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을 다시 보다
[칼럼] 베트남을 다시 보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1.19 09:38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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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심웅섭
해바라기문화공작소 대표
회인면 눌곡리

아내와 한 달 동안 베트남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다낭을 거쳐 호이안, 달랏, 바오록, 남깟띠엔 국립공원에서 대략 일주일씩 머물다가 마지막에는 호찌민을 통해 돌아왔다. 베트남을 여행지로 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나라에서 가깝고 물가가 싸며 무엇보다도 따뜻한 나라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따뜻한 나라에서 맛있는 열대과일을 실컷 먹으며 맘껏 즐기고 돌아왔다. 한국이 혹독한 겨울 추위와 폭설로 고생한다는 소식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데 짧지 않은 기간 여행하면서 나는 베트남을 다시 보게 되었다. 베트남에 대해 내가 모르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했다는 말이다.
우선 베트남이 생각보다 잘 산다는 점이다. 다낭이나 달랏, 호치민의 도시는 우리나라 웬만한 도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빌딩과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사는 집들도 반듯하고 예뻤다. 물론 오토바이와 차가 뒤섞여 소음과 공해가 심했고 뒷 골목길로는 낙후된 모습이 많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깔끔했다는 말이다. 농촌 지역의 모습은 더 놀라웠다. 경지정리가 잘 된 넓은 논에는 농민들이 트랙터로 부지런히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었고, 야트막한 구릉지를 따라 커피와 차나무가 그림처럼 심겨 있었다. 각종 열대 과일들을 재배하는 과수원들은 빠짐없이 관수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농촌 주택들은 반듯한 벽돌집에 꽃들이 만발한 모습들이었다. 한마디로 베트남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못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무척 부지런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아침 7시면 학교나 상가가 문을 열고, 사람들은 그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침 6시 반에 시골 장터에 나가보니 벌써 수많은 농민과 주민들이 모여들어 장터의 활기가 대단했을 정도다. 
이웃과 가족 간의 관계가 우리보다 훨씬 더 끈끈해 보였으며 낙천적이기도 했다. 시골 사람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함께 깔깔거리고, 도시 사람들은 틈만 나면 둘러앉아서 수다를 떠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도 골목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고 복잡한 도시의 인도에 상을 펴고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러웠던 것은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에도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았다. 청년들이 시골 장터에 노점을 펼치고 물건을 팔고 청년들이 그 물건을 사가는 모습, 도시공원마다 결혼사진을 찍어대는 커플들은 왠지 낯설고도 부러운 장면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것도 새삼 실감했다. 한국의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사람들, 나중에 커서 한국에 여행하고 싶다는 아이,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세 명이나 만났다. 박항서 감독의 인기도 대단했다. 한번은 버스 정류장에서 직원에게 스마트폰 충전을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한국인임을 눈치챈 이 직원이 박항서 감독 이름을 대며 과한 호의를 베풀어주기도 했다. 주변에는 서양 여행객도 많았지만 단연코 한국인인 우리 부부가 최고의 특별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젊고 부지런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 인구 1억 명에 중국을 대신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투자국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이쯤에서 베트남의 미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비록 경제 수준이 미미한 편이지만 몇십 년이 지난 후에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잘사는 나라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최소한 한국의 중요한 교역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의 근거는 단순하다. 모두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를 받는 빈곤 국가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그랬다면 베트남이라고 안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보은에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자들과 그 자녀들이 많다. 베트남이 지닌 가능성과 우리가 지닌 장점을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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