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힘 안정적인 애착형성
내가 살아가는 힘 안정적인 애착형성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5.25 09:36
  • 호수 69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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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마로면 관기약국

매년 초파일은 소풍처럼 아버지 산소에 가는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아버지 제삿날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제사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보고 싶었던 형제들을 만나고 그동안의 안부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육남매는 한 가지씩 음식을 각자 해가지고 와서는 산에 오른다. 오빠는 술, 나는 밥과 나물, 바로 밑에 동생은 떡,  그 밑에 동생은 고기와 산적, 그 밑에는 과일, 막내는 전, 내가 미리 단톡방에 올려놓았다.
가난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다 시켜주지 못한 부모님이지만, 재산 한 푼 물려주지 못한 가난한 부모님이지만, 우리는 늘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릴 적 받은 사랑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커서도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고, 재산은 한 순간에 없어지기도 하는 물거품 같은 것이기에, 어릴 적 받은 무한한 사랑이 평생을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남편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그를 가출을 하게 했고, 학업중단을 하게 되었다. 남편이 수강하는 과목 중에 ‘인간행동과 사회 환경’이라는 교재를 얼핏 봤는데,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애착형성이 평생 그 사람의 감정을 지배한다고 한다.
나처럼 부모님으로부터 안정적인 애착을 받으며 안전한 지지를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가지고 안정적인 인관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반면 불안정한 애착유형은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무관심한 경우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 또한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평생 동안 안정적인 인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인간관계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 많은 사랑을 받으며 안정적인 애착형성을 하며 자란 반면, 남편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애착형성을 하며 자랐다.
언젠가 보건소에서 설문조사를 나왔는데, 행복지수에 관한 질문에서 100점 만점에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지수는 몇 점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적은 반면에 남편은 낮은 점수를 적었다. 그 질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명제가 붙어 있었기에 당당하게 100점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오래된 작은 집에 살고, 돈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건 어릴 적 받은 사랑의 힘이 아닐까?
반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남편은 늘 불안정하다. 어쩔 수 없이 어릴 적 받은 무관심과 상처가 평생을 지배하나 보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대신 밥을 하고 나물을 볶고 무치고 설레며 음식을 준비 할 것이다. 우리 남매들이 소풍처럼 맛있게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는 귀찮지 않냐고 힘들지 않냐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그러면 신이 나서 하는 일이고 그러면 전혀 힘들지 않는 일이다. 마치 내가 신이 나서 동시를 쓰는 것처럼. 
어릴 적을 생각하면 부모님도 그렇고 외할머니도 그렇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도 그렇고 아낌없는 사랑을 받은 행복한 기억뿐이다. 그 든든한 힘으로 나는 동시를 쓰고 그 든든한 힘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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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선 2023-05-25 12:44:17
멋진 소풍날이 기다려지겠어요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또 사랑을 베풀며사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