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국 최초 소규모학교 지원조례
3. 전국 최초 소규모학교 지원조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2.10.25 09:31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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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학교도 살고 마을도 살고

농촌 학교들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는 농촌 학교들의 생존을 오랫동안 위협해 왔다. 지금도 그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교육행정당국은 학교 통폐합으로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통폐합 대상학교로 지목한 학교의 학부모들은 모두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지역의 일부 학교는 학교 유지를 위해 도시 아이들을 산촌으로 끌어들이려는 작전(?)까지 꾸미고 있다. 일명 산촌유학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시골에선 학교가 마을의 구심점이자 정신이고 공동체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육행정당국이 학교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추진하는 통폐합에 맞서 대규모 도시의 학교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특성화 교육으로 교육 공동체가 똘똘 뭉쳐 작지만 행복한 소규모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암울하기만 했던 학교들이 어떻게 마을의 희망으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다시 태어났는지 그 실험결과를 보고 우리지역 작은 학교가 처한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길도 함께 찾아본다. (편집자 주)

 

그동안 본보는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학교를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살려낸 선진 사례를 보도했다.
되는 지역은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아이를 가르치는데 전념하도록 잡무를 도와주고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하고 학부모들과 밤 9시가 넘도록 토론을 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다같이 소통의 시간을 가져 문제점을 해결해나간다. 우리지역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우리지역의 교사들이 일반인들처럼 학교를 그저 그런 직장으로 다녀 퇴근시간이 되면 서둘러 교무실 문을 나서기 바쁘고 학부모나 동문회도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반대는 하지만, 학생을 늘리기 위한 능동적인 행동이 이어지지 않으며 지역사회는 학생도 없는데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 국가적으로 낭비라고 생각하고 작은 학교는 통폐합 시켜서 많은 학생들 속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작은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부족하고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우리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멀지 않는 장래에 거의 모두 폐교될 것이고 지금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본인까지 3대가 졸업을 한 유서깊고 그 지역 교육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학교는 없어진다.

이제부터라도 작은 학교를 어떻게 실릴 것인가에 대해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충북도의회 조례로 작은학교 지원 근거 마련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학생수가 증가하지 않는 농촌의 학교들은 시기만 서로 다를 뿐 어찌보면 폐교로 향하고 있는 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농촌의 학교를 유지하려는 정책적인 의지나 지원이 없다면 아마도 읍 소재지 중심학교와 면 지역 일부 학교만 유지되고 나머지는 모두 없어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의회가 전국 처음으로 올해 6월 농산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 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소규모 학교도 유지가 가능하게 됐다.

이 조례안에는 교육감은 학생 수 60명 이하나 6학급 이하인 소규모 초중학교에 대해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 교육복지 및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을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또 교육감이나 교육장은 작은 학교가 정적 규모의 학교로 육성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과 협의해 예산을 분담토록 했다.

이밖에 작은 학교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장은 공모제, 교사는 희망교원을 우선 배치하고 교직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사상 우대방안과 주거편의제공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년간 공동과제로 작은학교에 대해 연구하면서 국내 10여군데, 해외사례는 일본에서 찾아 직접 산골학교를 탐방하고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 조례를 의결했다.

이같은 조례안을 만든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광희(청주시 산남동) 도의원은 “시 지역을 제외한 농촌지역의 80%이상이 작은 학교"라며 “작은 학교가 있어서 그 지역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것이고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이 붕괴되는 것"이라며 작은학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광희 도의원은 “농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 정부는 농업을 황폐화 시켰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땅은 비슷하지만 첨단농업으로 농업 수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2위를 차지한다. 농업에 대한 지원이 많아지면 귀농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학교가 없으면 귀농자가 오지 않을 것이다"며 학교 유지의 필요성을 전제했다.

그러면서 “사례 지역을 탐방한 결과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작은학교가 유지되는 것은 구성원들이 학교를 살리려고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은학교 살릴 수 있다

-농산촌유학의 가능성
작은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산촌유학이다. 농촌경제 연구원이나 농협 등에서도 도농 상생의 모델로 농촌유학을 꼽고 있다.

도시에서 유학 온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다. 입시 위주, 경쟁 구도의 수월성 교육과 사교육에 내몰린 것이 도시의 절망적인 교육 현실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감성과 직관을 키우고 공동체 삶의 가치를 배운다. 더불어 농촌의 아이들과 학교 뿐만 아니라 마을의 활력도 되찾는다. 이것이 농촌유학이다.

한국 농촌경제 연구원이 농촌유학을 경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이들의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울지수를 감소시키며 자아존중감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자발성 증가, 규칙적인 식습관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아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준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이 긍정적 효과가 큰 농촌유학의 성공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작은 마을의 생태, 환경교육 단체가 주축이 되어 입시 지옥에 빠져있는 도시 아이들에게 지역농가 홈스테이를 통해 농촌의 자연과 문화를 밑거름으로 다음 세대를 짊어질 생태적인 사람을 키우자는 목표로 시작됐는데, 자연학습에서 더 나아가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농촌을 살리는 역할로 발전하자 지금 일본은 180여개의 지자체가 지원하는 농촌 유학 붐이 조성되었다.

