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전북 부안 화정마을 사례
③전북 부안 화정마을 사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11.10 09:47
  • 호수 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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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온실가스 감축 유엔 등록 계획
▲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무국장인 김인택씨가 재생에너지 현장학습을 위해 마을을 찾은 초등학생들에게 바이오디젤과 바이오 에탄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전거를 제외하고 바퀴가 달려 있어 굴러가는 것은 뭐든 석유가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북 부안군 주산면 갈촌리 화정마을에서 석유 없이도 바퀴가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석유 없이도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디젤을 트랙터에 주입했는데 운행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석유없이 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화정마을도 지난 호에 보도된 등용마을처럼 부안 핵 폐기장 유치 반대를 성공시키며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로 탄생한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화정마을도 여느 에너지 자립마을 모습이랑 대동소이하다.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고 재생에너지 체험을 위한 자전거 발전기가 있고 작은 풍력 발전기가 있다.

그런데 화정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먹어도 되는 바이오 디젤, 먹어도 되는 바이오 에탄올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먹어도 되는 이러한 연료를 농민들이 직접 생산해서 농사에 사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지역 젊은 청년조직이 있고 그 청년조직을 움직이는 김인택 사무국장의 역할이 대단했다.
 
◆전기, 석유없이 농사
김인택(50, 주산 갈촌리 화정마을) 사무국장은 보통사람들이 보면 참 별나게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생활이 별나다.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미친 짓으로 비치는 생활을 한다.

주유소에 가면 면세유로 얼마든지 경유를 사고 휘발유를 사서 경운기도 부리고 트랙터도 끌고 콤바인도 움직이고 예초기도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을 그는 거부한다.

석유 대신 농기계에 들어가는 모든 연료를 직접 만들어 쓴다. 농사짓기도 힘든데 일부러 기름을 만들기 위해 별도로 시간과 노동 등 노력을 투자한다.

남들처럼, 다른 농사꾼처럼 주유소에서 편히 살 수 있는 기름 대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기름을 만드는 것은 바로 탈탄소 화정마을을 이룩해내기 위함이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 마을로 유엔에 등록할 예정이다. 아마도 전국 최초일 것으로 보인다.

벼농사 후 유채농사로 2모작을 하는 화정마을은 지력증진과 식물의 영양을 위해 화학비료 대신 유채박과 유채박 액비로 영양을 주고 화학농약 대신 토착 미생물과 남조류를 이용하고 제초제 대신 왕우렁이를 이용하고 농기계에는 경유대신 바이오디젤유를 사용하고 휘발유 대신 바이오에탄올을 사옹하고 등유대신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전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발전한다.

바이오 디젤은 폐식용유를 이용해서 만들고 휘발유 대신 사용하는 바이오 에탄올은 갈대를 이용해서 만든다.

화정마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자원순환형 농업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연료·비료·사료 등은 자립해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 과연 우리 보은군 농민 중 이같이 선도적 인식을 갖고 있는 농민이 있을까?

김인택 사무국장이 이끄는 화정마을의 탈탄소 계획이 달성돼 유엔에 등록되면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의해 화정마을은 탄소를 팔 수 있게 된다.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체나 대도시 등에서 화정마을의 탄소 감축 양 만큼 돈을 지불하고 사야 한다. 화정마을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김인택 사무국장은 이같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2009년부터 석유없이 농사짓기 사업에 착수, 친환경 영농일지를 쓰듯,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일지를 쓰고 있다.

그 일지의 일부를 소개한다. △6월27일 흐림. 오전 시범포 분리 두렁 완성. 물가두기 전 우렁 도피방지 모판 설치. 오후 5시부터 왕우렁 방사 △8월4일 문답과 윗배미 바이오에탄올(먹는 휘발유) 예초기로 논두렁 풀깎기 △8월9일 주산면 하루 강우량 331㎜, 문답과 위아래배미 배수로의 역수로 주산면 농경지 650㏊ 침수 △9월15일 아래배미 논두렁 깎기 예초기 연료로 바이오 에탄올 0.5ℓ+휘발유 0.5ℓ 오일 사용 논두렁 제초 △9월16일 윗배미 논두렁 깎기 예초기 연료 1ℓ중 0.5ℓ소비(바이오 에탄올 0.25ℓ+휘발유 0.25ℓ 소비 △9월20일 유채박 시범포 토양검정 시료 채취….

이같은 농업으로 벼와 유채 이모작시 온실가스 감축 추정량은 유채박 총 발생량 1톤 중 0.8톤, 유채박 1톤 중 0.2톤을 액비화하고 축분은 독립영양미생물로 자원화 해 농경지의 양분으로 순환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화학비료의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와 메탄이 저감 된다고 보고 있다.

