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남편과 만들어가는 보양식 ‘굴천지’
자상한 남편과 만들어가는 보양식 ‘굴천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3.23 09:56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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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손님들이 가득한 식당이 있다. 보은읍 교사리 거성아파트 상가에 있는 굴천지다. 굴천지는 굴을 이용해 다양한 탕류와 무침, 튀김 및 전, 그리고 용궁문어보쌈 등 다양한 메뉴를 자랑한다. 여름 별미로 초계국수와 매생이삼계탕 겨울별미로 능이해장국을 선보인다. 무엇이 대표 음식이랄 것도 없이 손님들은 다양하게 선택을 한다. 속을 풀어주는 굴국밥,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매생이굴국밥,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초계국수 아삭함과 굴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굴전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용궁문어보쌈은 문어와 돼지 수육이 만나 특별하고 푸짐함을 자랑한다. 굴의 부드러움은 식감을 높여준다. 80세 후반의 노부부는 굴천지 정식을 거뜬하게 드신곤 환한 웃음을 짓는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만큼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그런 연유로 이곳에는 어르신들과 직장인, 노동자, 학생들까지 연령과 직업의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기력 회복을 위해 찾아든다. 식당은 안명숙(68), 이만겸(64) 부부가 운영한다. 안대표는 경기 파주가 고향이다. 직장 때문에 충남 부여에서 생활하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이 대표를 만났다. “우연히 만났어요. 그런데 사람이 참 자상하고 인성이 좋아 평생 희노애락을 함께 하기로 했지요” 
보은에 들어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친구 신랑의 제안으로 회남 양지공원에서 송어 향어 횟집을 운영했다. 생각이상으로 식당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었다. 독립해서 신그령가든을 운영했다. 묵은지감자탕이다.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보은에서 신그령까지 출퇴근에 힘든 줄 몰랐다. “장사가 잘되니까 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하네요. 그래서 읍내로 들어왔지요. 서다리 근처에서 장사를 하다가 11년 전 지금의 가게를 매입해 이리로 온 거예요. 굴천지를 만나게 된 것은 4년 전이지요. 묵은지 감자탕에서 업종을 변경하려 했는데 굴이 눈에 띤 거예요.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이야기 할 때와 반찬을 정갈하게 싹 비우고 가면 제일 행복하요”라며 “굴천지를 만나 손님들에게 건강을 드린다는 사명감으로 운영한다”라고 안대표는 설명한다.
안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오빠가 공부는 잘했는데 말없이 글만 쓰고 산에만 오르내리니, 집에서는 걱정스러워 3일도리로 무당굿을 하였다. 그러다 집 근처의 개척교회를 다니면서 상태가 호전되었다. 교인들이 많아지면서 아버지는 교회에 땅을 희사하였다. 그런 연유로 초 3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식당을 쉬고 목양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운수업에 종사하던 남편과 둘이 식당을 운영한 지 4년차다. “남편이 자상하다 보니 큰 다툼이 없어요. 둘이 같이하니 종업원 신경 쓰지 않아 좋아요. 각자 취미 생활도 하구요. 가끔은 소꼽친구들 만나러 서울 가는데 밥 먹고, 차 마사고, 수다 떠는 낙(樂)도 즐겨요. 복잡하지 않고 경제적 부담도 적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산과 들이 보이고 여유로운 생활이 재미있다”는 안대표는 보은이라는 둥지에서 새로운 삶을 일군 전형적인 보은의 아줌마였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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