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②강원도 춘천 금병초등학교
2. ②강원도 춘천 금병초등학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2.09.20 10:13
  • 호수 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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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직전에서 수도권 아이들이 몰리는 명문학교로 변신

이번 희망이 자라는 작은 학교는 춘천시 금병초등학교(교장 서대식)다. 소설가 김유정 선생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춘천시 외곽인 신동면 실레마을에 위치해 있다. 우리지역으로 말하면 보은읍 외곽에 소재한 종곡초등학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학교를 살리겠다는 교사의 열정으로 기적을 일궈낸 진안 장승초등학교 처럼 춘천 금병초등학교도 교장의 열정으로 학교가 살아난 예이다.

한 때 전교생이 650명에 달해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된 58년 역사의 금병초등학교는 통폐합 위기를 생각해보지도 않은 학교다. 하지만 금병초등학교도 학생이 줄어 2010년에는 53명까지 감소해 일부 학년은 복식학급을 할 정도였다.

어떻게든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지만 무슨 특단의 대책이 있다고 학교를 살리겠는가. 인구가 줄어서 학생도 준 것인데…. 하지만 서대식 교장을 초빙해오고 학교가 달라졌다.

2006년부터 2010년 2월말까지 평창군 봉평면의 면온초등학교에 재임하면서 부임당시 20명이던 학생 수를 이임할 때 180명으로 늘리고 학생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학 올 정도로 학교를 살린 서대식 교장이 금병초등학교 초빙교장이 되면서 금병초등학교도 활기를 띠었다.

2남2녀의 자녀 모두 금병초 출신이라는 유연묵(61, 금병초 10회) 총동문회장은 “우리 모교가 폐교될까봐 동문들은 물론 지역사회가 모두 걱정했는데, 서대식 교장선생님을 모셔오고 부터는 교육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 입소문이 퍼져 학생수가 증가했다"며 “아침 통학시간에 아이들을 태워오는 차량들로 학교 진입도로가 꽉 찬다"며 폐교위기의 모교에 학생들이 많이 등교하는 광경을 보는 우리는 너무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에서 마을의 구심점이 됐던 학교가 있다가 없어지는 것은 마을에 젊은이가 들어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을의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등교육은 자연과 더불어 시골에서 인성을 키우는 게 낫다. 도시 교육은 아스팔트 교육 아닌가. 자연 체험하며 나무 밑 교육도 하는 농촌의 교육 시스템이 안전하다"며 농촌 소규모 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빙교장 1년 만에 100명 증가
금병초등학교 초대 초빙교장이 된 서대식 교장은 학교 주변에 김유정 문학촌과 금병산 등이 있는 환경을 눈여겨보고 부임 3개월 전부터 룏찾아오는 학교’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서 교장은 교사들마저 근무를 기피할 정도로 열악한 농촌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학교 구성원 사이의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서대식 교장의 체험 중심의 공립형 대안학교를 목표로 한 학교 운영방안이 먹히면서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는 새로운 교육기회로 다가왔다.

공교육 속의 대안학교인 금병초등학교 서대식 교장 식 학교운영은 첫째 지역적 특성을 살린 김유정 닮아가기, 두 번째 수업 시간의 20%는 주말농장, 학급농장, 개별농장 등에서 이뤄지는 야외 현장학습과 동아리 활동하기, 세 번째 집어넣는 교육, 즉 암기 위주의 교육이 아닌 꺼내주는 교육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학부모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에 감동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전학 보따리를 싸들고 금병초등학교로 향했다.

폐교가 논의될 정도로 전교생이 53명에 불과했던 금병초등학교는 서대식 교장 부임 1년 만인 지난해 160여명으로 학생이 늘었고 수도권에서 60여명의 학생들이 전학을 올 정도로 학교는 활기에 넘쳤다.

교실이 부족해 한 학기 동안 컨테이너 2개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할 정도였다.  학생 수가 증가하자 도교육청은 예산을 지원해 교실 2층에서 3층으로 증축하고 운동장을 정비하고 생태연못, 야외 공연장, 동물농장 등 주변환경을 공원으로 꾸몄다.

 

◆지역자원 교육현장으로 끌어들여
서대식 교장은 지역자원을 교육현장으로 끌어들였다. 교사가 만능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춘천에 내려와 있는 유명한 미술가, 작가, 예체능 전문가가 있고 학교 주변에 김유정 문학촌과 레일바이크, 춘천 시민들이 즐겨찾는 금병산(해발 460m) 등 지역의 문화콘텐츠와 교육을 엮었다.

