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의 환생들
이완용의 환생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3.16 09:34
  • 호수 68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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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소름이 돋는다. 뿌리 뽑지 못한 친일의 잔재가 음습한 곳에서 숙주처럼 자라나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줌의 무리들이 나라를 파탄과 분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도 모자라 치욕의 역사를 되살려 경험하게 하고 있다. 나라를 팔아먹고 민족을 배신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친일 매국 부역자들을 청산하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뼈아픈 과오가 이렇게 빠르고 크게 되살아 날 줄이야!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해법안 발표는 굴욕적이다.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면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마저 보란 듯이 뒤엎었다. 일본은 아무런 대책과 방안도 내놓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머리를 조아리며 굴복하고 나섰다. 아베 정권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볼모 삼아 보복성 수출규제를 자행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들불처럼 일었던 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후 일본은 경제 보복에 대해 어떤 해법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 야음을 틈타 도둑고양이처럼 숨어들어와 약탈과 학살을 자행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들을 개화시키며 문명국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번도 우리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오직 대륙 진출의 전초기지이거나 속국을 위한 침탈의 대상, 자신들 부흥의 발판으로만 치부하며 온갖 악행과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실행했다.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 오히려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철저히 부정한 채 지금은 더욱 노골적으로 영광의 제국 건설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호시탐탐 미국을 등에 업고 우리를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군사 대국화를 꿈꾼다. 
교활하고 악랄하며 후안무치한 자들이 일본의 지도층이다. 그들은 야비하고 음흉하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 하락과 여론의 악화로 미래가 불안해질 때마다 우리를 적으로 삼고, 억지를 부리며 터무니없는 비난을 쏟아내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 냈다. 
이번에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올랐다. “협력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이며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발표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그래서 더 치욕적이다. “한국이 잘도 굽혔다.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한 게 없다. 일본은 잃은 게 하나도 없다. 일본의 완승이다.”라며 희희낙락한다. 그 웃음 뒤에서 그들은 또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술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와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 독도 영유권 분쟁 해결 방안까지 요구할 것이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교훈을 이 시점에서 생생하게 목도하며 고스란히 받아 들여야 하는 현실이 더욱 참담한 이유다.
104주년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매국노 이완용의 환생을 보았다. 덩달아 나도 이완용이라 당당히 외치는 자들이 출몰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과 고위직 정부 인사, 자치단체장까지 앞다투어 친일파임을 자랑스레 내뱉고 있다.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과 정미칠적들 마저 혀를 내두를 자기고백들이다. 역사의 진보를 믿지만 이렇게 괴물이 된 세력들을 맨 가슴으로 마주하기가 괴롭고 비참하다. 
역사를 부정하고 순국선열을 능멸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자라나는 후손들을 볼모로 삼는 그들의 무지하고 파렴치한 광기는 어디서부터 되살아나온 것인가. 그들의 무지한 사고와 사욕 가득한 얼굴, 깃털처럼 가볍고 천박한 언행이 저지른 해악은 온전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한 길엔 좌우의 이념도 부의 많고 적음도, 신분의 높고 낮음도 없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이후 더욱 다양하고 가열한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지금이 기회다. 만천하에 드러난 그들의 민낯에 통렬한 치욕과 오욕의 상흔을 새겨 두자. 역사의 이름 앞에 청산하지 못한 친일 매국 부역자들 심판의 표본을 만들자. 다시는 고개 들어 준동하지 못하도록 징치하자.  
오늘, 윤석열은 기시다의 부름을 받고 득의양양 만면에 웃을 띄며 그토록 원하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협력 파트너 일본은 그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준비해 놓았단다. 1박 2일, 두 번의 만찬 메뉴에 감동하고, 곁들어진 사케를 음미하며 기미가요를 흥얼거릴지 모른다.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한 그를 위해 일본이 건네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와 무슨 궤변을 늘어놓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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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태공 2023-03-16 18:40:31
어쩌다 친일세력이 발호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나ᆢ
부끄럽고 가슴아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