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① 전북 진안군 장승초등학교
2. ① 전북 진안군 장승초등학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2.09.13 09:56
  • 호수 1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교 위기에서 진안 세 번째 큰 학교로 변신

이번호부터 게재할 학교는 폐교를 목전에 뒀었거나 이러다간 폐교 되는 거 아냐? 할 정도로 9회말 투아웃인 상황으로 몰려 있다가 도시에서 많은 학생들이 유입돼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학교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작은 학교가 행복한 학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그 첫 번째로 진안 장승초등학교(교장 이명근, 진안군 부귀면)의 성공기를 게재한다. 장승초등학교도 분교도 아닌 본교이면서 3학급 13명에 불과해 폐교 직전에 있던 학교였다. 그런 학교가 기사회생됐다. 어떻게 학교를 살렸는지 그리고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 학교를 전적으로 믿는 학부모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2010년 13명에서 올해 67명
장승초등학교가 살아나는데 일등공신을 꼽는다면 그 학교를 살리려는 교사의 열정이다.
2012년 2월로 예정된 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2010년 학교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갔다. 진안읍내에서 그리고 전주시내에서 학부모들을 초청해 장승초등학교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교육계획을 설명하고 장승초등학교로 전학을, 그리고 입학을 권유했다.

전주에서만 설명회를 3회나 개최한 결과 30명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화려한 교실, 정비된 학교환경을 가진 전주시내와 달리 당시 장승초등학교는 건물 2개, 교실 3칸에 불과한 초라한(?) 학교였다.

그것도 폐교 대상으로 예정되면서 예산 지원이 안돼 시설이 노후돼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자체 급식이 안돼 인근 학교에서 배달해와 먹는 상황이었지만,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열정을 믿고 자녀들을 맡겼다. 진안읍내에서도 17명이 전학, 지난해 57명까지 학생이 증가했다.  13명에 불과했던 2010년보다 44명이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올해는 67명으로 늘었다. 학생수로는 진안 읍내의 진안초등학교, 진안 중앙초등학교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학교가 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전주 30명, 진안 17명, 그리고 학구단위 마을에서 20명이 재학하고 있다.

전주시내에서는 20분, 진안읍내에서는 15분 정도 걸려 비교적 가깝기는 하지만 학구내 아이들이 무료로 스쿨버스로 통학하는 것과는 달리 전주 시내와 진안 읍내에서 오는 아이들은 지난해엔 진안군에서 예산을 지원해 통학버스비를 지원했지만 올해는 부모들이 통학을 시켜주고 있다.

그럼에도 장승으로 전학을 오겠다는 아이들을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8월 28일에도 전주에서 2명이 전학을 왔다. 그만큼 학생 수는 더 늘어나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며 서울, 전주 등 도시에서 살다가 2005년 진안으로 귀농한 정진만 학부모 회장은 "통학시키느라 기름값 들고 시간이 투자되기는 하지만, 그 돈은 전주시내에 있어도 학원비 등으로 다 쓰는 돈이기 때문에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근 교장은 “작은 학교의 공통점은 안정적인 학생 수 확보가 숙제인데 우리학교는 이제 학생 부족에서는 벗어났다"며 "아이들이 전학을 오겠다고 하면 학교에서는 전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집단 상담을 벌여 전학생을 받고 있는데 우리 장승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후 행동과잉을 보이는 학생이거나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장승’만의 특별함이 있다
이렇게 학교가 살아난 것은 장승이 추구하는 교육철학과 함께 장승만 갖고 있는 특별함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니까 모두가 윈윈한 것이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학교, 장승초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이다.  스스로 선다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부족한 점, 필요한 점, 원하는 점 등을 헤아리자는 것이고 서로 살린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고 도와주며, 보살피는데 마음을 쓴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한다고 해서 중· 고·대학교에서 잘 성장할까? 윤일호 교무부장은 이에 동의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유롭게 큰 아이들이 공부가 필요하다고 깨달으면 마음을 내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면소재지 학교에서 이 학교로 전학을 온 4학년 노주환 학생은 "전에 다닌 학교와 장승초등학교를 비교해달라고 하는 질문에 한마디로 다른 학교와 다르다"고 답했다. "방과후 활동도 많고 쌤도 좋고 도서관도 다른 학교보다 좋고 다르다"며 "이 학교로 전학을 아주 잘 왔다"고 답했다.

노주환 학생 말대로 장승의 도서관은 흔히 알고 있는 정독실 개념의 도서관이 아니다. 바닥에서 뒹굴기고 하고 눕기도 하고 배를 쭉 갈고 엎드려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렸을 때 장롱 속에 숨기도 했던 것처럼 숨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다락방도 있다. 도서관은 그냥 책만 읽는데 그치지 않고 퍼즐을 푸는 것처럼 사고를 할 수 있는 놀이터인 것이다.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를 책속에서 찾으라는 과제를 던져준 4학년 정근우 선생님은 “여름방학 숙제로 일기쓰기와 독서만 냈는데 방학숙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알차게 생활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손쉽게 인터넷에서 단어찾기를 하는 단편적 학습이 아니라 책속에서 단어를 찾으며 이해를 하면 나중에 다른 책을 볼 때 그 단어가 나오면 독서활동하며 찾아냈던 것을 기억하고 또 의미도 잊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서관만 특별한 게 아니라 학교 건물에도 특별함이 있다.
아직 건축 중인데 일반적으로 학교 건물은 중심에 선생님이나 높으신 양반들이 드나드는 현관이 있고 건물 양 끝에 학생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즉 학교가 학생 중심이 아닌 어른 중심이고 선생님 중심이고 아이들은 변방에 놓여있다.

