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다시 시작이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3.09 09:30
  • 호수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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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수선화순이 올라와 있는 걸 오늘에서야 보았다. 집 앞 꽃밭에 조용히 고개를 내민 수선화순이 내게 환한 웃음과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선물해 준다. 아직 꽃샘추위는 오지 않았지만 이미 봄은 슬그머니 와버렸는지도 모른다. 낮엔 햇살이 제법 따뜻해 집안에 놔두었던 화분들을 내놓아 온몸으로 햇살을 품게 하였다. 꽃대와 나무의 가지들이 나른하게 햇살을 품고 기지개를 켰는지도 모른다. 뿌리들도 조금씩 화분의 흙 밑으로 꼼지락꼼지락 발가락을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어떤 꽃나무들은 다시 화분갈이를 해줄 만큼 자란 것들도 있다.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계절이다. 
3월은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온몸과 마음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100여 년 전 이 나라 선진들의 목숨을 건 외침과 함께, 수줍게 고개를 내민 수선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1월이 한 해의 시작이건만 본격적인 시작은 3월과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1월은 시작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3월엔 입학이 있고,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집 막내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1학년 수업을 시작하였고, 나도 보은문화원 문화교실이 개강하여 오늘 처음 어반스케치 수업을 들어서인지 뭔가 새로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다. 미술에는 소질이 없어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분야인데 올해 처음 어반스케치 수강 신청을 했다. 여행 할 때 사진만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했지만 내 실력을 알기에 큰 기대는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선 긋기 수업부터 시작해서 한동안은 계속 선 긋기만 한다는데 인내하면서 결석하지 않고 즐겁게 선 긋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빈 도화지에 선과 선이 모여 어느 날 문득 사물과 풍경을 그려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해에는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많이 읽고, 일기나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본다. 두 달 동안 얼마큼의 책을 읽었는지.... 집에서는 잘 읽히지 않아 도서관에 들러 읽은 책들 몇 권뿐이다. 보은교육도서관에서 호기롭게 5권의 책을 빌려왔으나 다 읽지 못한 채 2-3권의 책은 그대로 다시 반납했다. 3월에는 다시 도서관에 꾸준히 가야겠다. 일주일에 하루는 도서관에 가는 날로 정해 도서관 한 켠에서 책이 주는 평안함과 여유를 느끼며 완독해야겠다. 
지난 1월에는 도서관에서 신문을 펼쳐 읽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았는데 참 멋져 보였다. 체구는 작았지만 멋지게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이 생기 있어 보였다.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랫말처럼 그 할머니야말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빌려왔던 책 중에는 구십이 넘은 나이에 세계여행을 시작한 할머니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시 빌려서 읽어보아야겠다. 물론 자녀가 함께였기에 가능했지만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며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도 없고, 너무 늙은 나이도 없는 것 같다. 할 마음만 먹는다면, 시작할 용기가 있고 한 걸음을 떼는 노력이 있다면 소망은 조금씩 이루어질 테니까...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국민들과 시리아 국민들도 그들에게 닥친 시련과 고통을 쉽게 잊을 수는 없겠지만 힘을 내어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 발을 내디뎠으면 좋겠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원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위로와 힘이 되는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구호품이나 구호기금이 가족들을 잃고, 집을 잃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은 그들에게 발 디디고 일어설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고난을 이겨내고 시작하는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따뜻한 사랑이 되기를 바란다. 
봄만큼 할 일이 많은 때도 없을 것이다. 꽃밭도 가꾸어야 하고, 텃밭에 거름도 뿌려야 한다. 올 한 해도 꽃과 나무들을 잘 키워내어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선물해 주고 싶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꽃들이 어둡고 차가운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노란 수선화는 물론 연산홍과 작약, 베고니아, 작년에 심은 수국이 파랗게, 노랗게, 빨갛게 피어오르는 날을 고대한다. 그리고 올해에는 텃밭을 잘 만들어 감자, 고구마, 옥수수,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의 채소들이 땅의 거름을 충분히 먹고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건강한 열매를 내어주는 땅에 감사하며 작은 것도 나누며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봄비가 내려 땅을 촉촉이 적셔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3월이다. 
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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