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탐방(51)-마로면 관기3리
우리마을 탐방(51)-마로면 관기3리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2.15 11:35
  • 호수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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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들이 이주하고 싶어 할 정도로 선호도 높은 마로면 관기3리

#공민왕이 홍건적침입 당시 복주(福州) 지금의 안동으로 파천하였는데, 김용(金墉)의 반란 때문에 환도하지 못해 전전할 때 관기에서 묵은 일이 있어 왕래원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
이번 호에 소개하는 마로면 관기3리는 보은읍 동쪽 20km에 있는 마을로 마로면의 모든 행정기관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관기3리 마을입구의 모습이다. 소방대와 지구대, 복지센터, 보건지소가 자리하고 있다.<br>
관기3리 마을입구의 모습이다. 소방대와 지구대, 복지센터, 보건지소가 자리하고 있다.

관기3리 입구에 도착하니 소방대와 지구대가 보이고 복지센터와 보건지소가 자리하고 있다. 면 소재지 입구에 마을 자랑 비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마을은 보은에서 상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으며 마로면 소재지로서 주요 관청이 자리하고 있다. 관기라는 지명은 왕래원이라는 관(館)이 있었으므로 부르게 된 지명이다. 왕래원은 공민왕 10년 2차 홍건적이 침입하여 개경이 함락되자 복주(福州) 지금의 안동으로 파천하였는데, 김용(金墉)이 반란을 일으켜 상주로 피신했다. 다시 청주로 전전하며 환도 시기를 기다릴 때 관기에서 묵은 일이 있어 왕래원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적암리에도 원 터라는 곳이 있어, 원래는 원(院)이 적암(赤巖)에 있었으나 공민왕이 관기에 따로 설치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천년을 맞이하여 마을의 안녕과 무궁한 번영을 기약하며 마을 사람들의 뜻을 모아 여기 이 자랑 비를 세우고 오래오래 복된 마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쓰여 있다. 

마을 유래비를 뒤로하고 시장을 들어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관기 장날이란다. 길가에 몇몇 장꾼들이 전을 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은 손님들이 보이지 않고 장꾼들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식당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인다. 여느 시골 마을하고는 다른 모습이다. 주변 상가를 살펴보니 이름들이 하나같이 정감 있다. 한식전문식당의 동일관, 짬뽕전문점 꼬막 짬뽕, 생명 나무한의원, 봉이 돈가스, 별난 식당 등등 우리네 이웃같이 인정 넘치는 간판들이다. 거리 간판들을 보니 관기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관기리는 마로 광업소가 있을 당시 장날이 되면 인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마을로 당시는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번화했던 마을. 
오늘은 관기 장날(4일, 9일)인 관계로 마을회관 방문은 천천히 하고 장 구경을 먼저 하기로 하고 장터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는데, 신발 파는 곳에서 흥정이 한 장이다. 

관기전통시장의 모습. 4일과 9일 장이 열린다. 장날이 되면 골목마다 사람이 넘쳐났던 모습과는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br>
관기전통시장의 모습. 4일과 9일 장이 열린다. 장날이 되면 골목마다 사람이 넘쳐났던 모습과는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골 장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시골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가 흥정이 끝났는지 만족한 모습이다. 파는 사람도 만족하고 사는 사람도 만족한 얼굴을 하는 흥정은 시골 장날에서나 보는 모습일 듯하다. 두 분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시장 옆에 있는 마을회관을 찾아가니 주민 예닐곱 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하며 인사를 하니 안면이 많은 어르신 한 분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리와 앉아요. 차 한 잔 드릴까요? 오늘 날씨가 많이 차갑지요?” 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신다. “감사합니다. 제가 드려야 하는데, 얻어먹네요” 하며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니 얼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는 느낌이 든다. 시장 구경을 하며 돌아다닐 때 날씨가 많이 추웠나 보다. 얼었던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관기 시장 우물터의 모습. 관기 장날이 되면 장꾼이나 손님들이 우물을 사용할 정도로 물이 많이 나는 샘이었다.<br>
관기 시장 우물터의 모습. 관기 장날이 되면 장꾼이나 손님들이 우물을 사용할 정도로 물이 많이 나는 샘이었다.

어르신들에게 마을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아왔다고 하니 “우리 마을은 예로부터 시장터였답니다. 50~60년 전만 해도 장날이 되면 골목마다 사람들이 엄청났었답니다. 당시는 마을회관 앞까지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었고, 특히 가축시장이 많이 발달 되어 있어 우시장과 돼지 시장이 유달리 컸답니다. 그때가 참 좋았지요” 올해 80세라고 하시는 어르신 한 분이 마을 설명을 하시는 것을 듣고 있던 분이 올해 73세라고 하시면서 “우리 마을은 두레박 샘이 여러 곳 있었는데, 물이 유달리 짠맛이 강했답니다. 지금의 신협 뒤쪽에 큰 우물이 있었는데, 관기 장날이 되면 장꾼이고 손님이고 모두 그 우물물을 사용할 정도로 물이 많이 나는 샘이었지요” 
보은에는 유달리 짠맛을 내는 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아마도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보은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그런가 보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진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밖을 나오니 겨울 찬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온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관기 3리는 지금도 도시인들이 이주하고 싶어 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마을. 
마로면 관기 3리는 지구대, 소방서, 보건지소뿐만 아니라 복지관을 비롯한 농협, 신협, 의원, 게이트볼 연습장이 설치되어 있는 장터, 목재소, 주유소까지 각종 행정기관과 그에 따른 복지시설 등 편의시설과 부대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는 보기 드문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외지에서 귀농, 귀촌하겠다고 끊임없이 이주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관기3리와 2리는 경계 구분이 없을 정도로 함께 되어 있고, 농촌 마을이라기보다는 도농복합 준도시 마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기록될 정도로 교통과 넓은 들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관기리 마을이다. 마을회관을 나와 시장 한 곳을 가니 시골 마을 같지 않게 많은 사람이 나와 있다. 무슨 일일까 하고 인파가 있는 곳으로 가니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뿐만 아니라 몇몇 집에서, 많은 사람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음식점을 하나 차려야겠다고 하신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다들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듯하다. 식사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임한리 솔밭을 지나오는데, 겨울바람을 맞으며 노부부가 콩 다발을 들이는지 다정한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차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다 저렇게 늙는다는 것이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화용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기삼거리에 있는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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