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손끝에서 나온 고소한 맛 ‘송현리 두부’
투박한 손끝에서 나온 고소한 맛 ‘송현리 두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2.02 10:50
  • 호수 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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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귀한 마을에서 공동체 사업으로 찾아오는 마을 만들어

마을만들기 사업 전성시대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시작으로 농촌종합개발사업인 권역사업,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창조적 마을 및 새뜰마을사업,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 및 기초생활거점육성 사업, 일반 자율개발 마을만들기, 행복마을만들기 사업 등 정부의 각 부처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이 우후죽순 선정돼 사업이 완공되고 추진중이다. 사업 성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된 마을은 지원액이 상향된 마을 사업이 추진된다.
이렇게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마을은 수십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돼 노후 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환경이 정비돼 보다 쾌적한 마을 기반이 조성되고 소득을 높이는 마을도 생긴다. 이로인해 마을가꾸기에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기부여의 작용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핫하게 뜬 마로면 송현리(이장 차재옥)는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마을로 평가되고 있다.
3년전 여느 시골마을처럼 변화없이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점차 늙어가는 그저 그런 마을이었다면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마을에서 돈을 쓰는 활기있는 마을로 변했다.

#지금 송현리는 두부가 익어가는 마을
마을공동체가 수익사업으로 하고 있는 손두부가 전국에 소문나면서 일약 스타 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로 2023년 새해가 되면서 180도 다른 마을이 된 것이다.
두부사기 대열에는 주민들의 왕림구매는 물론 청주, 대전, 상주, 옥천 등 인근 도시민들이 주말 나들이 목적을 송현리 두부 구매로 잡을 정도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난생처음 들었던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이 송현리에서 하는 것은 두 개의 코스로 나뉜다.
하나는 마을식당에서 두부전골과 두부김치 등 두부요리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리고 귀가하면서 한 모당 5천원씩 하는 손두부를 한 모만 사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이웃이나 동생, 오빠에게 나눠준다며 3만원, 5만원어치 사간다.
또다른 하나는 마을주민들이 겨우내 논에 물을 대서 얼려놓은 논 썰매장에서 전통의 썰매타기 체험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마을식당에 들러 두부요리로 식사를 한 후 역시 귀가할 때는 손에 가득 손두부를 사가지고 간다.
지난 1월 29일 오전 11시경 기자가 송현리 두부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 주차장은 이미 차량이 가득찼다. 동네 행사가 있나 했던 차에 식당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상주시 화동면에서 왔다는 6, 70대 어르신 6명은 “송현리 두부마을 소문을 듣고 어제(28일)도 왔었는데 두부가 떨어져서 맛을 보지 못했다”며 “참기에는 아쉬워서 다시 와서 맛을 봤는데 고소하고 맛있다”고 평했다.
그런가하면 마을식당 앞에 만들어놓은 얼음썰매장에는 6, 7가족이 얼음썰매를 타고 있었다.
옥천에서 아들, 딸과 온 40대 부부는 “두부를 먹기 위해서 송현리를 왔는데 옥천에는 없는 얼음썰매장도 있고 좋다”며 “오랜만에 썰매를 타니까 추억도 새록새록 돋고 아이들과 함께 해서 더욱 재미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얼음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텐트에 장작을 지필 수 있는 난로도 설치해놓았다. 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에 대한 서비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마을에 활기돌아 
이같이 그동안 송현리로 외지인들을 불러들인 동력은 바로 마을공동체 사업이다.
올해로 이장 4년차를 맞는 차재옥 이장은 이장이 되면서 이대로 마을이 늙어 가서는 안되다고 생각하고 마을을 변화시켜야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전체 72가구 120명 주민 중 100명이 넘는 인구가 노인인 것을 장점으로 활용한 노인복지시범 사업이 첫 사업이다. 보은군 농업기술센터로부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년 전 부터는 방앗간 사업을 시작했다.
방앗간에서는 시골 방앗간이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고추를 빻고, 도토리를 빻고, 미숫가루용 방아를 찧고, 또 마을의 부지에 노인들이 콩을 공동경작하고 수확한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것.
방앗간 사업 중 일부였던 손두부 만들기는 1주일에 한 번 콩 16㎏으로 두부를 만들어 아는 사람, 사러오는 사람에게만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짬짬이 주민들은 노인들이 870여평을 공동경작해 수확한 콩과 한 주민이 5천평에서 농사지은 콩 타작도 하면서 두부를 만들어도 바쁘지 않았다.
그러다 소문을 듣고 두부를 사러 오는 사람이 늘기 시작해 설 임박해 한바탕 사람이 몰리더니 설이 지나자마자 매일매일 줄을 잇고 있다. 타작해야 할 콩도 밭에 그대로 쌓여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 분위기다.
콩 16㎏에서 손두부 48모가 나오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1주일에 48모를 팔았다면 지금은 매일 50모에서 많게는 100모 이상 팔릴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재료의 정직함과 함께 전통적인 방법으로 두부를 만들어 고유의 맛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즉 먹어본 사람들은 송현리 두부가 고소하고 부드러워 옛날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이라고 말하는데 스팀으로 콩을 찌지 않고 가마솥에서 끓여서 만드는 것이 비결인 것. 여기에 마을에서 식당이 운영되는 것이 송현리의 손두부가 날개가 돋힌 듯이 팔리는 또다른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현재 가내 수공업으로 이뤄지는 송현리 두부방앗간 시설로는 더 이상 두부를 만들어댈 수 없다. 그래서 시설확장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했지만 차재옥 이장은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현재의 시설을 이용해 욕심부리지 않고  두부를 잘 만들어 송현리 손두부를 찾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부를 만드는 방앗간에서 모든 가루를 빻는 시설이 돼 있지만 송현리는 가루를 빻는 시설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현재 두부만드는 방앗간은 두부와 떡 방앗간으로 운영하고 향후 이곳에서 메주도 만들어 띄워 판매할 계획이다.
차재옥씨가 이장이 되면서 목표했던 마을의 두 번째 변화는 외부인들이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물다 가게 하는 것. 그것을 연못에서 찾은 송현리 주민들은 연못 주변의 지저분한 잡목을 제거했다. 앞으로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암벽에는 인공폭포를 만들고 연못 주변으로 데크 산책로도 만들고 카페도 조성하는 등 마을의 중심으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사업이선정된 후 주민들이 계획했던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송현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마을 변화의 마중물이 돼 준 노인복지시범사업 생활원예 프로그램에 의해 마을광장에 조성된 꽃잔디와 홍매화가 4월이면 광장을 화려한 수놓는다. 그냥 시들게 두는 것이 아까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들에게 야외결혼식을 선물, 현재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차재옥(64) 이장, 허필성(75) 노인회장, 최순복(62) 부녀회장, 이원근(52) 새마을지도자가 중심이 된 송현리가 어디까지 변화할 것인지 기대하는 것만도 즐겁다. 구태의연이 아닌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송현리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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