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보호수] 보은 학림 느티나무
[우리마을보호수] 보은 학림 느티나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4.27 09:24
  • 호수 6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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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기둥은 팔뚝, 가지는 손가락 “호미곶 상생의 손 같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보은읍 학림 2리에 있는 느티나무(학림리 195번지)는 보은군 보호수 23번이다. 아름드리 밑둥이 위로 쭉 올라와 가지가 뻗어나갔는데 마치 밑둥은 팔이고 가지는 손가락 같다.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포항시가 1999년 2천년의 해맞이를 기약하며 호미곶에 설치된 조형물 상생의 손이 떠올랐다.
봄이 되면서 싹이 돋을 때 나무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게 바로 싹의 돋음이다. 같은 느티나무더라도 혈기가 떨어지면 잎이 늦게 나온다. 나오더라도 세력이 약한 가지에서는 잎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한참 지나야 겨우 봄이 왔음을 감지하고 나올 채비를 할 정도다. 그래서 어느 느티나무는 벌써 초록잎이 무성한데 어느 느티나무는 겨우 초록빛이 감돌 정도다.
1982년 보은군이 일제히 보호수 지정작업을 할 때 지정된 학림리 느티나무 지금의 모습은 보호수 지정 당시 나무나이로 예측한 450살을 비웃기라도 하듯 청년의 혈기를 보여준다. 어찌나 세력이 왕성한지 무성한 잎들로 벌써 드리운 그늘이 짙을 정도다.
가지 세 개가 썩어서 베어낸 후 수술한 자국을 제외하곤 흠잡을 데가 없다. 정자나무인 학림리 느티나무는 450살이 넘었으니 그해 그해 일들을 나이테에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어찌나 넓고 크던지 옆에는 육각정자가 세워져 있고 운동기구도 설치돼 있다.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정자나무는 이렇게 주민들을 하나로 확 휘어잡는다. 
만약에 생을 다했을 때 나무의 나이테가 얼마나 아름다운 유형을 그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것 만큼 올여름 시원한 정자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은 또 어떤 이바구들을 펼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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