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지방의 생활문화유산(37)-생활문화(겨울나기)
보은지방의 생활문화유산(37)-생활문화(겨울나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2.01 10:15
  • 호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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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보은군지’에 따르면, 보은군은 1965년에 전체가구 1만7천269호 중 78.9%인 1만3천107호가 농가(農家)였고, 인구11만3천825명의 73%인 8만3천386명이 농가인구인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다. 

보청천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하는 모습.
보청천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하는 모습.

그런 보은지방은 가을걷이를 마치고,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고, 새 짚으로 틈틈이 이엉과 용고 새를 엮어 놓았다가 마을 사람들과 품앗이로 초가지붕을 바꾸고 나면, 농한기로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들은, 윗목에 놓았던 물그릇조차 얼어붙고, 세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오면 문고리에 손가락이 달라붙을 정도의 혹독한 엄동설한(嚴冬雪寒)이었지만, 낮에는 틈틈이 산에서 나무를 하여 지게에 지고 내려와 식구들이 혹독한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노력을 하였고, 밤이 되면 동네 사랑방에 나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짚으로 새끼를 꼬아 산태미나 둥구미를 만들었고, 집에서 식구들과 내년에 사용할 가마니를 짜면서 겨울을 보내기도하였다. 
그러나 어떤 아버지들은 아침만 먹으면 동네 주막에 모여 술타령을 하고, 도박으로 가족들의 생명 줄인 논, 밭마저 빼앗겨 온 집안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사라져 갔다. 
언제나 떠들썩한 수많은 개구쟁이들은 동네 옆의 넓은 논바닥에 물을 가득 가두어 놓고, 팽이치기, 자치기, 딱지치기에 매달리며 빨리 추위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독한 추위로 얼음이 얼면 썰매타기에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렸고, 물에 젖은 양발을 말린다고 모닥불을 쬐다 바지를 태워먹고 어머니한테 야단맞기 일 수였다. 
중. 고등학생들은 남다리 부근에 있던 대장간에서 스케이트 날을 만들어 위에 판자를 박고, 판자 양옆에 못을 박아 끈이나, 고무줄로 발에 단단히 잡아매고 스케이트 타기에 해 지는 줄을 몰랐다. 밤이면 초가지붕의 처마 밑 쥐구멍에서 잠자는 참새를 잡으려고 손을 넣었다 구렁이를 잡아 기겁을 하였고, 몰려다니며 남의 집에 들어가 남은 밥을 서리하여 겨울밤의 촐촐한 배를 채우던 밤참은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꿀맛이었다. 
겨울이 깊어 하얀 눈이  쌓이면, 굶주린 새를 유인하는‘새차구(새덫)’을 들판에 놓아 잡은 참새를 새끼줄에 꽂아 놓았다가 큰 가마솥에 무수(무)를 잔뜩 썰어 넣고 국을 끓여 식구들 배를 채웠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낮에는 직접 대나무로 만든 연을 날리기에 정신이 팔렸고, 저녁에는 조그만 깡통에 구멍을 뚫어 불을 피워 돌리는‘쥐불놀이’에 온 동네가 늦도록 시끌벅적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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