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전북 임실 중금마을
③전북 임실 중금마을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11.24 10:07
  • 호수 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초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추진
▲ 중금마을 에너지 일꾼인 김정흠 선생이 자신의 집에 조성한 무인 에너지카페의 모습이다. 자전거 발전기, 태양광, 풍력, 태양열 집열판 등을 설치해 누구나 재생에너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재활용품으로 수집해놓은 모습이다.
▲ 전북 임실 중금마을 전경이다. 태양광 발전시설로 전기에너지 자립에 도전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와 상관관계가 정말 크다. 다양한 실천을 통해 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전기사용을 줄이고 기름보일러 사용을 제한하고 차량운행을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이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기름 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나오는 행동이다.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걱정으로 차량운행을 최소화 하고 전기사용을 줄인다면 자연스럽게 햇빛이나 바람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관심이 옮겨질 수 있는데 아직 이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중금마을은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를 걱정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마을이다.  첫번 째 실천적 의지는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농촌지역 어느 마을에서도 볼 수 없는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도 중금마을이 에너지 자립,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마을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실 치즈마을을 구성하는 마을 중의 한 곳인 중금마을은 31가구 8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 가공, 유통, 소비하며 도시와 교류하는 농촌을 지향하고 있다.

 

◆12가지로 쓰레기 분리수거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지역마다 의식있는 에너지 일꾼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역시 중금마을에도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빠른 성장보다는 느리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 복원을 꿈꾸는 에너지 농사꾼이 있다.

임실 그린스타트 네트워크와 전북 의제 21 자원순환분과에서 일하고 있는 중금마을의 핵심일꾼인 김정흠(45) 선생은 2008년 전북 의제 21 대안에너지 워크숍에서 자전거 발전기와 풍력발전기 제작 교육에 참여하면서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갈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다.

마을 문제를 넓게 지구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에너지 자립마을 모델을 만드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립, 자연생태와 공생하는 가치가 접목하는 방향을 찾았는데 에너지 자립 부분에서 첫 번째 절약, 두 번째 효율화, 세 번째 재생에너지 사용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갔다.

김정흠 선생은 2009년에 마을회의를 통해 '쓰레기제로마을’을 제안했다. 농약병, 일반 빈병, 폐지, 플라스틱, 폐건전지, 형광등, 쇠붙이, 병뚜껑 등 12가지 항목으로 분류해서 분리수거했다.

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 버리거나 태우는 것보다 분류함에 넣는 것이 편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보다는 태우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쓰레기를 태우는 것에 익숙해 있던 주민들은 김정흠 선생이 분리수거하자는 제안에 “뻘 짓 하는 것"이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김정흠 선생은 작심하고 2년간 쓰레기 분리수거를 계속했다. 지금도 여전히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일은 김정흠 선생이 거의 맡고 있지만 그래도 태우지 않고 수거함에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도 의식이 바뀌었고 태우는 것보다는 분리배출을 더 편하게 생각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뻘 짓이라고 했던 중금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임실군 쓰레기 정책까지 바꿔놓았다. 매립위주에서 분리수거로 매립을 최소화 하고 재활용률을 높였고 자연히 매립장 사용연한이 늘어나게 됐다.

님비주의로 인해 매립지 확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수십억 원을 들여 매립장을 만든다고 해도 민원 해결을 위해 매년 주민지원 사업으로 수억 원이 지원되는 골치 아픈 민원까지도 해결한 것.

쓰레기 분리수거로 마을에서는 재활용품을 판매해 소득도 얻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들고, 화석연료 사용도 그만큼 줄인 중금마을은 2010년 분리수거 우수마을로 선정돼 상금 200만원도 받았다. 상금으로 흙벽돌에 초가지붕을 이은 그럴싸한 집하장까지 만들었다.

중금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 사례는 군내에 소문나 다른 지역, 민간단체에서 견학을 오고 임실군내 257개 마을 현장교육장으로도 활용됐다.

