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2.01 10:50
  • 호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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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종합지원센터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지난 10월 21일, 보은군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육아맘을 만났다. 그들은 그림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속마음을 공유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경험을 공유하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림책 테라피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 중에도 그들은 육아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렇게 육아에 열정적인 그들마저 ‘내가 너를 키우기 힘든 이유’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엄마들에게 있지도, 아이에게 있지도 않고, 그들의 ‘환경’에 있다. 이제 환경은 자연의 범주가 아닌 사람, 시설, 주거 등 모든 것들을 어우르는 말이 됐다. 그들에게 보은군에서 육아하면서 육아 환경에 대해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많죠” 본보는 보은군의 육아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육아하는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환경을 살펴보고 보도하겠다. (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2. 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3. 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4. 보은군 종합적인 육아 환경의 개선 필요성


 

지난 11월 30일 군수실에서 ‘해피아이육아종합지원센터 건립 추진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최재형 군수의 공약 사업이지만, 지난 육아종합지원센터 부지 선정 문제로 무산됐던 것처럼 무산될까 불안해하는 육아맘들이 있었다. 육아맘들은 “이번에야말로 꼭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렇다면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육아맘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아이들 잠시 맡기려 해도 돌봄 시설이 부족해 어려워
육아맘 A씨는 “아이를 맡길 돌봄시설도 부족해요”라고 불만을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은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아이돌봄지원사업을 제공하고 있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알고있지만 신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육아맘 B씨는 “아이돌봄지원사업을 지원하는 다른 지역은 가족센터인데 보은군만 이름이 다문화가족센터라서 다문화가족만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만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찾아가는 1:1 돌봄서비스다. 그러나, 돌봄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선 전월에 미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당월(1일~10일)에 신청해야 한다.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일시연계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아이돌보미와 희망하는 일정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그들은 아이를 언제든 잠깐 맡기고 볼일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스마트폰 주지 않아도 엄마들이 편하게 쉬며 아이들 뛰어놀 공간이 필요해
A씨는 “아이가 놀 공간이 너무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육아맘들과 대화하기 위해 카페에 갔다. 어떤 엄마는 아이를 데려왔다. 초등학생도 안돼 보이는 아이는 카페 안에서도 궁금한 것이 많은지 이곳, 저곳을 누비며 엄마를 곤란하게 했다. 엄마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의자에 몇 번이고 앉히다가 결국은 품에 있던 스마트폰을 내줬다. 그러자 아이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더니 이내 화면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것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 그러나 요즘의 사회에선 내 아이가 아닌 아이의 산만함과 시끄러움을 참지 못한다. 곧이어 그 비난의 화살은 아이 부모에게 돌아간다. 그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준다.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육아맘들은 “우리도 정말 아이한테 스마트폰을 주기 싫다. 그런데 아이를 통제하는 게 쉽지 않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스마트폰을 주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의 책 놀이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함, 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갈무리)
부산 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의 책 놀이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함, 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갈무리)

■다른 육아맘들과 만남이 충분한 공간이 돼야
‘산후 우울증’ 주로 우울과 불안을 느끼고 산후 10일차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보은군으로 전입을 와 아이를 낳고 키운 C씨는 첫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처음 해본 엄마라는 역할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육아는 힘들었다고 했다. 힘들어도 토로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육아맘들에게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다양한 육아맘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힘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또 C씨는 “다문화여성들을 따로 선별하지 말고 누구든 다 같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 누구든 교육 받을 수 있어야 
아이를 병설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과 달리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 C씨는 “같은 보은군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교육청에서 인문학 강의, 부모 교육 등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를 다같이 알면 좋지 않냐”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그런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누구든 와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의 환경적 장점 살려 숲 체험터 조성한다면 장점 극대화 할 수 있을 것
육아맘 D씨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주변에 숲이나 유아숲 체험터를 만들어 아이들이 환경적인 놀이가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아맘 D씨가 보은군에서 육아하며 느낀 장점은 환경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육아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D씨의 셋째 아이는 곤충을 좋아해 아빠와 함께 곤충 관찰을 하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보은군의 농촌이라는 환경을 육아와 교육에 접목한다면 특별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속도, 현재 상황은?
육아맘들은 각자가 느꼈던 고충과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에 필요한 방향에 대해 말해줬다. 그러면서도 공통으로 말했던 것은 ‘확실한 육아종합지원센터 건립에 대한 약속’과 ‘목적에 맞게 작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육아맘 E씨는 “정상혁 전 군수에게 청소년 수련관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하고 허가받아 설립까지 3년에서 4년이 걸렸다”며 “육아종합지원센터도 너무 오래 걸리면 이미 아이가 다 컸거나 누군가는 다른 지역으로 이미 빠져나간 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올해 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예산을 편성해 4층 건물 중 1층을 육아종합지원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2층에서 3층은 청소년과 청년의 교육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복합적인 온누리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복지과는 “30일에 진행한 간담회 이후 계속 간담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현재는 부지 매입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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