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마라톤동호회 전웅기 회장
보은마라톤동호회 전웅기 회장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1.11.03 10:12
  • 호수 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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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때, 저는 보스턴에 갑니다"
▲ 전웅기씨

마라톤은 순수하게 자기와의 싸움, 마라톤을 통해 보은주민들 모두 건강해졌으면

 

'중독’이라고 했다.
끊을 수가 없다며 웃음을 지어보이는 전웅기(55, 삼화유리 대표)씨는 2002년 4월에 결성된 보은군 마라톤동호회 창단멤버이자, 현 회장이다.
마라톤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과 군살 하나 없는 말끔한 몸매(?)를 자랑하는 전웅기씨는 마라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싱글벙글이다.
쉽지 않은 도전인 마라톤. 전웅기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그의 말대로 첫 도전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전국에 있는 산이라는 산은 거의 다 다녔어요. 그렇게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후배가 마라톤을 권하더라고요. 형님같이 끈기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요."
그 후배의 말을 듣고 정말 대책 없이 하프코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말 죽을 뻔 했어요. 2000년 11월11일이었어요. 대전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였는데, 비까지 내렸어요. 비를 흠뻑 맞고 하프코스를 뛰었는데, 대회 출전 후 정말 계단도 못 내려올 정도였으니까요. 물리치료도 오랫동안 받았고요."
다시는 달리지 않겠다고 몇 번을 결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결승점을 통과할 때면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대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달려온 그는 2003년 10월19일,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에 도전을 했다.
2003년 춘천마라톤을 시작으로 그가 완주한 풀코스만 모두 42번. 하프코스는 45번이나 완주를 했다.
뿐만 아니다. 13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100km 울트라마라톤 코스도 5번이나 완주해 냈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죠. 울트라 코스를 100번 이상 완주한 사람도 있는 걸요. 앞으로 저도 열심히 뛰면 울트라 코스는 아니더라도 마라톤 풀코스는 100번 이상 완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제 목표구요."

 

#마라톤 예찬
전웅기씨의 하루는 매일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10km를 달린다. 주말이면 달리는 거리는 20km에서 25km로 늘어난다.
마라톤 마니아인 전씨가 추천하는 우리고장에서 뛰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전씨는 지산리와 선곡방향, 말티고개를 너머 산외면까지의 코스, 원남과 마로지역을 지나 장안면 삼가분교를 거쳐 산외면 장갑을 잇는 코스를 추천했다.
“두려움이요? 마라톤처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은 없어요. 조기축구회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 부딪쳐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안 그래요. 마라톤은 순수하게 자기와의 싸움이죠. 몸이 좋지 않으면 천천히 달리면 됩니다. 파란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물을 배경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기분은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그 느낌이 궁금하다면 꼭 한 번 뛰어보세요."
그렇게 마라톤을 시작한 전씨는 몸에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체형의 변화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몸에 남아있던 군살들은 모두 사라지고, 당연히 잔병치레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마라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술과 담배를 즐기던 사람이 마라톤을 시작하면 바로 끊을 수 있으니까요. 30년 동안 술과 담배에 절어 살던 사람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끊었어요. 이 때문에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는 후배나 거래처분들에게 저는 마라톤을 권합니다."

 

#중독성
전씨의 마라톤 예찬은 열정적이었다. 마라톤에 대한 중독성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부정적인 의미의 중독성은 당연히 아니다.
여행을 가도 전씨의 가방에는 운동화와 운동복을 반드시 챙긴다. 밤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져도 전씨는 새벽에 일어나 여행지를 한 바퀴 돌아야 직성이 풀린단다.
신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처음에는 선수들만 하는 운동이 마라톤이라고 겁을 냅니다. 하지만 힘들면 걷는다는 생각으로 심적 부담만 없애면 멈출 수가 없는 것이 마라톤이에요. 한 번은 발목을 다쳐 쇠를 박은 상태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기도 했어요. 그것도 3번이나요.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이 마라톤입니다."
이처럼 꾸준히 운동을 해서일까? 전씨는 지구력 하나 만큼은 20대와 30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마라톤을 뛰어보면 50대가 20대나 30대 기록을 앞서요. 운동을 전문적으로 했거나, 잠깐씩 힘쓰는 일이라면 몰라도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은 젊은 사람에게 뒤지지 않을걸요."
마라톤을 주제로 만났지만, 전웅기씨의 삶도 '마라톤’ 만큼이나 경쾌했다.
2000년 처음으로 하프마라톤에 출전 한 후 전씨는 2002년 4월에 결성된 보은군 마라톤동호회 창단 멤버가 됐고, 총무 5년, 감독 2년을 지낸 후 2011년 보은군 마라톤동호회를 이끄는 회장이 됐다.

 

#바람
마라톤을 즐기며 누리는 효과는 단순히 건강만은 아니다.
보은군 마라톤동호회는 전국에 '보은 대추’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저희 동호회 유니폼에는 '보은 대추’를 새겨 넣었어요. 전국 어디에서 대회가 열리든 보은마라톤동호회가 참가하면 자연스럽게 '보은 대추’가 홍보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지금은 사라진 보은마라톤대회 얘기로 이어졌다.
“최근에 열린 춘천마라톤대회에는 3만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모였어요. 대회가 열리는 현장에는 아이스크림은 물론 어묵조차도 사 먹을 수 없습니다. 대회를 마친 동호인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당시 식당을 찾느라 고생했던 생각이 납니다. 몇 바퀴를 돌아 간신히 식당 빈자리를 찾을 수가 있었죠."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최소 3천명에서 5천명이 찾는다고 했다. 이들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마라톤대회를 통해 청정 보은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정씨의 얘기다.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에요. 사라진 대회를 다시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보은-내북 간 4차선 도로가 개통된 만큼 교통통제에 대한 걱정 없이 대회 개최도 가능할 것 같아요."
보은마라톤대회 개최가 지역을 생각하는 전씨의 바람이라면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보스턴이요? 저에겐 꿈이죠. 출전하고 싶다고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기록을 인정받아야 출전이 가능한 것이 '보스턴 마라톤대회’입니다. 이제 풀코스를 42번 완주했어요. 100번을 완주하면 기록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식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환갑 때, 난 보스턴 간다’고요."
그리고 전씨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
“보은주민들과 함께 운동하고 싶어요. 마라톤을 통해 보은주민들 모두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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