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보은읍 중동리 플라타너스
(80) 보은읍 중동리 플라타너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5.25 09:44
  • 호수 6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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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림초 다녔던 산성·강산 학생들 수업마치고 가다 쉬던 곳

플라타너스는 옛날 학교 운동장 주변에 있으며 뜨거운 여름철 그늘을 만들어주던 나무다. 초등학교 때를 기억해보면 송충이가 왜 그리 많았던지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서 놀다 보면 나무에서 떨어진 송충이가 머리 위와 어깨 위를 스멀스멀 기어 다녀 기겁하고 무서워(?) 울음을 터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개구쟁이 남학생들이 짓궂게 송충이로 여학생을 울리던 기억도 있다. 그 많던 학교 운동장 플라타너스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플라타너스는 거의 사라졌다. 운동장 뿐만 아니라 도로변 가로수로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플라타너스는 하늘높은 줄 모르고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붙인 플라타너스(Platanus)의 이름은 ‘버즘나무’다. 플라타너스의 껍질이 비늘처럼 떨어지고, 떨어진 자국은 회갈색으로 변한 것이 마치 버짐을 보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플라타너스의 열매는 500원 동전보다 약간 큰 동그란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장난감이 없었던 옛날, 플라타너스 열매는 여지없이 남자아이들의 놀잇감. 손잡이를 길게 잡아 빙빙 돌리며 엄포,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멍하니 있을 때 빙빙 돌리는 열매에 맞아 아팠던 기억도 있다.
보은읍 중동리 38-4번지, 중동1리 마을 앞 버스승강장이 있고 산성1리 마을 표지석이 있고, 2011년까지만 해도 학림리와 중동리, 강산리 주민들이 이용했던 게이트볼장 인근에 키가 크고 튼튼해 보이는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이 나무의 역사가 얼마나 될까? 70대인 산성리 주민은 “나 스무살 무렵 작은 나무였던 것 같은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저렇게 컸네. 그래도 수령이 오해되지는 않았고 길게 잡아야 50년? 60년? 그 정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래전 폐교돼 지금은 인라인롤러 스케이트장이 된 학림초등학교의 졸업생들은 이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를 어떻게 기억할까?
줄곧 산성·중동교를 건너 학림초등학교를 통학했던 산성리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바로 이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쉬면서 공기놀이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놀았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옛날 쉬었다 갔던 플라타너스 주변엔 그때의 역사를 이어가기라도 하듯 지금은 마루정자와 벤치가 있고 또 운동기구도 설치돼 오가는 길손과 보청천 벚꽃길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이 휴식을 취한다.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이 이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는 모티브가 된 것이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산성리의 한 주민은 “플라타너스 나무 바로 앞 보청천 제방이 불법쓰레기 하치장이 돼 미관을 해치고, 화단도 정리되지 않고 있다. 또 여름철이면 송충이가 생기는데 방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곳을 쉼터로 관리하고 가꾸면 구간의 거점이 돼 보청천 제방길 이용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편의시설 확충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도로 선형이 조정되면서 개발하는데 걸리적거리면 굴취해 이식하기보다 잘라버리는 것이 보은군의 나무행정이다. 플라타너스는 보은군에 몇그루가 되지 않는다. 보은읍 중동리 38-4번지에서 서식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면서 보은군의 보호수로 지정, 명예를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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