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도 쉬지 않고 달리는 시내 버스!
설 명절에도 쉬지 않고 달리는 시내 버스!
  • 심우리
  • 승인 2023.01.19 11:07
  • 호수 67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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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버스를 운행해온 박성용(64)씨
“무녀독남이여서 새벽에 차례 지내고 출근하기도”
이제는 막내 아들이 성장해 차례 주도, 꼭두새벽 준비하던 아내의 수고도 덜어

누구나 보은읍내와 각 면을 오가는 버스를 한 번 씩은 이용해 봤을 것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 차를 운행해 먼 거리를 오간다고 하지만 그 옛날, 현재와는 다르게 도로에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거리를 다니기 위해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였다. 덜컹거리는 불편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 비록 지금은 도로도 포장되고 타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지만 병원을 오가는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이 버스이다. 더구나 이 시내버스는 명절이나 공휴일 가릴 것 없이 운행되어 비록 쉬는 날이여도 먼 길을 나가야하는 어르신들에게는 큰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듯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쉬는 날이 없이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버스 기사들의 삶은 어떨까?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31년간 신흥운수의 버스기사로 보은 곳곳을 누빈 박성용(64)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보은읍내, 특히 한양병원 사거리를 다니다 보면 병원 앞에 줄지어 앉아 계신 어르신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각 면 단위의 마을에서 새벽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나오신 어르신들, 혹은 다른 볼일로 새벽부터 나오신 어르신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하루 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보면 버스가 한 대, 두 대 들어와 어르신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박성용(64)씨 역시 이러한 풍경이 일상인 31년차 베테랑 버스기사이다. 1960년 외아들로 태어난 박성용씨는 20대부터 영업용 택시를 운행했으나 개인택시의 등장과 함께 영업용 택시를 그만두고 92년 6월 처음 버스기사로서 운행을 시작했다. 외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부친을 여읜만큼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독남으로써 그 책임이 막중했기에 버스를 운행해야만 하는 날과 겹치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였다. 때문에 제사를 지내야하는 날엔 출근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차례를 지내고 출근하곤 했다. 당시 박성용씨가 운행했던 첫 차의 시간이 5시 반이었고, 새벽부터 차례를 지내야하다보니 아내는 3시쯤 눈을 떠 차례준비를 했다고. 증조부에 조부, 부친 제사를 매번 챙기는데다가 명절까지 준비를 하니 그렇게 새벽부터 차례를 지내고 출근해야만 했다. 
오죽하면 박성용씨의 모친이 며느리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제사를 명절을 제외하고 1년에 한번으로 몰아서 지내자고 제안했다고. 그렇게 5~6년 전부터는 다행히도 명절 포함 제사를 3번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더구나 박성용씨 슬하에 있는 1남 2녀 중 올해로 26을 맞은 아들이 2년 전부터는 박성용씨가 일을 나갈 때면 아버지를 대신해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면서 새벽부터 일어나 지낼 필요도 없이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박성용씨 또한, 제삿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고생하던 아내에게 늘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한시름 덜게 됐다. 
비록 오랜 세월 제사나 명절날 함께 하지 못하면서까지 버스를 운행해온 박성용씨이지만 그렇다고 쉬는 날이 없이 버스를 운행해온 것은 아니다. 박성용씨가 소속되어 있는 신흥 운수에는 모두 35명의 기사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그중 10명은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예비기사로 빠지게 되면서 쉬는 날이 생긴다는 것. 덕분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로 어느덧 31년째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박성용씨. 오랜 세월 버스를 운행해온 만큼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박성용씨는 “옛날 버스를 처음 몰았을 때는 지금의 버스와는 그 외형부터 많이 달랐어요. 지금보다 길기도 더 길었고, 사람들도 많이 태우면 120명~130명은 거뜬히 태우곤 했죠. 그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에어컨도 없이 다녔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다녔나 지금 돌아봐도 신기할 정도에요”라며 옛날 버스를 몰던 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박성용씨는 “그래도 그땐 사람들이 단 한명도 불평, 불만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버스 몰고 가다가 친분이 생긴 농부들이 새참으로 말아준 국수 한 그릇 먹고 오겠다고 해도 아무도 면박을 주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니까요. 지금 그렇게하면 아주 큰일 나지요”하며 웃어보였다.
이렇듯 버스를 오래 몰다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과 친분이 생기기도 한다고. 버스 운행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사건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박성용씨는 “예전에 장안에서 타신 승객 한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간질(뇌전증)이 있으신 분이라 버스를 타고 가시던 중에 발작을 일으키시면서 앞으로 쓰러지셨던게 기억이 납니다. 어디서보니 그런 증상이 일어나면 뭘 하려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눕혀만 놓으면 된다고 한 것 같아 같이 타 있던 학생과 승객분을 꺼내 일자로 눕혀놓았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하고 나니 얼마 후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털고 일어나시더라구요. 그 후로도 몇 번 뵈었는데 알아보시고는 감사하다며 대추를 선물해 주셨던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 했다.
어느덧 버스를 운행한지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퇴직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박성용씨는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다. 박성용씨는 “퇴직하고도 연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할 수 있게끔 회사에서 배려해준 것”이라며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회사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박성용씨의 퇴직이 1년 정도 남은 지금, 회사측에선 오랫동안 함께해온 박성용씨를 보내기 아쉬웠는지 “원한다면 더 일해도 좋다”고 제한했지만 박성용씨는 “이젠 좀 쉬고 싶다. 나중에 생각이 든다면 그 때 말씀 드릴테니 자리 비워달라”며 웃어보였다고. 그럼에도 오랫동안 함께 해온 회사와 대표님, 그리고 다른 기사님들과 쌓인 정때문인지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도 한다.
박성용씨는 “31년간 버스기사로 일했고, 15년 전부터는 한국노총 전국자동차 노동조합연맹 충북도지역본부 신흥운수 노동조합 조합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회사에선 항상 ‘승객을 내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접하라’고 가르쳤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새로들어온 기사의 교육을 전담하게 되면서 그들에게 내가 배운 것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정말 회사에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신흥운수의 기사들은 항상 먼 길을 운전하면서도 항상 웃으며 승객들을 맞으려고 힘쓰고 있다. 버스를 이용하시는 승객분들도 이러한 기사분들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하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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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2023-01-19 20:44:34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 불어도 항상 같은시간 같은장소를 어김없이 승객들을위해서 31년씩이나 운행을 하셨다니 기사님의 노고에 머리숙여 깊은감사를드립니다. 오늘 내일 어김없이 저희 부모님께서도 항상 버스를 이용하시는데 두분다 다리가 많이 불편하십니다. 버스에 오르락 내리락 하시는것도 힘에겨워 하시고요 시골쪽은 그런분들이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기사님들이 많이 힘들것같구요
항상 애써 주시는 기사님들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기사님 힘내시고 항상 모든 기사님들을위해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박소연 2023-01-19 18:04:49
저희 아버지이시지만, 가족이라서가 아니라도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늘 승객과 회사를 생각하시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 없이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분이세요. 집에서 아버지가 회사생활 말씀해주시면 재미있기도 하고, 일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죽하면 저도 신흥운수에서 일하고 싶다는 농담이 나올까요.
이제 은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 남은 기간동안 행복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저는 아빠가 버스기사인 것이 부끄러웠던 적이 없어요.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은퇴하시면 저희랑 많이 놀러다녀요~

김영숙 2023-01-19 17:15:04
와우~저 기사님 너무 친절하시고 너무 멋쟁이 이십니다.
군민들을위해 쉬는날없이 매일 희생해주시는 덕분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