김정흠 선생은 각 마을마다 이같은 분리수거를 할 경우 사회적 기업이 가능해 연간 1억원 정도의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린 중금마을은 내년에는 재활용률을 100%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집집마다 에너지 진단
주민들의 분리수거 경험은 자연스럽게 에너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2009년 9월 전북의제 21에서 양성한 '에코 홈닥터’(가정 에너지 설계사)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에너지 교육을 하고 에너지 효율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집안의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멀티탭 콘센트를 설치하고, 절수형 샤워꼭지를 달고, 단열과 방풍을 위해 문풍지와 방풍실리콘 처리를 했다. 양치 컵을 쓰지 않는 가정에는 양치 컵을 전달하기도 했다.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의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전북 의제 21, 에코홈닥터, 한국 에너지 복지재단은 낡은 독거노인 집의 에너지를 진단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해 난방비를 40%이상 절감시켰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겨울에는 따뜻한 집이 된 것이다.

이 사업으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지구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일기 시작했다.

이같이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식이 확립된 중금마을은 그린빌리지 사업 신청으로 단계를 높여갔다.
2009년 그린빌리지 사업 신청을 시도했지만 과거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해 사용하지도 못하고 버렸던 것을 경험한 주민들은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포기했던 사업을 1년간 준비를 철저히 해 지난해 태양광사업을 신청했다. 전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집 10집과 마을회관까지 11곳에 설치했다.

현재 전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가정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돼 마을 전체가 소비하는 전기 에너지 중 현재 그린빌리지 사업으로 전기 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화석연료 없이 농사, 탄소 배출 제로
전기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중금마을은 김정흠 선생을 중심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교육농장 프로그램을 신청해 바이오디젤기를 구입한 김정흠 선생은 올해 처음 치즈마을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정제한 바이오디젤로 농기계를 운행해 농사를 지었다. 치즈마을 체험객을 실어 나르는 경운기도 바이오디젤유로 운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바이오디젤로 농기계를 운행하기 위해 유채 시범포 1천322.32㎡(400평)를 식재하고 폐식용유를 계속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그 성과는 화석연료 없이 농사를 지어 탄소 배출 제로인 농장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동 작업장을 중심으로 화석연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전기를 사용하고 화석연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농사를 지은 것이다.

마을 공동농장 1천322.32㎡(400평)에 배추농사를 지었는데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바이오디젤유를 넣은 트랙터로 밭을 갈고 화학 비료 대신 액비와 퇴비를 사용했다.

공동작업장인 방앗간도 마찬가지다. 두부와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유채기름을 생산하는 방앗간 전기는 태양광 전기를 이용한다.

내년부터 정부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탄소 라벨링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중금마을은 올해 이미 공동농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한 농산물을 생산했다.

정부보다 앞선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부보다 앞선 생각을 갖고 실천한 선구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가하면 김정흠 선생은 자신의 집을 햇빛 바람, 흙이라는 무인 에너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누구든지 재생에너지를 체험하며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자전거 발전기로 앰프를 돌리고 전기 포트나 믹서를 작동시켜 차를 마실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또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도 설치해 전기가 생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태양열 조리기도 설치해 집열로 물을 끓여 계란도 삶아먹을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에너지 자립마을 방문객이나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공간이 되고 있다.

김정흠 선생은 이같은 중금마을의 에너지 자립마을은 바로 마을의 공동체 복원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농촌도 도시화로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영농이 끝나는 11월말이면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점심도 함께 해먹고 지냈는데 치즈마을로 일당벌이에 나서면서 누구는 얼마 벌었는데 나는 이것밖에 못 벌었다는 경쟁심리가 적용돼 마을 공동체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것.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에 대응해 자원 순환 농업과 쓰레기 배출 제로를 통한 쾌적한 마을을 가꾸고 저탄소농축산물을 생산하고 에너지 카페 등 관광상품을 이용해 도농교류를 활성화시켜 주민의 소득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중금마을.

“덜 벌면 어떠냐, 덜 쓰면 되지"라며 느리고 더디지만 성장보다는 나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있는 중금마을 주민들에게서 성장 지상주의로 인해 고통을 겪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도 치유할 수 있는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보도할 예정이었던 '경남 산청 민들레공동체의 에너지자립 이야기’는 현지 사정으로 인해 보도하지 못하게 됐음을 알립니다. 독자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 주간 보은사람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