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 가족
최고의 선물, 가족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5.04 09:53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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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봄인데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내가 살고 있는 대원리는 해발고도가 높아서인지 보은 읍내보다 조금은 더 춥다. 따뜻한 봄이 왔는가 하여 오이,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의 모종을 사다가 텃밭에 심었는데 냉해를 입어 잎이 다 얼어 죽어버렸다. 3월 말경에 심은 감자도 냉해를 입어 감자순이 얼어버려 마음이 심란하다. 대원리에 내려온 지 14년차이다. 그동안 4월에 눈이 내린 적이 여러 번인데 며칠 반짝 따뜻한 햇살에 4월의 추위를 잠깐 잊었나 보다. 언제쯤 초보농부를 벗어날 수 있을는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과 관련된 날이 많아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그뿐 아니라 근로자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까지 5월 달력에는 기념일이 빼곡하다.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커서 어린이날을 챙기지는 않아도 되지만 어버이날에는 양가 부모님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들이 무얼 좋아하시는지 생각해 보지만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무얼 받았을 때 가장 기뻐하실까?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고 정성스러운 선물이 무엇일까?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가족과 비슷한 단어인 ‘식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혹은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구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거나 한 회사나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가리켜 식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연 중심의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가족이 곧 식구였기 때문에 혼용해서 쓰는 것 같다. 
가족이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어떨 때는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장 사랑하는 관계이면서도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가족에 관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아이와 부모,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엄마 대신 아빠가 육아를 하는 모습과 부부의 일상 가운데서 나타나는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갈등의 원인을 찾고 상담해주는 프로그렘도 있다. 우리는 어떠하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많은 이들이 부모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사랑 표현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부모 세대 아래에서 자란 지금의 50-60대들은 사랑 표현을 받아보지 않아서 사랑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또 나이가 어려도 의외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평가와 판단, 조언보다는 공감과 격려, 지지해 주는 말을 더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습관적으로 평가와 판단이 먼저 입에서 나온다. 물론 공감과 칭찬이 먼저 나오는 사람도 많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감과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특히 친구나 이웃, 직장동료들에게는 말을 조심하는 편인데 가족은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공감과 칭찬, 격려, 지지의 말을 하는 데 인색하다. 가정은 인간의 본성이 잘 나타나는 공간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오죽하면 소통의 오지가 가정이라는 말이 있을까?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세워줄 수 있다. 굳어 있는 마음을 부드럽게 해줄 수 있다. 어린이 동요 중에 ‘참 좋은 말’이라는 동요가 있다.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맛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뛴대요.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 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좋으면 이런 동요 가사가 있을까 싶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가 우리의 자녀들에게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또 우리를 키우느라 애쓰신 부모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사랑한다는 말 외에도 “고마워, 미안해, 힘들었겠구나, 널 믿는다” 등의 공감과 지지의 말도 가족을 살리는 말이다. 말뿐인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준다든지, 손을 잡아준다든지, 안아주는 바디 랭귀지와 따뜻한 눈빛과 목소리 톤까지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표현들은 많다. 
가정의 달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부부와 자녀, 부모에게 기념일에 주는 선물도 좋지만 평상시에 공감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말로 하기 어렵다면 문자나 편지로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세상 어떠한 선물보다 최고의 선물인 가족들에게 온 마음 다해 사랑을 표현해 보는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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