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인 11월 25일 천오백년 고찰인 법주사가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1년 중 큰 행사 중의 하나인 김장 울력을 하기 때문이다. 김장울력은 승가의 공동노동으로 수행의 하나이기도 하다.
겨우내 사찰의 곳간을 풍요롭게 해줄 법주사 김장 울력에는 스님을 비롯해 보현회, 다도회, 합창단, 지장회, 속리산 주민들로 구성된 관음회 등 10여개 신도단체가 참여했다. 소금에 절여 물기를 뺀 배추 1천여 포기말고도 무와 총각무, 깎두기, 석박지, 무말랭이 등 1톤 트럭을 채울 정도의 규모. 스님들은 배추를 옮기고 양념을 젓고 배추 속에 양념넣기는 손맛이 좋은 보살들이 담당했다.
공양간 큰 가마솥 2개에 늙은호박, 다시마, 무, 배, 표고버섯, 양파를 가득 넣고 장작불 지펴 낸 채수(菜水)여서 맛이 담백했다. 멸치와 북어 등을 넣어 끓인 속세의 육수와 다르다.
이렇게 끓여 식힌 채수에 고춧가루를 풀고 매실액과 잘익은 홍시를 넣어 섞으니 단맛이 입에 퍼진다.
사찰의 김장은 어떤 맛일까? 김장울력에 참여한 보살들이 김장배추 잎사귀 한 개를 뜯어 입에 넣어줬다. 그 맛이 담백하다. 익으면 맛이 깊다고 했다. 속세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으나 사찰에서 사용하는 김장김치 비법은 김장김치를 담은 통에 해조류인 청각을 조금씩 넣는 것. 이유는 늦게까지 배춧잎이 무르지 않고 싱싱한 상태가 유지돼 늘 신선한 김장김치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법주사는 땅속에 묻어놓은 김장독에 겨우내 꺼내먹을 김장김치를 보관했으나 온난화로 땅속 온도도 높아지면서 묻어놓은 김장에 하얀 꺼풀이 생겨 최근에는 여러개의 통에 나눠 담아 김치냉장고와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김장은 겨울철 중요한 반찬. 내년 다시 김장할 때까지 사찰의 곳간에서 맛있게 익어갈 것이다.
법주사는 이날 담은 김장김치를 사내리 6개 마을 경로당과 김장김치를 담지 못하는 홀몸노인 등 어려운 가정에도 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