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전북 부안 등용마을 사례
③전북 부안 등용마을 사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11.03 09:51
  • 호수 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 폐기장 뛰어넘어 생태마을 지향

변산반도 해수욕장, 채석강 등이 있는 부안군이 전국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지역이 된 것은 2003년이다.
부안군의 위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을 반대하는 부안 주민들이 촛불집회, 자녀들의 등교 거부 등 2년여 동안 반대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300여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500여명이 병원신세를 지는 상흔을 남겼지만, 주민들은 위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치는 백지화를 이끌어내는 소득을 얻었다.  또 하나 큰 소득은 에너지 소비만 할 줄 알던 주민들에게 햇빛,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착한에너지 생산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핵폐기물 반대운동을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40%가 원자력 발전소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어딘가에는 핵폐기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부안 사람들은 전기를 안쓰고 사느냐는 무성했던 비판논리에 부안군민들은 원자력 에너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라는 친환경적 삶에 대해 고민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부안 시민발전소(소장 이현민)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마을의 원조인 셈이다.
 

# 햇빛 농사로 돈 버는 민간 발전사업자
부안에서 쓰는 에너지 100%를 영광 원자력발전소로 부터 받는 상황에서 부안의 시민단체 등 당시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 비대위는 에너지 자급문제를 고민한 끝에 2005년 부안 시민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어딘가에는 핵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주장한 부안 주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지역의 지도자들이 종자돈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직접 출자하여, 전국 최초로 주민에 의한 시민발전소가 세워졌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마을 총 에너지의 50%를 자력으로 만든다’는 취지로 주민들 스스로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30가구 50여명이 사는 등룡마을의 부안시민발전소는 2005년 처음으로 부안지역의 생태학교와 원불교 부안교당, 부안성당에 '햇빛발전소 1, 2, 3호기’를 설립했다. 용량은 각각 3kWh로 연간 3500~3700kWh를 생산해 716.4원에 15년 동안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변산공동체에 햇빛발전소 4호기를 설립했고 2009년에는 부안시민발전소, 서울의 시민발전(유), 생명평화 마중물에서 등용리에 각각 10kWh씩 총 30kWh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여기에서 발전되는 태양전기도 kW당 711.25원의 고정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부안시민발전소가 인터넷을 통해 전기 생산량 및 판매금액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8월에는 7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한 금액이 337만395원이었고, 지난 9월 전기 판매액은 359만6천574원이었다. 수익은 출자자들에게 돌아갔다. 부안시민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기는 30가구가 거주하는 이 마을 주민들이 쓰는 가정용 전기의 60%에 해당되는 규모다. 상당한 양이다.

하지만 부안시민발전소가 해마다 확충해오던 태양광 발전기기의 증설은 2010년부터 중단됐다. 발전차액지원제도 대신 의무할당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한 전력에 대해 시장가격과 차액을 보조해주는 제도이다.  반면 발전량의 일정 규모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할당제는 그 대상을 대규모 발전사업자로 제한하고 있어 소규모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는 새로 짓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부안시민발전소는 태양광 발전 시설 외에도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했고 2006년에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교육관과 가정집 등 4채의 건물은 전기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냉난방이 가능하다.

등용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내년에는 그린빌리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이현민 소장은 에너지 소비 비율은 전기 에너지가 30%, 70%는 난방과 수송이 차지하는데 가정용 전기 에너지 자립은 이같이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난방과 수송에너지자립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동차는 바이오 디젤로 대체하고 난방은 축분과 인분,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해서 메탄가스를 생산, 열도 사용하고 발전도 하는 열병합 발전소 시스템을 도입해 마을의 총 사용 에너지의 50%를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메스 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민 교육으로 에너지 자립 의지 키워
이같이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부안시민발전소는 등용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교육을 벌이는 한편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이 마을 총 에너지의 50%를 자력으로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발전소는 2015년까지 마을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해 30%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2008년부터 10%의 주택의 전기 절약을 위해 집집마다 멀티탭을 나눠주고 백열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교체했다. 이미 절약이 습관화 되어 있는 농촌에서 10%를 줄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원 스위치만 끄는 것으로 전기가 차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노인들은 그것만으로 전기가 차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현민 소장이 배부한 멀티탭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 절약을 가져온 셈이다. 등용마을은 앞으로도 매년 10%씩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마을 주민 김영춘(71)씨는 “3대가 살고 있는 우리집은 전기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편"이라며 "태양광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면 가정에도 크게 보탬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서 자부담이 들어가긴 하지만 우리집도 그린빌리지 사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문경신(58)씨는 "시민발전소에서 백열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꿔줘서 전기요금이 그만큼 낮아졌다"며 "그동안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전기를 사용했는데 시민발전소의 교육으로 전기를 쓰지 않는 코드는 아예 빼놓고 멀티탭 스위츠를 꺼서 대기전기를 차단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해 주민들의 전기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식이 많이 정립됐음을 보여줬다.

또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하고 지열난방을 하는 주택도 생기는 등 시민발전소의 영향으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주민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었다.

시민발전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룏친환경 농업, 재생가능 에너지, 가치교육’으로 농촌마을 공동체를 새롭게 복원시키는 목표를 갖고 선진지 답사, 강사초청 교육 등 주민들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과소비 국가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 핵심 중의 하나는 에너지 감축 즉 에너지를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이 가장 크게 에너지를 버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현민 소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의 의식개혁으로 주민들과 참여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길고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안시민발전소는 에너지 자립 교육장
정부나 자치단체의 도움없이 에너지 자립을 실현해가고 있는 부안 시민발전소는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를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교육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사회적 기업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조리기, 소형 풍력 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 등을 설치해 직접 다루고 만지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외부 전력이 없이 생산된 전기로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각 자치단체의 단체방문은 물론 학생들이 에너지 농사를 짓는 비법을 배우러 오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생산된 전기가 한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량기는 거꾸로 돌아가는데 재생에너지 현장교육을 온 학생들이 신기해하는 것 중의 하나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전기에너지가 생산돼 전등이 불을 밝히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설치된 전구에 불이 반짝반짝 거린다. 교육장에 온 학생들은 자신들도 전기를 생산하는 체험을 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며 자전거 페달 밟을 정도다. 전등에 불이 켜지면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지붕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면서 생산된 전기양도 눈으로 확인한다.

주택 난방을 위한 시스템인 나무 팰릿 보일러가 설치돼 가동되고 있다. 톱밥을 압축해서 만든 연료로 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다.

석유나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해와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들 우리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수 있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2천명, 2009년 4천여명, 지난해 3천명이 찾는 등 부안시민발전소는 재생에너지 자립 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고 자란 서울에서 2005년 부안 계화로 귀농해 2008년 아예 등용마을로 주민등록을 옮길 정도로 사명감을 갖고 있는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

“햇빛과 바람은 우리들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않습니다. 가난하다고 햇빛을 덜 받고 부자라고 더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비춥니다. 바람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붑니다. 국 한 그릇도 담 너머로 넘겨줘서 같이 먹을 정도로 정이 깊었고 농촌에서는 거지도 굶어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농촌마을이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라고 등용마을에 애정을 쏟고 있다.
왜냐하면 마을이 희망이고 대안이기 때문이라고 이현민 소장은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