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다실’을 아시나요
‘복다실’을 아시나요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2.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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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시민기자

보은 회인에 복다실이 있다. 농협 뒷골목에 들어서면 넝쿨에 살짝 가린 ‘복다실’ 간판이 눈에 뛴다. “따뜻한 커피 한잔할까?”하고 입구를 바라보면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 등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헉! 그렇다. 복다실은 칼국수와 수제비 그리고 칼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국수집이다. 국수보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묵밥과 육개장도 메뉴에 추가하였다. 묵은 직접 주어 가루를 내어 만든다. 육개장은 파뿌리, 대파, 다시다, 무, 다시마를 넣고 비린내가 안나게 끓인다. 고기는 직접 찢어 손맛을 더한다.
칼국수를 선택한 건 엄마의 영향이다. “어려서 먹던대로 김치 쫑쫑 썰고 콩나물 넣어 친정엄마가 해주던 방식대로 했더니 손님들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 친정엄마(박분예, 93)는 미원 대신리에 사시는데 가끔 오시면 국수를 드시고 마땅치 않으면 바로 혼을 내시죠. 사실 국수에 감자를 채 쓸어 넣어야 더 담백한데 김장하느라 너무 피곤해 오늘 손님들에게는 넣어주질 못했어요. 만약 엄마가 오늘 오셨으면 호통을 치셨을 거예요”라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기다린다.
복다실 음식 맛의 비결은 야채다. 육수 국물에 멸치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배추김치, 알타리김치에 액젓도 넣지 않고 오로지 무, 양파, 찹쌀 등만 사용한다. 복다실만이 가지고 있는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의 비결이다. 금방 밀어서 넣은 것 같은 부드럽고 쫄깃한 면발의 비결은 생 칼국수다. 여름 한철 콩국수를 한다. 반찬으로 오이피클을 내어준다, 콩국수와 오이피클은 궁합이 잘 맞아 인기가 최고다. 천안 서울에서도 내려온다.

복다실 주인 김태복 씨.

복다실의 주인장은 김태복 여사(70)다. 김여사는 증평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학창 생활을 하고 서울 비단공장에 취업했다. 사장님의 중매로 6살위인 청주 가덕 노동리 출신 신한수씨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국수집 일을 돕다 3년전에 돌아가셨다. 남편이 있을 때는 만두도 하고 김장김치도 600~700포기씩 했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만두도 안하고 김장도 280포기만 한다.

메뉴판 옆에 김태복씨의 결혼 사진이 걸려있다.

김여사가 회인에 정착하게 된 것은 운명이다. “40년 전 남편하고 오토바이 타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고사리를 꺽으로 신문리에 왔지요. 신문리는 시외가댁으로 고씨집안 집성촌이예요. 남편은 어디에 고사리가 많은지 고비가 많은지 잘 알지요. 평소 공기 좋은데 살아야 건강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느낌이 확 오는 거예요. 때마침 소재지에 빈가게가 있어 바로 계약했어요. 지금 내사랑치킨 자리지요. 그 당시에는 4개의 탄광이 있어 사람도 많았지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노래방 다방 등을 운영하다 13년 전 이 건물을 사면서 복다실을 열었다. “왜 칼국수집 이름이 복다실이예요” 라고 물으니 “바로 옆이 학교잖아요. 그래서 술 파는 일반음식점을 열 수 없는 거예요. 무얼할까 고민하다 휴게음식업 허가를 내고 칼국수를 시작했지요. 그래서 이름을 ‘복다실’로 지었지요” 그녀가 가장 기쁠 때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어요. 또 올게요”라며 인사할 때와 ‘반찬을 싹 비우고 갈 때’다.
김여사는 슬하에 3남매를 두었다. 모두 청주 용암동에 산다. 이번에 외손자가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나머지 초·중·고생 손자들이 있다. “몸이 허락 할 때 까지 장사할 거예요. 그래야 애들에게 손 안 벌리고 손자들 용돈도 주지요. 한달에 700~80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요. 혼자 장사하느라 힘들지만 아직도 약한번 안먹은 강골이랍니다” 천상 복다실의 주인이다. 예약(☎043-543-4777)하면 주인장이 바로 받는다.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주변 골목을 돌아보는 것은 복다실의 서비스다. 정갈한 돌담길과 동헌, 오장환 문학관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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