군내에서도 이같은 유학을 시도해 매우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여름 전교생이 8명인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학부모인 지역사회 중심으로 도시 유학생 유치를 위한 캠프를 운영한 바 있다.

삼가분교 학구 마을에 거주하는 귀농인 이만동(속리산면 도화리) 선생과 삼가분교 2학년 자녀를 둔 유중덕 선생이 중심적으로 속리산 산촌유학촌을 만들어 2차에 걸친 캠프를 운영한 결과 그동안 캠프에 참여했던 귀농희망자와 연결돼 현재 속리산면 삼가2리 빈집을 수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생 8명에 불과해 내년 폐교를 예정하고 있던 삼가분교도 폐교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자체와 도시간 농촌유학 MOU
농촌 유학에 지자체의 지원이 있다면 날개를 달 수 있다. 이광희 충북 도의회 의원은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면서 작은학교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대도시와 농촌 자치단체간 MOU체결을 통한 교육협력을 제안했다.

즉 요즘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비만특화나 아토피, 문화 특화 프로그램과 숙식 공간을 농촌 자치단체가 만들고 도시 학생들은 보은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다니는 교육 이수 사업으로 대도시간 MOU를 체결하면 된다는 것.

도시 학부모는 아토피나 비만이 심한 아이들과 함께 농촌 자치단체가 만든 숙식 공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하며 치유도 하고 이곳에서 거주하며 학교도 다닐 수 있게 하는 것도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된다는 것이다.

즉 전학을 하지 않아도 자연 치유를 위해 농촌에서 거주하면서 그곳의 학교를 다녀도 수업시수로 인정하는 등의 행정처리가 있다면 도시의 많은 아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시골 작은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도시에 없는 지역만의 것을 특화해 도시 학생을 유치한 사례도 있다.

일찍이 아토피 치유 사업을 시작한 진안군은 아토피 친화 시범학교인 조림초등학교의 교실을 황토벽돌과 편백나무로, 복도를 친환경 오크나무로 리모델링하고 모든 교실에 냉난방기와 공기순환기, 디지털 온도계를 설치했고 히토키 향나무 스파시설도 갖췄으며 친환경 유기농 급식과 황토물 염색 의복을 착용하고 명상과 산책 등 자연 치유와 정규과정 교육을 병행해 많은 도시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행정조직에 아토피 전담 부서를 만들고 전북 교육청 및 대학병원 등과 아토피 치유 관련 업무 협약을 맺고 서울 삼성병원과 화상진료까지 가능할 정도다.

괴산군에서도 청천 아토피 문화생태마을을 만들어 도시민 10가구가 기거하며 학교도 다니고 아토피 치료도 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유학센터 건축 지원
본보가 보도한 바 있는 제주도 더럭분교의 사례처럼 전북은 자체단체에서 농촌유학센터 건축비를 지원하고 있다.

폐교위기에 처한 임실군 대리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땅을 내놓자 임실군이 군비 2억원을 들여 농촌유학센터를 건축했다. 농촌유학센터를 거점으로 임실 대리초등학교로 유학을 온 도시유학생들로 인해 17명에 불과하던 전교생이 84명으로 늘었다.

완주의 삼우초등학교, 익산의 성당 초등학교, 진안의 장승 초등학교, 장수의 동화분교 등도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가 유지되고 있다.

이같이 전북에는 농촌유학센터 5개를 비롯해 농가에서 하숙하면서 인근 학교에 다니는 형태의 농촌유학까지 활성화 돼 전라북도가 농촌유학 1번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농촌유학지원센터까지 만들어 원스톱 상담전화를 개설,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시도교육청 팸투어도 벌이고 있다.

전라북도 김완주 지사는 지난 3월 서울시 교육청 방문 때 학생 교류와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을 정도로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농촌 자치단체가 학교와 손잡고 학교 살리면서 인구 이탈 방지를 하는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로 이주했던 것은 이제 과거가 되고 있을 정도로 교육 여건이 대도시가 낫다는 기존 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농촌유학센터가 늘고 있고 자치단체도 군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도시가 낫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오히려 인성 무시된 교육으로 여러 사회적 문제가 빚어지는 교육현실에서 벗어나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학부모들이 오히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지방에서 시골로 이동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 못지않은 학력 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원중심 학교에서 교실 중심 학교로 바뀌는 등 작은 학교의 이점을 살리는 학교가 늘기 때문이다.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지역도 유학센터 지원, 농촌만의 교육 프로그램 구성 등 지역 특화 교육사업을 지역 교육청과 함께 벌이는 등 작은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학교도 살릴 뿐만 아니라 마을도 살리고 지역도 함께 살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육을 교육청의 사업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게 아니라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보은군의 고민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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