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키운 선인장이 꽃을 피웠어요
5년 동안 키운 선인장이 꽃을 피웠어요
  • 편집부
  • 승인 2009.07.07 14:41
  • 호수 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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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곳에서 발견한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모를 뿐입니다.
 여러 해가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림잡아 약 5년은 족히 지났을 것입니다.
 집 식구가 아주 조그맣고 동그란, 가시가 숭숭 박힌 이름 모를 선인장을 하나 가지고 와서 심으라고 했을 때, “그런 것을 무얼 하려 가져왔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너무나 작아서, 아주 조그만 화분에 선인장을 심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 많이 자라지 않았고, 2년 정도 자라니까 선인장도 제법 크고 해서 좀 더 큰 화분에다 옮겨 심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선인장은 주먹만큼이나 크고, 새끼 선인장들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떼어내면 또 달리고, 떼어내면 또 달리고 해서 이웃에 분양을 해주려고 했지만 별로 볼 품 없고 꽃도 피우지 않는 이 선인장을 아무도 분양해 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됐습니다.
 볼품없는 선인장이지만 혹시 얼어 죽지 않을까 해서 집안에다 들여놨습니다.
 선인장을 집안에 들여 놓았다가 내 놨다 하기도 귀찮고 해서 금년 가을에는 버릴까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년 봄, 선인장에 꽃망울 같은 것이 세 개가 맺힌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성급합니다.
 그 꽃망울이 얼른 커서 빨리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선인장의 꽃망울은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이 지나도,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선인장에 꽃망울이 생겼다고 들뜬 기분도 사라지고, 그렇게 선인장에 대한 관심이 차츰 사라져갈 때였습니다.
 지난 6월15일, 갑자기 선인장의 꽃대가 기다랗게 자라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었던 선인장을 거실로 옮겨 놓았습니다.
 무엇을 피우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지, 곧바로 터질 것만 같았던 꽃망울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6월20일 저녁 7시 경.
 드디어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서서히 꽃봉오리가 열렸습니다.
 꽃망울이 생기고 약 두 달만의 일입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말없이, 아주 조금씩, 이렇게 예쁜 꽃을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5년이란 긴 세월을 사람들의 무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예쁜 꽃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5년여의 긴 나날들을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견디어 온 선인장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전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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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2009-07-16 14:05:09
선인장 꽃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꽃이 선인장 크기 만하네요.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