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면 반촌순대
삼승면 반촌순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2.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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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복이 있어야 성공한다

‘사람은 인복이 있어야 성공한다’ 원남에 사는 지인은 “반촌순대는 주방장을 잘 만난 덕에 완전 자리를 잡았다. 점심에는 자리가 없다”고 전했다. 
토요일 오후 점심시간을 피해 반촌순대에 들렀다. 음식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반찬이 나오고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장탕이 나왔다. 새우젓과 다지기를 넣고 훌훌저은 다음 국물을 떠먹었다. 진하면서도 담백했다. 깍두기는 사각하면서 달콤했다. 
주방장 박가영(49)씨는 “국물 비법의 진수는 진하게 우려내는 것이며,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마늘을 이용해 맛을 낸다”고 한다. “깍두기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사과, 배, 양파를 갈아 당도를 맞춘다. 그래야 무르지 않고 사각거린다”며 “우리 가게의 비법은 욕심을 내지 않고 손님 한분한분에게 정성을 기울이는데 있다”고 한다. 가게를 하며 가장 기쁠 때는 “손님이 깨끗이 드시고 반찬을 추가로 가져가실 때 가장 행복하다”며 굳은 인상을 풀며 미소로 답한다.
반촌순대(보은군 삼승면 삼승탄부로 3, 원남리)의 주인장은 조선족인 최용숙(58)씨다. 중국 연변이 고향이며 조선족학교를 퇴직하고 3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남편은 현재 조선족학교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2년 뒤 정년퇴직하면 남편돠 시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시고 올 예정이다. 
최대표는 3년 전 반촌식당에 종업원으로 들어왔다. 1년이 되면서 주인이 몸을 다쳐 문을 닫았다. 몸이 완쾌되지 않자 성실하게 일하는 최대표에게 이 가게를 넘겼다. 2012년 3월 종업원에서 운영자로 바뀌었다. 주방장 박씨와의 인연은 가게문을 닫았을 당시 제천의 갈비집에서 동료로 만났다. 박씨는 최대표의 성실성에 반해 이곳으로 따라와 사장과 종업원으로 관계를 맺었다.
주방장 박씨는 서산출신으로 고기유통을 했다. 유통의 바닥부터 시작해 55명의 직원을 둔 잘 나가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다른 곳으로 눈을 팔지도 않았다. “왜 망했는지 모르겠어요. 30억정도 굴렸는데 10억이 막히면서 무엇에 홀린 듯 망하더라구요. 돈이 흐르다 막히니까 그냥 쓰러지더라구요” 작년에 개인회생이 끝난 박씨는 “그래도 남은 것은 인적 내트워크와 축산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식을 얻었다”며 욕심내지 않고 1년 후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기유통의 달인과 성실함을 가진 두 사업가는 의기투합해 반촌식당을 운영한다. 사장 종업원을 떠나 진솔한 마음으로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장사를 한다. 마을은 그 성실성을 인정해 주었다. “저는 텃세를 걱정했어요. 그런데 여기 원남분들은 교양있고, 젊잖고, 깔끔합니다. 여유가 있으시죠. 어르신들도 항상 존대를 해주고요. 양반의 고장이라 그런가 봐요”라며 “반촌식당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음식보다도 주위분들이 믿어주시고 사랑해주신 덕”이라고 설명한다.
원남의 유일한 순대국집으로 자리매김한 반촌순대는 고기를 듬뿍 주기로도 유명하다. 박씨는 “가스비와 공공요금 등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음식가격은 올리기 어렵고 고기의 양을 약간 줄일까 고민중 이예요. 난로도 연탄으로 바꿀까 해요”라며 주인장의 고뇌를 함께 나누고 있다.

새우젓과 다지기를 넣은 진하면서도 담백한 순대국. 사각하면서 달콤한 깍두기와 먹으면 또다른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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