그 일환으로 김유정 문학촌이 갖는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 시켜 김유정의 삶을 어린 학생들의 역할 모델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김유정 닮아가기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인터넷과 PC, 휴대전화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연필로는 공책 한 장도 채우기 힘들어하는 실정을 보고 작문 실력을 길러주는 글쓰기 시간을 늘리고 책 축제 등을 열고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금병산을 오르며 애향심도 키우고 자긍심도 키우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키우고 함께 어울리는 자세도 키우는 중요한 교육현장이다.

서대식 교장은 “주변에 산이 있어도 교육과정, 콘텐츠로 가져오지 않으면 산은 그냥 산이다.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시골 학교일수록 보는 것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교육이 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가까이 있게 아이들 삶속에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르지 않으면 그냥 뒷산에 불과하지만 그 산을 오르면서 산의 생김새나 산속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해 관찰하고 우리 산으로 인식하게 돼 애향심도 갖게 된다는 것.

전학을 위한 이주로 학생수는 물론 인구까지 늘자 마을에서 학교에 체험용지로 무상 임대한밭 4천950㎡(1500평)와 논 1천480㎡(450평)를 주말농장과 학급농장, 학생 개개인이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개별농장으로 나눠 농촌체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영록 교무부장 선생님은 “아이들은 모내기를 하고 배추 등을 심으며 농작물에 대해 관찰하고 열매거두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뿌린 대로 거두는 정직함, 땀의 소중함, 농산물의 소중함 등을 익히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재배한 우렁이 쌀과 배추는 급식에 이용하고 또 노인요양시설이나 고아원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학부모들에게 판매해 수익금은 학생 자치회 활동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멘토로 참여
금병초등학교 또 하나의 특징인 체험 중심의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의 재능을 살려주는 동시에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하는 모티브가 되고 있다.

학생들을 교실이라는 벽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가둬놓기 보다는 울타리 밖 지역사회와 전문기관과 함께 하는 교육, 주변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아이들의 재능을 꺼내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에는 무엇을 안다는 것 보다 많은 체험을 통해 스스로 느껴보게 하는 감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서대식 교장의 교육철학에 의해 춘천에 거주하는 화가, 작가, 음악가 등이 교육기부라는 명목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

교사가 중심이 아닌 학생과 학교 선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각종 동아리 활동이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았는데 축구와 음악, 풍물놀이, 스케이트, 인형극과 영화 등이 그것이다.

만능 전문가가 아닌 교사들이 지도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부분들은 외부 전문가의 교육기부로 부족함을 메우고 이런 노력들은 학생들이 더욱더 매진하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풍물놀이 동아리는 지난해 전국 대상을 수상했고 영화제작반 동아리가 제작한 17분짜리 영화 '좀비 21’도 지난해 부산 국제 어린이 영화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빙상반 쇼트트랙 동아리 회원들은 지난해 전국 빙상대회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모두가 서대식 교장의 교육철학인 '집어넣는 교육보다는 꺼내주는 교육’이 거둔 성과다.
이같이 체험과 현장동아리 활동이 교육과정의 40%를 차지해 일부 학부모들이 룏아이들이 놀기만 한다’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체험교육을 시작한 뒤 오히려 학력 미달자가 한 명도 없다. 그것은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읽고 쓰고,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아침 10분 독서, 전교생 영어 EBS 방송 교육, 그리고 과학과 수학은 학교 교사의 지도 외에도 MOU를 체결한 춘천교대생들의 보조적 지도로 기본실력이 향상됐다.

서 교장은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미래 교육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현재의 국가 교육이 산업화시대에 필요한 지식중심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삶의 가치관과 즐거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삶의 핵심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학교 유지 바람직
평창군 면온초등학교를 20명에서 100명으로 늘린 경험이 있는 서대식 교장은 “학급 수와 학생 수 등 숫자에 근거해 학교를 합치고 없애면 학교 교육에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농촌학교에서만 37년을 보내고 폐교 직전인 학교들이 다시 살아야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교육은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교육을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있다는 점을 강하게 믿게 됐다"며 소규모 학교를 무조건 폐쇄시키거나 합치지 말고 지역 특성에 맞게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교육협력관이기도 한 서 교장은 또 “농어촌의 학교가 폐교됨으로써 이농 및 마을 공동화 현상, 마을 구심체 상실, 지역경제 위축, 향토인재 양성의 어려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학교 살리기 방안을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서대식 교장의 교육 철학 및 학교 운영방침, 그리고 농촌 소규모 학교에 대한 의지를 보면서 왜 우리지역은 이같이 작은학교를 살리겠다는 교사나 교장들의 열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폐교 위기의 작은학교를 살린 지역이 많은데 왜 우리지역은 없는지.

폐교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 놓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교장과 교사와 동문회, 지역사회가 내 지역 학교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역 나름의 특성을 살린 소규모 학교로 존속되길 희망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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