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자생식물원, 솔향공원의 우리꽃
그 자체로 자생식물원, 솔향공원의 우리꽃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5.18 09:17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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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은군에는 자생식물원이 없다. 사실 자생식물원을 조성하고 유지하기는 기술적으로 몹시 어려워 국립시설이나 광역시·도 단위에서도 버거운 일이므로 자생식물원이 없다는 것은 군단위에서는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지는 자생식물원이나 수목원이란 걸 만든 인근 군단위 시설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보은군에는 자생식물원이 필요도 없다. 마치 자생식물원과 같은 공간이 원래부터 있기 때문이다.
말티재를 넘어 한강수계에, 북서향의 산그늘 아래에 자리한 솔향공원은 크지 않은 구간에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다양한 식물상을 보이는 대단한 식물종다양성의 구간이다. 공원이 만들어진 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은 공원관리 과정에서 몇몇 종과  많은 자생식물 구간이 안타깝게 사라졌지만 아직도 경이로운 식물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욱이 길에서 몇 걸음만 걸어들어가면 그런 광경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이런 장소는 정말로 희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멸종위기종인 깽깽이풀, 특별산림보호대상종으로 고시된 참배암차즈기를 비롯해 대형의 양치식물종들, 아름답고 다양한 초목들이 밀집한 산기슭은 주변 지역 숲해설가들의 특별한 학습지가 되거나 야생화 애호가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장소가 되어 왔고, 속리산둘레길의 일부 구간이 되어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여태까지는 사람들의 욕심과 무지에 사라져가는 식물들이 많은지라 행여 훼손될까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았던 솔향공원이었는데 이제는 차라리 자생식물구간으로 유명해지는 쪽이 더욱 보존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범한 놀이공원으로 변해가는 솔향공원의 풍부한 식생과 꽃들을 자랑해 보호하고자 지면을 빌어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솔향공원은 서늘한 북향 그늘이어서 다른 곳보다 계절이 늦은 편이다. 5월 중순의 솔향공원은 잠시 꽃이 적어지는 시기를 맞은 가운데 청괴불나무와 애기나리, 노린재나무, 자주족도리풀들이 꽃을 달고 있다. 유난히 각시붓꽃의 꽃이 늦게 피는 지점에도 한 무리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기서 금붓꽃과 함께 자라는 각시붓꽃은 비교적 흔하지만 육종하지 않아도 찬탄을 자아내는 우리 야산의 예쁜 붓꽃이다. 
깽깽이풀과 노루귀, 죽대의 꽃을 촬영하던 사면은 수호초와 맥문동의 대량식재로 대체되었고 나머지는 제초제까지 맞은 상황, 양치식물들간의 미묘한 생태적 지위 배분에 따라 산의 맨 아래에 자랄 수밖에 없는 음양고비도 잎축 중간에 포자낭수를 내는 독특한 잎을 펼치고 있지만 제초관리의 방법이 바뀐 지금 이대로는 또 하나 여기서 사라질 운명의 종이다.
돌계단 위로 낸 탐방로에는 녹색과 창백한 갈색의 색감으로 신비로운 두 가지 타입의 뱀고사리가 잎을 펼쳤고, 청초함에 김정일도 반했다는 함박꽃나무가 물방울 모양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이제 잎이 거의 자라서 아기노루의 아롱무늬가 사라져가는 노루귀는 열매를 달았고 초가을 작은 바람개비같은 꽃을 피울 단풍취의 새싹이 솜털도 예쁘게 펼쳐진다.
사발커피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잎이 자라면서 아롱무늬는 점차 옅어져 간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잎이 자라면서 아롱무늬는 점차 옅어져 간다.
낮은 꽃들이 많은 구간에 늦둥이 각시붓꽃이 피는 지점이 있다.
낮은 꽃들이 많은 구간에 늦둥이 각시붓꽃이 피는 지점이 있다.
단풍잎을 닮은 단풍취의 새싹은 게의 발을 연상케 하여 게발딱주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단풍잎을 닮은 단풍취의 새싹은 게의 발을 연상케 하여 게발딱주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애기나리-숲바닥에 깔리는 작은 그늘식물로 둥굴레를 닯았지만 독이 있다.
애기나리-숲바닥에 깔리는 작은 그늘식물로 둥굴레를 닯았지만 독이 있다.
음양고비-영양엽과 포자엽이 따로 나오는 고비류 중의 이단아. 희귀식물은 아니지만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음양고비-영양엽과 포자엽이 따로 나오는 고비류 중의 이단아. 희귀식물은 아니지만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짙은 잎과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 청괴불나무
짙은 잎과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 청괴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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