하지만 장승초등학교는 이같은 일반적인 교실 배치의 통념을 깼다. 선생님과 지체 높은 사람들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 중심으로 설계했다. 현관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각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바로 나올 수 있게 출입문을 설치했다.  안방같은 개념을 도입해 교실 마다 다락방을 만들었다. 숨바꼭질을 할 때 침대 밑에 숨거나 장롱 안에 숨을 때처럼 다락방은 숨을 곳,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건축 자재는 모두 친환경 소재다.

또 기존 건물이 있다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하면서 위로 한 층을 더 올려 교실을 만들고 대신 운동장을 넓게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실증축의 모습이다. 그러나 장승은 단층의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두고 다시 단층의 교실 건물을 지었다. 교육활동의 최적화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오랫동안 난상토론 끝에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교무실, 행정실 등 교육 지원을 위한 시설은 모두 기존 건물에 배치키로 했다. 학교건물에서 조차도 교장, 교사 등 어른들의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학교의 든든한 응원군 학부모회
장승만의 특별함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학교는 폐쇄적으로 학교 고유의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오픈시키고 학부모들을 참여시켜 최대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결정을 하게 한다.

도서관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교실 신축도 발주하는 교육청의 잣대로 신축한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건축소위원회가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거쳐 여러 대안학교를 답사하고 교실 디자인(설계)에서부터 자재선택, 그리고 공사 중에도 수시로 학교를 찾아가 감독까지 학부모들이 참여해 최선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정진만 학부모회장은 “학부모들이 원가 계산까지 해서 바라는 교실 모습이 설계되도록 주문했고 업자의 수익률이 적으니까 입찰을 실시해도 응찰자가 없었다"며 “업자가 안 들어오면 학부모들이 연계해서 교실을 짓자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결국 업자를 선정했지만 건축 과정에서 업자들이 시방서대로 건축을 하는지, 자재가 들어가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등 건축 소위원들이 감시활동을 해서 아이들에게 가장 쾌적한 교실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사의 수업 줄여주기도 학부모들의 몫이다. 요즘 선생님들은 수업 보다는 행정업무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교육에만 신경 쓰도록 보조인력을 활용해 잡무를 없애도록 하고 있고 상당부분 부모들이 자원봉사 보조인력으로 참여한다.

체육대회나 운동회는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주관한다. 학교에서는 행사 예산을 공개하면 학부모회는 행사 진행에서 부터 음식, 선물준비, 운동복이 필요하면 운동복까지 일체를 관장하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체육대회를 즐긴다. 이렇게 투명하게 하니까 교장이나 교사들이 업자로부터 향응접대를 받는 일도 없고 검은 돈의 유혹을 받는 일도 없다.

정진만 학부모회장은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분과별로 행사를 배분해 어느 학부모든 행사를 주관할 수 있도록 학부모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누가 학부모 회장이 돼도 시스템화 되어 이끌어 갈 수 있는데 말하자면 우리는 공교육 시스템에서 대안학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매달 소통시간 갖는 학부모와 교사
장승초등학교 학부모와 교사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자주 소통을 하는 특별함이 있다. 카페(http://cafe.daum.net./jbjs)를 운영하면서 학교 운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강사를 초청해 공부하는 시간도 갖는가 하면 자녀의 교육활동을 돕는 것도 빼놓지 않으며 학부모간 친목도 다지고 있다.

매달 한차례씩 학부모와 교사들이 일과 후 저녁 시간에 친목도 다지고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학교 운영에 대한 생각도 전달한다.

학부모, 교사 연수 및 다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강사를 초빙해 아무리 바빠도 부모 노릇은 해야지요라는 제목으로 공부를 한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학교에서 도자기공예, 제과제빵, 책읽기, 풍물패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학교는 자녀가 사고를 쳤을 때 선생님이 호출해서 마지못해 가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 가듯이 가는 곳이 됐다.

이렇게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높은 장벽이 없고 모든 학부모들이 격의 없이 만나고 대화를 하는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잘 난사람, 못난 사람,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이 격의 없이 만나 대화하고 어울리는 것을 본 자녀들이 누구는 왕따 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친구도 받아들이기 때문에 왕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학부모들의 흉허물 없는 소통 공간은 인터넷 카페의 활성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4일 카페 게시판에 6학년 학생의 아버지가 '아빠들의 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보면 "우리 장승초 아버님들 시간되시면 12일 이른 아침에 우리아이들이 가꾸어놓은 논에 모여서 피 좀 뽑으십시다. 논이 엉망이 되었데요. 날씨는 훼방을 놓겠지만 우리는 보람을 찾을 것 같아유. 시간 가능하신 분은 댓글만 살짝 올려주세요."라고 했다.

또 지난 10일 5학년 자녀를 둔 한 엄마는 소연이네 집들이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저희 집 짓기까지 물심양면 도와주신 많은 분들과 동네 어르신들, 관심어린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 저희 집이 궁금하신 분들을  모시고 약소하지만 팥죽 한 그릇씩 함께 할까 합니다. 부담없이 축하해주는 마음만 가득 담아 오세요' 라는 글도 있다.

이렇게 교육 공동체인 학교, 학생, 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행복하고 선생님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들은 그런 학교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지금의 진안 장승초등학교를 만들고 있다.

면소재지가 아닌데도 진안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학교가 된 진안 장승 행복한 교육공동체의 모습을 보은교육 현실과 비교해보면서 학교, 학부모, 교육지원 당국, 지역사회 모두가 반성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수가 부족해 연차를 두고 통폐합 계획에 들어가 있는 수한이나, 세중 같은 경우도 열정을 가진 교장과 교사들이 어떤 교육 정책을 가지고 학교교육을 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면, 시골 작은 학교였던 진안 장승의 예에서만 보더라도 학생들이 늘어나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