 자격증과 공부를 하면서 2006년 설립된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도 이어갔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재활운동을 돕고, 인명구조 훈련을 받으면서 배운 실력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영강사활동도 했다.

이렇게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평생 반려자도 만났다. 당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최영희 씨와 사랑에 빠져 2008년 11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보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복지사 부부이다.

타고난 따뜻한 마음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정신, 그리고 가정을 갖게 해준 고향에 대한 고마움, 여기에서 정래명 사회복지사가 사례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 했다.

 

#사례관리요원의 복지 그늘은, '누가’ 
전국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사례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930여명이 된다. 이들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계약직 신분인 민간인이다. 정래명 사회복지사가 이들을 대표하는 회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사례관리요원들의 복지향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정 회장은 “소외받는 계층이 많아질수록 지역 내 사례관리를 하는 사회복지사는 꼭 필요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건강을 해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사례관리요원들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대상자가 남자고 또 혼자 사는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에 무섭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어려운 근무여건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간제 근로자라는 신분 특성상 사례관리요원들은 매년 근로계약서를 새로 써야 한다. 담당 업무 및 그 강도에서 정규직 사회복지공무원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연초가 되면 '생명연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열악한 처우와 불안한 신분 상황에 있다 보니, 2009년 5월부터 3년 남짓 한 기간 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치된 사례관리요원들의 절반이상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 빈자리는 수시로 채워지고는 있지만, 클라이언트와의 라포(사례관리 대상자와 유대관계를 의미) 형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또한 사례관리 민간요원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보니,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에 서비스 연계를 섭외할 때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전국의 사례관리요원들은 신분보장을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신분이 기간제 근로자라고 해서 할 일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민간요원들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길 바라지 않겠느냐"며 “이상과 꿈을 지닌 사례관리요원들이 조금만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고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사례관리요원들의 바람을 대신 전했다. 최근 전북 김제시와 경남 김해시에서 민간 사례관리요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이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도 했다.

지역사회의 그늘 진 곳에 따뜻한 빛이 되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구걸 아닌 구걸을 하고 다니는 사례관리요원들부터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복지국가, 복지사회를 외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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