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합을 위해 무대에 오른 성직자들의 음악회 현장
종교화합을 위해 무대에 오른 성직자들의 음악회 현장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11.10 10:09
  • 호수 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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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종교 화합의 기틀을 만들다

최근 몇년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종교간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대에 각 종교를 이끌고 있는 성직자들이 어떤 마음자세로 신도 앞에 서야 하고 타 종교를 바라보아야 하는 지, 몇몇 뜻있는 성직자들이 음악회를 통해 그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종교간의 갈등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2006년 창립한 충북종교사랑방(대표 곽동철 충주문화성당 신부, 보은 죽전 출신) 소속 성직자 20여명이 지난 3일 마로면 관기교회에서 주민과 신도 1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합과 소통을 위한 제2회 종교음악회를 개최했다.

곽동철 신부는 개회식 인사를 통해 “음악은 다 통한다. 슬픈 음악은 눈물이 나고 즐거운 음악은 웃음이 난다. 우리 인간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으로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들게 된다.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이 순수한 음악을 들으면서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 형제로 화합하자"고 역설했다.

 

#신부님도, 스님도, 목사님도 없었다
이날 무대위에 오른 성직자들은 전문 음악가들이 아니다. 종교화합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공연의 시작은 시우(증평군 지장암) 스님이 열었다. '청성곡’을 연주하는 단소의 맑은 소리는 공연장인 교회가 마치 고요한 산속에 있는 산사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전통악기에 조회가 깊은 시우스님이 30분 뒤 다시 무대로 올라 해금산조를 선보였다.

이어진 공연은 이근태(보은군 학림교회) 목사의 순서로, 이 목사는 하모니카로 도라지타령 등을 신나게 연주해 관기교회를 찾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으며, 쇄도하는 앵콜 요청으로 추가 연주를 하기도 했다.

충북종교사랑방 살림지기를 맡고 있는 김태종(청주시 삶터교회) 목사는 통기타를 둘러메고 70년대 젊은이들의 많이 불렀던 '꿈의 대화’를 직접 연주하면서 멋들어지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 목사는 공연에 앞서 “나는 기타도 노래도 잘못하지만,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다른 성직자들을 돋보이게 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혜전(청원군 석문사)스님 등이 개신교 찬송가인 '내 주를 가까이’를 불러 참석자들은 놀라게 만들었는데, 종교간 화합을 위해 타 종교의 찬송가까지 부를 수 있다는 여스님들의 넉넉함에 모두들 찬사를 보냈다.

이어서 바라밀예술단 손정자 단장이 입춤을 선보였으며, 음반을 낸 전력이 있는 법륜(대전 금선사) 스님은 계룡산 연가, 황포돗대 등 전통가요를 멋들어지게 불러 참석자들의 환호와 앵콜 요청을 받았다.

이날 음악회에는 지역의 예술단인 보은민예총,풍물패인 땅울림, 에델바이스 오카리나합주단, 보덕중 이은주 교사가 함께 참여해 공연을 더욱 빛내주었다.

보은민예총 김영미(산외 산대) 회원은 전통춤을 선보였으며, 구본명(보은 교사) 회원은 민예총 회원들의 사물반주 속에 나그네설움, 오동동타령 등 트로트 메들리를 불어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었다. 에델바이스 합주단은 음악회 두 번째 공연을 맡아 쉽게 접할 수 없는 오카리나 연주를 선보였다.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의 딸이기도 한 보덕중 이은주 음악교사는 음악회 중반 무대에 올라 청아한 목소리로 가곡 '추심’을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음악회의 마지막은 땅울림 회원들이 펼친 앉은 반사물놀이와 시우스님의 태평소가 어우러진 멋진 연주 속에 참석자 전원이 무대로 나와 '아리랑’을 부르며 끝을 맺었다.

음악회 장소를 제공하고 준비한 배영도(보은군 관기교회) 목사는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성직자들이 꾸민 음악회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고 함께 즐겨주셔서 큰 의미를 담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예배당을 종교음악회 장소로 내놓기가 부담스러웠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신 장로님들과 신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성직자들이 어울려 공연한 뜻 기려야
이날 성직자들은 서툰 솜씨지만 악기를 잡았고 또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성직자로서의 권위를 모두 내려놓고 신도 및 지역주민들 앞에 선 것이다. 오로지 종교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위해서.

카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종교간 대화가 없는 종교에는 평화가 없다. 종교간 평화가 없는 나라에는 평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성직자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종교간 평화를 보여주었고, 종교간 평화를 위해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의 신앙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 종교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한 것으로, 내 종교가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의 종교를 대접해야 한다.

다 종교사회에서는 각 종교 사이에 근본적인 구별과 차이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종교간 대화를 시도하고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날 저녁, 보은의 한 작은 교회에서 선구자를 자처한 성직자들이 보여준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충북도로,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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