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새해 소망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1.05 09:47
  • 호수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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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코로나로 미뤄졌던 제야의 종소리는 3년 만에 다시 울렸고, 종각이 있는 종로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또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명소를 찾았다. 정동진, 하조대, 울진의 간절곶, 호미곶, 제주 성산일출봉, 서울의 선유도공원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길을 나선 이들이 많은 걸 보면 그만큼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 많은가 보다. 
2023년은 육십간지의 40번째인 계묘년(癸卯年)이다. 육십간지가 우리 삶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해마다 그 해의 동물과 뜻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을 터이다.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여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이다.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 색과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가 만난 것이다. 
해마다 어렵다, 힘들다 하는데 올해도 여전히 경제 위기에 놓여 있어 많은 이들이 희망보다는 걱정이 더 많아 보인다. 어디 경제뿐이겠는가. 퇴보하는 듯한 정치 상황, 수시로 변하는 국제관계, 전쟁과 기근에 따른 난민 발생,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급격히 훼손되어가는 자연환경 등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때에 새해에는 지혜로운 토끼처럼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새해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떤 꿈을 위해 나아가려 하는가?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 새해가 되면 우리는 작은 소망 한 가지씩은 품게 된다. 새해가 주는 설렘과 넉넉함 때문일까? 새롭게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누군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만 같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작심삼일 100여 번 하면 한 해 동안 꾸준히 뭔가를 하고, 이뤄내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백한 살의 할머니의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 할머니는 혼자 사시면서도 뭐든지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시고, 식사도 스스로 준비하여 드시며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백 살이 넘으셨는데도 아침마다 영어단어장을 매일 소리내어 읽으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팔십만 되었어도 노인대학에서 가르치는 영어를 배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셨다.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내가 뭘 해”,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죽지 못해 사는 거지” 하고 체념하며 사시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백 살이 넘은 할머니는 죽음이 문턱에 가까이 와 있음에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살고 계신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삶이 아니라 시간을 붙잡고 주어진 시간을 누리며 살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걸 느낀다. 우스갯소리로 나이만큼의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가는 시간을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나도 시간을 붙잡고 그 시간을 충분하게 누리며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노안이 오면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와 돋보기는 불편하다는 핑계로,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자주 들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에는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그리고 일기장을 더 자주 손에 들어야겠다. 요즘은 오디오북도 많지만 종이의 질감이 주는 편안함을 누리며 글자와 글자 사이, 글자의 줄 사이에 있는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이 걷고,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작은 몸짓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내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시어로 날갯짓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 속에서 깨달은 진리와 소중한 감정을 글로 형상화하여 햇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그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지면 더없이 좋겠다. 
새해에는 나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와 주변의 많은 이웃들도 소원이든, 소망이든, 그리고 꿈이든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새해에는 뭘 해야지 하는 계획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다이어리에 새해 꿈과 계획을 촘촘히 적어 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새해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한다든지, 무언가를 배워 익히고 성장하여,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이 되겠는가. 
새해의 소망이 소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삶에서 이루어지고, 결과가 어떠하든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소망이 되기를 바란다. 자,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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