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2.08 12:16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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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종합적인 육아 환경의 개선 필요성

지난 10월 21일, 보은군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육아맘을 만났다. 그들은 그림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속마음을 공유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경험을 공유하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림책 테라피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 중에도 그들은 육아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렇게 육아에 열정적인 그들마저 ‘내가 너를 키우기 힘든 이유’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엄마들에게 있지도, 아이에게 있지도 않고, 그들의 ‘환경’에 있다. 이제 환경은 자연의 범주가 아닌 사람, 시설, 주거 등 모든 것들을 어우르는 말이 됐다. 그들에게 보은군에서 육아하면서 육아 환경에 대해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많죠” 본보는 보은군의 육아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육아하는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환경을 살펴보고 보도하겠다. (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2. 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3. 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4. 보은군 종합적인 육아 환경의 개선 필요성


보은 읍내를 지나다 보면 임대로 내놓은 육아용품점이 보인다. 지난 11월에 보은군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3명이다.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출생아는 총 76명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는 100명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은군은 육아하기에 적합한 환경일까? 부모들은 아이를 위한 선택이 무엇일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은군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곳이 돼줘야만 한다. 이에 보은군에 필요한 육아 환경을 5가지 문제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임대중인 육아용품 판매점. 출생아수가 줄어들면서 육아용품을 파는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교육의 문제
육아맘들에게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체능으로 진로를 정하려 할 때는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육아맘 A씨는 “아이가 예체능을 원한다면 이주를 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보은군은 미술과 음악으로 입시를 준비하기엔 학원도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체능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미술과 음악을 배우러 청주로, 대전으로 혹은 서울로 나가곤 한다.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고등학생 B씨는 “보은군에 실용음악이나 입시 미술을 위한 학원이나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말고도 아이들은 자라면서 큰 도시로 향해 간다. 보은군에서도 미술, 음악, 체육 등의 특기를 살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이들이 밖으로 나가야만 배울 수 있다면 보은군에 남아 이러한 교육의 문제에 대해 지난 11월 개원 125일을 맞아 만난 최부림 의장에게 의회는 어떤 기조를 보이는지 물었다. 보은군의회 최부림 의장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보은군 밖으로 많이 나가는 시기가 청소년과 청년 시기다. 이 시기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무언가 해주지 않으면 계속 놓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의 문제
의료의 문제는 지방의 고질적인 문제다.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병원이 마땅치 않다. 아이를 키우는 C씨는 읍내에 병원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아파 응급실을 찾았을 때 소아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없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진료를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빠르게 보은군 밖으로 나가 청주의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보은군에서 청주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50분이다. 이 말은 곧 아이가 아프면 위험을 감수하고 장시간 이동해 도시의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또한 사정이 열악하다. 보은군에 유일한 응급실 운영 병원인 한양병원은 응급실 운영에 따른 지출이 고정적이어서 인력을 최소화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양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위해 총 20명의 최소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급여를 포함해 월 1억3천여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 15억1천2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아이는 목에 가시가 걸려서 다른 아이는 화상을 입어서 응급실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당장 아픈 아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군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출산의 문제
보은군에는 셋째 아이에 대한 육아 보험 지원이 존재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 아이의 출산 장려 정책 일환이었다. 그러나, 보험의 중복지급 문제 등으로 인해 이는 중단됐다. 이에 육아맘 D씨는 “조례는 살아있으나 이후에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문제가 돼서 중단했으면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냥 없애면 끝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군은 대안으로 어떤 지원을 계획하고 있을까?
지난 11월 30일 열린 군의회 2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 이경노 부의장은 “보은군은 첫째 첫 만남 이용권으로 200만원 지급하고, 출생 용품으로 매 1회 한해서 20만원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인근 시군에서는 이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에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안진수 기획감사실장에게 질문했다. 이에 안진수 기획감사실장은 “현재 지원하는 사항들은 인구 증가 시책 조례에 따라 있는 그 부분들은 수정이 될 것이다. 출산 장려금 부분도 첫째 아이, 둘째 아이, 셋째 아이 이상에 대한 기준을 달리해서 첫째 아이 같은 경우는 240만원, 둘째 아이 같은 경우는 720만원, 셋째 아이는 1200만원 이런 식으로 증액해서 월별로 분할지급하는 조례 개정 추진할 예정이다. 또 김영환 도지사의 공약에 맞춰 출산, 양육수당 분할 지급도 계획돼있다. 또 초·중·고등학교 입학과 관련한 축하금 부분도 새롭게 조례를 제정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 12월 1일, 김응철 의원은 “분만, 산후조리와 같은 부분에서 산부인과가 없는 지금 군이 책임을 져줘야 한다. 지금 보은군의 출산 정책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인식 주민복지과장은 “그 말에 동감하고 있다. 출산 정책에 대해 재검토 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에선 대안과 여러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말뿐인 약속이 되지는 않을지, 육아 엄마들의 의문과 걱정이 풀리지 않은 만큼 군에 더욱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의 문제
보은군은 초고령화 지역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많다. 그에 비해 청년, 청소년, 아이와 부모를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추세는 문화와 행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행사는 많은 편인데, 아이와 가족을 위한 행사는 상대적으로 적다. 육아맘 A씨는 “저희가 갈만한 행사는 별로 없다. 어르신들 위주의 행사가 많다 보니 행사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을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 간 교류, 소통도 줄어들었다. 면민의 날 행사만 봐도 노인들과 행사 관계자만 있을 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 엄마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지난 대추 축제에서 전 연령대가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의 크고 작음을 떠나 많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행사를 많이 기획한다면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보은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주거의 문제
E씨는 도시에서 살다 아이가 친환경적인 곳에서 자라길 바라며 이곳 보은군으로 아이의 학교를 옮겼다. 괴산, 옥천 등 6곳을 고려했고 그 중 보은군의 내북초를 선택했다고 했다. 자연이 어우러진 보은군의 학교 환경은 E씨가 바라던 학교였다. 그러나 보은군에서 E씨가 살 집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낯선 땅에서 덜컥 집을 짓기도, 집을 사기도 어려웠다. 괜찮은 집은 이미 누군가 주거하고 있고 월세로 집을 구하려면 읍내로 와야 하는데, 이들이 원하는 건 작은 학교였다. 어떤 곳에 살아야 하는지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기에 적합할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미리 체험해볼 기회가 필요했다. 그래서 E씨가 택한 방법은 귀농·귀촌인으로 주거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쉽지는 않았다. 귀촌 정책이 아닌 귀농 정책의 성격이 짙어 농사를 짓지 않을 거라면 온라인으로 100시간의 귀농 수업을 받아야 했다. E씨는 10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왜 순수하게 귀촌하고자 하는 이가 귀농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E씨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연 친화적인 학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글을 보고 44명의 학부모가 상담을 신청했다고 했다. 청주, 대전, 울산, 구미, 성남 그리고 미국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친환경적인 학교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수요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2가구가 이주를 왔다고도 했다. E씨는 상담을 통해 대부분 학부모가 통학 지원의 어려움과 거주지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말했다. 또 교육청에서 조사한 결과, 24가구가 보은군으로 이주하길 원했지만, 위와 같은 문제로 정주 여건에 부딪혔다고 한다.
인근의 옥천군과 괴산군의 경우, 귀촌인에게 빈집을 수리해 임대사업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귀촌 생활을 하며 아이를 자연 속에서 키워볼 기회를 주고 있다. 보은군의 인구 증가 시책에 귀농·귀촌인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영농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건이나 농기계 구입 자금, 농지 구입 등의 내용으로 귀농인과 비교하면 귀촌인을 위한 정책은 미비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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