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탄부면 벽지리
(70)탄부면 벽지리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5.25 09:46
  • 호수 6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넉넉한 인심과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 탄부면 벽지리

이번주는 보은읍 남쪽 약 25km에 있는 탄부면 벽지리를 소개한다. 
벽지리는 마을 뒷산이 벽처럼 둘러 있다 해서 벽지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200년이 넘은 소나무 숲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몇 그루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번 마을탐방도 지역역사 탐방을 하는 동아리회원들과 함께 벽지리를 찾아갔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수반들과 외솔들에는 모내기를 하는 사람들과 이앙기들이 분주히 오고간다. 예전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 인근 학교에서 소풍의 명소로 꼽히던 곳이었는데, 2004년 폭설로 나무가 부러지고 훼손되었고, 마을진입로 개설 당시 분리되었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소나무 숲이 마을을 감싸주고 외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인식하고 있어 보호가 시급하다고 한다. 몇 년 전 마을 숲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앞 연못과 숲을 정비하고 소나무를 심는 등 숲 복원사업을 했다고 한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수령 약 300년은 됨직한 큰 느티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느티나무를 찾아 마을안쪽으로 들어서니 주민 몇 분이 다가와 느티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 나무는 우리 마을의 수호신 같은 나무랍니다. 수년전 나무 주위에 도로포장을 하니 나무가 시들시들 죽어가더라구요. 사람들이 포장도로를 걷어내고 나무주위를 깨끗이 하니 지금은 다시 활력을 찾아 이렇게 잘 살고 있답니다.” 정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느티나무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무둘레는 약10m가 넘을듯하고, 수고는 20m가 넘을 듯 한 큰 나무이지만 보호수로 지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 보호수로 인정받지 못하는지 알 수 없지만 벽지리 느티나무처럼 큰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논에 가시던 주민 한 분이 다가온다. “우리 마을 앞들은 수반들이라고 하는데요. 숲 안쪽에 있는 들이라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군요. 저는 수반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는데, 숲 안쪽들이라 수반들이라 했군요. 그럼 외솔들은 소나무가 외떨어져 있다고 외솔들이라고 했겠군요?” “네. 옛날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우리 마을 동쪽으로 큰 소나무가 외떨어져있어 외솔들이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군요. 이 마을은 소나무가 많이 있었나 보네요.” “네! 우리 마을은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었답니다. 지금은 농지정리를 해서 없어졌지만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큰 소나무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마을 서쪽으로 장 고개라는 곳이 있는데요. 옛날 사람들이 보은 장에 가는 길이라고 해서 장 고개라고 불렀답니다. 그 옆으로 찬 샘이라는 작은 샘이 있는데, 지금은 훼손되었답니다.”
“안타깝네요. 저도 국사봉 찬 샘 이야기는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데, 오늘 그곳을 가보려고 합니다.” “한번 찾아가 보세요. 저도 한동안 가보질 않아서 상태를 모르겠네요.”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끝내고 찬 샘을 찾아가는 길목 마을회관에 들러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두 분이 점심을 준비하고 계신다. 어디서 오셨는냐고 하시면서 따뜻한 커피를 끓여 주신다. 괜찮다는 우리일행의 만류에도 정성스럽게 끓여주시는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 맛이 일품이다. 
조금 전 느티나무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커피 한잔하고 가라며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시던 주민하며, 회관에서 낯선 이방인에게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니 벽지리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이 넘치는 마을 인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서둘러 이야기를 마치고 밖을 나오는데, 마을 앞 정자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시던 이장님께서 우리 마을은 국사봉 아래 유명한 샘이 있는 데, 한번 가보라고 하신다. 

정성을 드려야 효험을 볼 수 있다는 찬 샘은 국사봉아래 작은 바위에서 솟아나는 옹달샘 물로 마을어르신들에게 신성한 샘으로 인식되어 있다.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찬 샘을 가려면 경건한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걱정이라고 하니 신경 쓰지 말고 가보라고 하신다. 필자가 걱정하는 건 회관에서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길 찬 샘을 가려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가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우물에서 벌레가 나오고 효험도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책을 읽고 선잠을 잤던 필자는 몸과 마음이 무거워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이장님의 권유로 국사 봉 찬 샘을 찾아 나섰는데,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골짜기 깊은 곳까지 들어가도 샘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오솔길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산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도 샘이 보이지 않아 돌아 나오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산길초입에 눈사람처럼 보이는 바위두개가 있는 것을 보고 혹여나 이곳이 찬 샘이 아닐까하며 다가가니 바위 속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작은 옹달샘이 보인다. 언 듯 보면 스쳐지나갈 정도로 작은 옹달샘이 국사봉 찬 샘이라는 생각이 들어 물 한 모금 마시니 배속까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국사봉 찬 샘은 조선중엽 경상도 사람이 피부병이 심해 고생하던 중 충주에 좋은 약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충주를 가는 도중 이곳을 지나가다 날씨가 덥고 피곤해 바위에 앉아 쉬는데, 바위에 작은 옹달샘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을 한 모금 마셨더니 속이 후련하고 상쾌해 정신마저 개운해 지는 것을 느끼자 하룻밤 바위에서 자면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물 한바가지 몸에 끼얹으니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이 따갑고 통증이 와 깜짝 놀랐는데, 이내 통증은 가라않고 시원함을 느꼈다고 한다. 물이 상처에 닿으면 통증이 발생하지만 이내 통증은 사라지고 시원함이 들어 평생 처음으로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칠일 동안 그곳에 머물며 목욕을 하고 지냈는데, 거짓말처럼 상처가 나았다고 한다. 그 이후 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피부병환자들이 찾아왔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간간히 찾아온다고 한다.
양화용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벽지리 마을전경.
벽지리 마을전경.
탄부면 벽지리 느티나무.
벽지라 양곡창고
마을앞 연못 정원.
벽지리 방앗간.
벽지리 마을회관
벽지리 찬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