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경남 통영 연대도
③경남 통영 연대도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11.17 09:42
  • 호수 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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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제로 … 전기는 태양광, 난방과 온수는 지열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서 배로 10분 정도 걸리는 연대도에는 48가구 8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이 섬은 탄소 제로 섬에 도전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전 전기를 사용했던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있고 주민 공동이용시설인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지열난방과 단열시스템으로 냉난방이 필요가 없다.

폐지는 물론 플라스틱 용기까지도 태웠던 쓰레기는 공동으로 분리 수집해 육지로 실어 날라 재활용되고 쓰레기 소각 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고 있다.

겨우 80명, 그것도 주민의 70%이상이 노인들인 이 작은 섬이 어떻게 탄소 배출 0의 에너지 자립마을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일꾼들에 의해 가능하게 됐다. 통영시와 푸른통영21은 민관협치의 거버넌스를 통해 84억원의 예산으로 연대도를 생태섬, 무공해 섬, 화석에너지와 쓰레기 제로의 섬으로 만든 것이다.

푸른통영21은 수년간 섬과 육지를 오가며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오랫동안 주민들을 설득해 화석에너지 제로섬에 바짝 다가섰다. 오랜 시간이 걸려 이뤄낸 성과라 당연히 그 열매는 달콤할 수밖에 없다. 섬은 요즘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고 직접 섬에서 자면서 냉난방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로 인해 주민들의 소득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그래서 주민들도 요즘 즐겁다.

 

◆탄소 배출 제로란 이런 것
1일 두 번 섬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 말고 낚시꾼이나 섬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는 고깃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달려 비릿한 갯냄새만 날 뿐 뱃멀미를 겪을 새도 없이 10분도 채 안 돼 섬에 닿았다.

마을은 배산임수(背山臨水), 우리나라 풍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타작할 일도 없고 농산물을 말릴 일이 없으니 마당 넓은 집은 오히려 차고 거센 바닷바람으로 춥기 때문에 앞뒷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섬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눈 안에 들어온 것은 입구에 서 있는 하얀색의 건물이었다. 바로 비지터 센터를 겸한 마을회관인데, 한국패시브건축협회로부터 공공시설로는 국내 최초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구들이란 이름의 경로당도 패시브 하우스다.  패시브 하우스란 인위적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태양광이나 지열 등 재생 가능한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고, 첨단 단열공법 등을 통해 열 손실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말한다.

마을 맨 위쪽에는 지난 3월 준공된 태양광 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가구당 3㎾h씩, 150㎾h 규모의 발전소가 이 마을 48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지붕 위 또는 마당에 기둥을 세우고 설치한 여타 마을과 달리 연대도는 주택이 노후된데다 집집마다 시설을 설치할 공간이 없자 마을 맨 위쪽에 공동으로 발전소를 설치한 것이다.

이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로 자급을 하니 한전에 전기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전기 사용으로 이산화탄소가 없는 것은 물론 가정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끼는 것이 몸에 밴 노인가구의 경우 기본요금이고 전자제품이 많은 젊은 가구도 4, 5천원 정도 낸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없는 보통 가정의 경우 한 달 3,4만원, 많을 경우 7, 8만 원내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하다.

박점복(80) 할머니는 “한 달에 1만5천원 정도 전기요금을 내다가 지금은 4천원 정도 내는데 지난달에는 아들네 식구들이 왔다 가서 그런지 5천600원을 냈다"며 “그래도 태양광 때문에 요금이 많이 절약된다"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에 만족해했다.

연대도에는 남해안 섬 중 처음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이 설치됐다. 그동안 연대도 주민들은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죄의식 없이 아무데서나 태웠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분리해놓으면 통영시에서 배로 가져가 처리한다.

내년에는 집집마다 공급할 공동 지열센터가 설치된다. 그동안 기름보일러를 돌리거나 전기장판을 이용해 난방을 했던 가정에 지열이 공급됨으로써 기름보일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15~18도인 땅 속의 열을 응축해 태양광 전기를 이용해 45도까지 데워 난방과 급탕(온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처럼 패시브 하우스가 아니지만 난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마을의 상징물이 된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벽 두께가 36㎝로 열이 샐 틈 없이 단열이 되고 지열과 태양광 전기로만 냉난방을 한다. 마을에서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패시브 하우스로 건축하고 이곳에 있었던 기름통을 반납했다. 모든 창문을 닫고 있을 때는 외부 공기가 전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공기순환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다.

경로당의 경우 노인들이 벌벌 떨면서도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를 돌리지 않고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다가 웃풍 없는 경로당에 나와 따뜻하게 지낸다.

