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의 조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3.16 09:33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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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인 (보은향토문화연구회장)

새 학기가 시작되고 경칩이 지나니 이제는 완연한 봄이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세상도 기지개를 켜고 무엇보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교하니 읍내 거리에서도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지역주민들, 특히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도 봄기운을 받아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 방역을 많이 완화하여 장소 대부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보은군민들은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소멸 위기 지역인 보은군을 보은군민 스스로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TV 뉴스를 보니 서울시 도봉구의 한 고등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국의 인구를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서울도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 극 즉 반(物極則反), 사물이 궁극에 이르면 도로 그 전 상태도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12만에 육박하던 인구가 3만으로 줄어든 보은군에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셈입니다.
귀농, 귀촌 희망자 적극 유치, 신성장동력과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인구 유입, 우리 보은군민들에게도 귀에 익은말들입니다. 또한 대학과 종합병원이 들어와야 하고 문화시설이 확충되어야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보은군 자체만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은군만이 할 수 있고, 현재의 보은군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는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문화재와 역사 유적을 보은군처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도 드물다고 합니다. 보은군은 속리산 국립공원의 관문이고, 천년고찰 법주사는 탐방객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큰 가람입니다. 삼년산성은 또 어떻습니까. 삼년산성은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그 축조연대와 기간이 명시된 뛰어난 산성입니다. 이제까지 여러 차례 부분적인 발굴과 보수공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진정한 가치와 중요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묵묵히 세월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이웃인 옥천군에서는 금년부터 옥천 군립박물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입니다. 보은군보다 인구도 많고 대전시에 인접해있어 남부 3 군중에서 제일 먼저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박물관은 현대에 이르러 과거의 유물을 보관 전시하는 단순 기능 이외에 지역의 종합문화공간으로 그 역할이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우리 보은군도 이제는 군립박물관 건립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보은 향토문화연구회는 지난해 보은군의 지원을 받아 전국의 다양한 박물관을 견학하고 그 결과를 보은군에 접목하기 위해 내부토의를 계속해왔습니다.
토의 결과 첫째 군립박물관은 군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둘째 미술관 기능도 겸비하면서 지역예술가들의 창작활동과 일반군민들의 참여가 가능하며, 셋째 지역적 특색을 강조하는 유물로 특화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휴식공간을 겸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성주리에 자리한 보은정보고등학교가 금년에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2, 3학년이 졸업하면 학교의 역할이 일단락되는 것입니다. 
보은정보고등학교 1970년대 후반에 보은읍 출신 교육자 최성열씨가 충청북도 도 교육감을 하실 때 보은군민들의 건의를 수용하여 공립 실업계 고등학교인 보은 여자상업고등학교로 개교한 이래 오늘날까지 지역교육의 일익을 담당해왔습니다. 이제는 지역사회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보은 향토문화연구회는 앞에서 말씀드린 미래의 보은 군립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현재의 보은정보고등학교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옛 선현의 가르침에 어떤 큰일이 원만하게 성취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天時)와 적당한 장소(地利)와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혼연일체(人和)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보은정보고등학교가 지역 교육기관의 역할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임무에 종사하는 앞으로가 天時에 해당하고, 그 자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산성이라는 삼년산성 바로 아래라는 점이 地利이며, 군민의 뜻을 모아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군립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은 人和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의 결정체인 보은 군립박물관이 원만하게 추진되어 은혜에 보답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보은 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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