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지방의 생활문화유산(38)- ‘부대찌개’와‘꿀꿀이죽’
보은지방의 생활문화유산(38)- ‘부대찌개’와‘꿀꿀이죽’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2.08 11:08
  • 호수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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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여러 종류의 햄과 소시지 등에 사골육수를 부은 부대찌개는 풍성한 한끼의 별미 식사가 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햄과 소시지 등에 사골육수를 부은 부대찌개는 풍성한 한끼의 별미 식사가 되고 있다.

1950년대에 6.25전쟁이 마무리되면서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이라는 음식이 생겨났다. 보은에도 ‘부대찌개’식당이 몇 군대 생겨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지만,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은 우리민족의 슬프고도 참혹한 민족 간의 전쟁 역사를 품고 있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부대찌개는 문자 그대로 ‘군부대의 찌개’란 뜻이지만, 실상은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먹던 음식이 아니라, 6.25전쟁 후 식량이 부족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던 시기에, 경기도의 의정부, 송탄, 동두천에서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 중 햄이나 고기 등을 골라 넣어 만든 음식이 부대찌개이다. 
부대찌개는 점차 다른 지방까지 확산되어 1960년대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나, 공장노동자들이 외식이나 회식을 할 때에 자주 먹는 음식이 되었다. 1980년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햄과 소시지가 생산되며 부대찌개는 전국적인 음식이 되었고, 1998년에는 의정부에 ‘부대찌개골목’까지 생겨났다. 요즈음 부대찌개는 여러 종류의 햄과 소시지를 길쭉하고, 큼직하게 썰어 넣고, 돼지고기, 콩나물, 팽이버섯, 파, 두부 등을 첨가하고, 사골육수를 부어 끓여서 건져 먹다가, 여기에 라면이나 흰 가래떡 등을 더하면 풍성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의정부시에서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음식물찌꺼기를 사용한 음식이었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중앙역 부근을 ‘부대찌개거리’로 지정하여 2006년부터 축제를 열고 있으며, 이제는 현대인들에게 퓨전 요리로 인식되어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꿀꿀이죽’은 돼지나 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얻은 이름으로, 보은지방에서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의 저녁에, 남아있는 찬밥에다 김치, 콩나물, 고구마, 호박, 채소 등을 넣고 물을 많이 부어서 멀겋게 끓여서 먹었던 ‘김치죽’처럼,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서 끓여 만든 잡탕 죽으로 ‘유엔 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휴지, 비닐, 담배꽁초와 씹던 껌까지 나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꿀꿀이죽’은 값이 싸서 주머니가 가벼운 막노동꾼이나, 피란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한 끼 식사였던 때도 있었다. 필자도 1969년도에 가난하여 대학진학을 못하고, 서울 청계천에 있는 ‘다다미방’에서 합숙 잠을 자며 막노동을 할 때,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 값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곳에서 고생을 해?’하며, 슬쩍 반 국자 더 얹어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맛있게 먹던 나의 모습이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라가 부유해 지면서, 1970년대부터 ‘꿀꿀이죽’이라는 음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부대찌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음식이 되어, 외국인도 함께 즐겨 먹는 ‘한국 음식’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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