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공원
정이품송공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5.25 10:00
  • 호수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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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 속에 새겨넣있던 이름은 지웠지만…

정상혁 전 군수는 지난 2018년 11월 26일 속리산면 상판리에 조성한 훈민정음마당 준공식에서 “기존의 한글 관련 공원과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물 중심의 테마공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마당은 정이품송 공원으로 이름을 갈아탄 돈만 먹은 하마로 전락했다.
준공을 하면서는 2018년 11월 26일 준공기념일과 보은군수 정상혁 이름을 범종 안에 새겨놓으며 위대한 업적으로 가져갈 욕심이 컸다
범종은 누구나 타종할 수 있도록 범종 밑에 기단까지 마련해 기단 위에 올라가 타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타종을 위해 범종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 범종의 내부에서 순간 금빛으로 된 ‘보은군수 정상혁’ 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게 했었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주민들은 당시 “범종에 금빛 글씨를 넣은 것은 이해 안 된다”며 “범종을 높게 설치해 자연스럽게 올려 보게 돼 결과적으로 ‘보은군수 정상혁’이라는 글자를 우러러보게 되는 형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보은군은 당시 종 내부에 군수의 이름을 새긴 것과 관련해 “공사를 누가 했는지 표기한 실명제 정도로 보면 된다”며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면서 비판여론은 무시된 채 여전히 정상혁 이름은 높은 곳 범종 안에서 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다 범종 안의 ‘정상혁’ 이름이 사라진 것은 2019년 9월 6일 한글단체의 항의방문을 받으면서다. 
당시 한글단체는 보은군이 조성한 훈민정음마당이 한글창제의 역사를 왜곡한데다 공원에 설치한 세종대왕 동상도 신미대사의 제자처럼 설치해놓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역사적인 검증이나 고증, 자문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임의로 해석해 훈민정음마당을 조성했다며 한글단체로 부터 호되게 혼이 났다. 훈민정음마당을 정이품송공원으로 바꾼 이 시기 범종안에 정상혁이란 이름도 사라졌다.

주민들의 비판을 수용하기는커녕 귓등으로 듣던 정상혁 군수의 이름 지우기가 한글단체들이 항의방문한다는 통지를 받고 이들이 훈민정음마당을 가기 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것.
한글단체에서 훈민정음 마당이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하고 한글창제의 역사를 왜곡하고 신민대사를 숭상하는 공원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범종에 보은군수 정상혁 이란 이름을 확인하면 겉으로는 훈민정음마당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정상혁 공원으로 해석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친일발언 이후 또다시 전국적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부랴부랴 이름을 떼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이품송원으로 이름을 갈아탄 이곳에는 아직도 건립비와 공원조성 기념 식수에 보은군수 정상혁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표지석이 있다.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 맞은편 주변 약 3만여㎡(9천평)에 세조와 신미대사를 주요 테마로 조성한 훈민정음마당, 이제 공원명패는 정이품송공원을 바꿔 달았지만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내용이 없는 잡종지에 불과하다.
훈민정음 창제를 테마로 ‘만남의 문’, ‘인연의 문’, ‘창제의 문’이라는 3개의 테마에 맞게 공원을 꾸미고 관련 동상도 곳곳에 설치했는데 목적이 사라지면서 동상은 흉물로 전락했다.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며 개장 초부터 지속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공원엔 준공 기념비와 기념식수 비에 정상혁 전 군수의 이름이 그대로 있다. 이곳을 갈 때마다 그 이름을 되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상혁 전 군수가 이제라도 부끄럽게 여기고 자신의 이름을 모두 제거해달라고 자청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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