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2.09 09:06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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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주말의 입춘과 대보름을 지나면서 날이 많이 풀린 듯하다. 쌀쌀한 바람의 기운이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언 땅이 녹듯 땅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매서운 찬바람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눈도 참 자주 왔고, 날이 추워서 눈이 녹지 않아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길을 오랫동안 걷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요즘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꽃샘추위가 다시 몰려올 수도 있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낮의 따뜻한 햇살이 좋다. 오늘은 집안에 두었던 화분 하나를 밖에 두어 마음껏 햇살을 받게 했고, 봄을 기다리며 히아신스 화분 3개를 창가에 놓기도 하였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봄나물의 향기가 들과 밭에 아지랑이 올라오듯 퍼져나갈 것이다. 냉이와 달래, 씀바귀가 봄이 왔다고 어깨를 들썩일 것이다. 내가 너무 일찍 봄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올해는 유독 봄이 기다려진다. 작년에 부지런히 심었던 꽃들이 어떻게 피어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아직은 미완성의 꽃밭이지만 해가 갈수록 예쁜 꽃들이 제 자리를 찾아, 보는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해 주면 좋겠다.
계절은 시간이 지나면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자연스럽게 온다. 하지만 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겨울 같은 날들이 끝없이 계속되기도 한다. 종교 문제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시리아 난민들뿐 아니라 1년 가까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목숨을 잃거나 집을 잃고 난민이 되어 떠도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이번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의 부상자는 물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허다하다. 여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건물만 3천 개 가까이 된다고 하니 짐작할 수도 없는 피해이다. 80개 가까운 여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피해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사상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아비규환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환경스페셜이라는 다큐를 보았다.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제목의 다큐였다.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자동차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터리 개발과 생산이 주요산업이 되었는데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은 배터리의 주요물질인 코발트를 캐기 위해 학교 대신 안전하지 않은 광산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다. 중금속인 코발트에 직접 노출되는 것도 위험한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땅속 광산에 들어가 맨손으로 코발트를 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아이들 또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구 이편에서는 전자제품의 편리함을 누리며 여름에는 시원하게 보내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내고 있는데 지구 저편에서는 목숨을 내건 아이들의 눈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뿐인가? 세계 곳곳에는 식수와 식량이 부족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을 길러가고, 식량이 부족해 진흙 과자를 구워 먹으며, 가난으로 교육 혜택뿐 아니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라틴아메리카의 커피농장, 서아프리카의 코코아농장,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 등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 또한 얼마나 심한가?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로 향해야 할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의 노동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봄은 언제 찾아올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이들이 너무나 많다.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연탄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정말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람들, 장애의 아픔과 마음의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 모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언제쯤 이땅 곳곳에 봄이 찾아와 생존의 위협에 놓여 있는 이들이 기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는지…. 먹고, 자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간의 기본권마저 빼앗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우선 내 주변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여러 어려움으로 상처받고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을 돌아보는 사랑과 안아줌이 필요하다. 
또한 적더라도 마음을 모은 후원금과,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를 당하지 않도록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도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을 잘 사용하여 오래 쓰고, 중고물품을 사용하거나 구제옷을 구입하여 입는 것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간접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쩐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추운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들꽃 한 송이, 들풀 한 포기 피어나는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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