당초 김 사무국장은 탈탄소 목표달성을 2009년 80%, 2010년 90%, 그리고 올해 100%를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다소 차질을 빚어 내년 탈탄소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탈탄소 마을 지역운동
이같은 화정마을의 에너지 자립마을 추진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만금 조성사업의 채석장인 주산면 배메산 채석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으로 이어졌다.

김인택 사무국장의 말을 빌리면 “농사꾼이니까 환경을 접목해 유기농사를 짓자"는 운동으로 전환됐다.
김인택 사무국장은 훨씬 전부터 오리농법으로 쌀을 생산했지만 이 환경운동이 주산면 청년들을 친환경농업으로 끌어들이게 된 것.

2004년까지 벼농사와 보리농사로 2모작했던 농민들은 2005년부터 벼농사 후 유채를 재배했다. 자그마치 18만평. 처음 김인택 사무국장의 시험재배가 면적 확산에 큰 영향을 줬다.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 김인택 사무국장은 주산사랑 회원들에게 BD100%를 회원들에게 조금씩 주면서 트럭에 사용해보게 했다. 회원들은 엔진 소리가 부드러워 지고 매연이 나오지 않는 것을 경험, 결과는 대만족이었던 것.

김인택 사무국장은 BD20(일반 경유 80%+바이오디젤 20%)과 BD100을 차례로 넣고 측정한 결과 일반 경유 연비는 1ℓ에 11㎞인데 바이오 디젤은 1ℓ에 15㎞일 정도로 연비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없이 농촌진흥청 목포시험장의 기술 지도를 받아 농민들 스스로 유채재배에 나서서 이같은 결과를 얻자 2007년에는 농림부가 경관직불제도를 적용하고 지자체는 유채 전용 콤바인, 건조기 등을 지원, 재배면적은 주산면만 30만평으로 확대됐다.

주산사랑은 또 2006년 주산초등학교와 1년간 스쿨버스에 소요되는 디젤을 바이오 디젤로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학교 급식에 유전자 조작 콩 식용유 대신 유채씨식용유를 공급하고 여기서 나온 폐식용유 연간1만2천96ℓ를 바이오 디젤용 원료로 모았다. 또 마을 안에도 수거함을 설치해 각 가정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수거, 바이오 디젤로 만들었다.

주산사랑은 유채재배로 인한 원유 대체효과 1만2천96㎏, 바이오디젤유로 인한 탄소감축 2만6천611㎏의 효과를 얻었다고 공개했다.

주산사랑은 또 2006년부터 유채꽃이 피는 시기에 석유없이 움직이는 경운기 , 석유없이 농사짓기 등 축제를 열어 지역민은 물론 도시민들에게 화정마을이 친환경 마을이고 친환경영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 전체 태양으로 전기 농사
이같이 10여년간 주민들에게 환경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오며  탈탄소마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빌리지 100호 조성 사업 대상마을에도 선정돼 그야말로 전기 자립까지 달성했다.

마을 전체 35가구와 마을회관까지 태양광 30개, 풍력 1개, 지열 3개, 태양열 9개를 설치했다. 마을 전체가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자체 생산 전기로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이다.

특히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갖추는데 국비와 도비, 군비 보조 외에도 가구당 4, 500만원을 부담하는 것과 달리 화정마을은 군비 보조금을 더 따내 가구당 50만원을 부담하는 것에 그쳤다.

농촌의 경우 6, 70대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독거노인들이 많아 가구당 4, 500만원을 부담하라고 하면 참여하는 농가가 없기 때문에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6개월간 부안군과 군의회를 설득해 정부가 정한 재원부담비율 외에 군비 추가 부담을 이끌어내 자기부담비율을 낮추는 시범 안을 만든 것이다.

현재 화정마을 가구당 3㎾h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로 가구당 최대 400㎾h의 전기를 생산하고 쓴 것보다 생산량이 많아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고 주민들은 전기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

부안군 민원경제과 에너지부서 김혜정 담당자는 "마을 전체가 에너지 자립,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고 마을 특성 잔체 가구가 참여해야 사업의 취지를 살릴 수있기 때문에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자부담 비율을 크게 낮춰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우리지역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다. 지난해 대원리를 시작으로 하장리와 기대리가 그린빌리지 조성사업을 추진중이지만 보은군은 정부 지원방식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구당 400만원까지도 부담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설움이다.

김인택 사무국장은 “에너지 자립의 가장 기본은 절약에서 시작되는데 고령의 어르신들이 잊는 경우가 많아 아예 전 가구에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멀티탭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하늘이 더러워지고 지구가 더워지니까 비닐소각도 금지시키고 마을 도랑을 살리는 취지로 마을 젊은 부녀자들이 폐식용유를 이용해서 만든 주방세제, 세탁세제를 만들어 각 가정에 배포하는 등 주민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탈탄소, 온실가스 감축마을 달성을 앞당길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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