윤영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은 “마을회관에서 공기순환기를 켜지 않고 하루 밤을 잘 경우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외부 공기가 차단되는 등 단열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공기순환기를 켜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에코체험센터로 거듭나
이같은 탄소배출 제로를 꿈꾸는 섬, 연대도의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은 2007년이다. 철거를 앞둔 달동네 동피랑을 벽화마을로 성공시킨 후 섬으로 관심을 돌린 푸른통영21은 연대도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풍부한 해산물, 선사시대 유적부터 조선시대 연대(봉화대) 등 역사성이 있고 무엇보다 마을에서 폐교를 사들여 수익사업장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 에코아일랜드 사업 적지로 결정했다.

당시 주민들은 교실에 침대를 놓고 부녀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여름철 피서객이나 낚시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1인당 10만원의 사용료를 받아 여름철 두 달 운영해 3천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또 교육청과도 연계해 아이들 캠프장으로 활용되면서 마을 수입이 증가됐다. 여기서 발생되는 수익은 어촌계 공동수익으로 잡아 연말 어촌계원들에게 1/N로 지급했다.

이같이 관광객과 학생 캠프장 등 수익사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를 푸른통영21은 태양광발전, 지열난방, 첨단 단열시스템인 패시브 하우스로 건축, 에코체험센터로 조성했다.

행정안전부의 명품 섬 조성사업에 이 사업이 선정돼 25억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숙박, 교육, 체험이 가능한 에코체험센터로 조성한 것이다.

연대도의 이같은 에코섬 조성사업으로 이곳을 찾는 공무원, 환경단체 회원, 교사, 학생, 그리고 에너지 독립을 추진하는 마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30일 기자가 연대도를 찾았을 때도 농촌종합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강원도 화천군 유촌리 파로호 느릅마을 권역 주민 50여명이 찾아 태양광 발전시설, 패시브 하우스인 마을회관, 에코체험센터 등을 견학했다.

이들처럼 많은 외지사람들이 연대도를 찾자 조용했던 섬마을은 매일 사람들이 북적대는 바람에 마을에 생기가 돌 정도다. 주민들은 탄소 배출 제로사업을 추진하기 전보다 연대도를 찾는 방문객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생태관광과 연계 섬 발전 지속
사람들이 거주하던 섬에서 사람들이 떠나 무인도화 되고 일부는 거제 외도처럼 돈많은 사람이 섬을 통째로 사들이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연대도는 아주 적합한 모델이 되고 있다.

푸른통영21은 화석에너지제로 섬 달성을 목표로 하면서 천연자원을 이용한 친환경 생태관광 섬이어야 주민들이 섬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기 때문에 관광사업에도 눈을 돌려 연대도는 생태관광지로도 부각되고 있다.

연대도를 찾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휴경지인 33층의 다랭이 논과 밭에는 국화, 구절초 등을 식재해 볼거리를 제공한 후 국화차를 만들어 팔고 그곳에서 일한 할머니들에게는 공공근로제를 도입해 일당을 선물했다.

할아버지들이 나무를 해서 지게로 져 나르던 연대도 지게길 2.2㎞를 조성하고 몽돌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공간도 조성하고 해안가에 데크도 설치했다.

이같이 연대도가 발전하자 마을을 떠났던 출향인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섬을 떠나기 위해 집을 매몰로 내놓거나 빈집 매물이 없어지고 땅값 상승도 가져오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마을 할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국화차를 만들어 팔았던 할매공방이 마을기업에 선정돼 국화차와 방풍나물 취나물 초절임 반찬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또 사람들의 방문이 많아진 연대도 왕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연대도는 통영시의 보조를 받아 12월말 1일 2회의 배편을 1일 4회로 늘린다. 이같이 연대도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동(54)어촌계장은 “그동안 어촌계에서 탄소배출 제로섬 사업을 추진했는데 에코 체험센터가 본격 운영되면서 사람들 방문이 더 많아져 이제는 어촌계와 별도로 간사를 둬야할 정도로 마을이 발전했다"며 “연대도의 탄소배출 제로 등 에코아일랜드 사업으로 주민소득도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주민 단합도 꾀하는 섬으로 탈바꿈돼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연대도에 주택을 구입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화석에너지 제로의 에코아일랜드인 연대도는 국립공원으로 인한 규제가 많아 사업을 거부하던 주민들을 설득하고 잘 보전된 자연환경을 역이용해 주민소득으로 직결시켰는데 연대도의 사례는 민관협치 거버넌스를 통한 개발방식으로 지속가능발전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영시 환경과 김경순(7급) 담당자는 “통영시 관할 526개 섬 중 유인도가 46개 섬인데 시장님이 연대도와 같은 탄소배출 제로섬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점차 다른 섬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스타트를 끊은 연대도의 탄소배출 제로 섬 사업이 행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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