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1.24 09:45
  • 호수 6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도서관인데 정작 어린이가 사용 못해”

지난 10월 21일, 보은군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육아맘을 만났다. 그들은 그림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속마음을 공유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경험을 공유하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림책 테라피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 중에도 그들은 육아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렇게 육아에 열정적인 그들마저 ‘내가 너를 키우기 힘든 이유’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엄마들에게 있지도, 아이에게 있지도 않고, 그들의 ‘환경’에 있다. 이제 환경은 자연의 범주가 아닌 사람, 시설, 주거 등 모든 것들을 어우르는 말이 됐다. 그들에게 보은군에서 육아하면서 육아 환경에 대해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많죠” 본보는 보은군의 육아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육아하는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환경을 살펴보고 보도하겠다. (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2. 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3. 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4. 보은군 종합적인 육아 환경의 개선 필요성


추운 날씨에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도서관 앞의 놀이터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앉아있다.

아이들이 갈 곳 없어
“보은군에 설치된 놀이시설은 한 달이면 다 돌아요” 육아맘 A씨는 놀이시설의 부족에 대해 말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싶어도 매번 같은 곳만 가긴 어렵다. 또 놀이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스포츠파크 옆의 바닥 분수의 경우, 읍내랑 거리가 있고 가는 길이 경사가 져서 유모차를 끌고 간다거나 걸어가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육아맘 B씨는 길가의 운동 시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잘 사용되지 않는 운동기구를 매번 정비한다고 뽑았다가 다시 설치한다. 운동기구 대신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중간에 설치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어떤 이는 스케이트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주시의 경우 무심천 옆에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주민들이 자전거와 보드를 타며 여가를 보내기도 하고 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은군에 작더라도 그런 공간이 있다면 많은 군민이 이용할 수 있다. 어쨌든 보은군엔 그런 공간이 없는 관계로 보은군의 아이 엄마들은 주로 시설이 깔끔하고, 접근성이 좋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군립도서관을 찾는다. 게다가 수유실과 같은 공간이 마련된 곳도 군립도서관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은군에 ‘결초보은 누리관’이라는 이름으로 군립도서관이 개관한 것은 지난해인 21년 4월 30일이다. 당시 1층에는 어린이 자료실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유아·어린이 도서 1천811권을 구비하고 학습과 게임을 병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레이 그라운드를 구축했다. 신식 도서관과 영화관이 갖춰진 문화공간에 군민들은 많은 기대를 했다. 한편, 최근 낮아지는 아이들의 문해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일환으로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 것은 아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책의 촉감을 느끼고 글을 읽는 것을 미리 익혀두는 것은 책과 가까워지기 위한 첫걸음이다. 도서관엔 어린이 자료실도 있어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군립도서관 앞 뱃들공원에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들에게 왜 도서관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고 하면 “눈치가 보여서 여기 있는 것이 편하다”라고 답했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떠들면 위층 자료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민원을 받은 군립도서관 측에선 떠드는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거나 심하면 밖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아달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육아맘 B씨는 “작년에 영화관을 보러 갔다가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 것을 보고는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가 ‘이건 뭐야’라는 질문을 하자 직원이 고압적인 태도로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줬다”며 “그때 ‘여기서 아이가 좀만 더 시끄럽게 군다면 난처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후로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뒤로 B씨의 남편이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또 비슷한 일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비록 작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후로 발길을 끊은 B씨가 생각하는 군립도서관은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은군의 아이와 엄마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시점에 군립도서관은 교육, 놀이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적어도 아이와 엄마들은 그런 공간을 기대했으나 이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보은군립 도서관의 모습.
보은군립도서관 (문화누리관) 앞의 놀이터.

군립도서관의 변화 필요해
현재 보은군엔 군립도서관과 교육도서관 두 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도서관 휴무일은 월요일로 같다. 월요일에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도 두 도서관 모두 문을 닫기에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두 도서관이 협의해 휴무일을 다르게 한다면 군민들은 도서관 이용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이 의견에 대해 군립도서관은 “현재 도서관 신규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건의 사항도 늘어난 만큼 내년에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반기 설문에 반영해 의견을 듣고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군립도서관은 “이러한 불만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은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다수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 그래서 한쪽 의견만 듣고 운영할 수는 없다”라며 “저희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 도서관에 중문을 설치해 따로 ‘이야기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설문하고 있다. 현재는 건의 사항을 반영해 ‘시끄러운 도서관 운영’ 계획에 대해서 설문 중이다”라며 “소음 중화장치를 설치해 외부의 소음은 줄이고 백색 소음을 발생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아이를 대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해 일부러 연령대가 높은 직원들을 어린이 도서관에 배치하고 있는 등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실시하는 하반기 설문은 오는 11월 26일까지 군립도서관 홈페이지> 열린 공간> 설문조사에서 가능하다.
실제로 어린이 자료실은 공간을 따로 구분해 만들어놨고 2층의 도서관에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다수의 입장을 반영해야만 하는 군립도서관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개선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육아맘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또 발길을 끊은 뒤로는 군립도서관에서 개선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보에서 군립도서관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그때그때 올라오는 안건에 대해 회의하고 바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개선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으니 군립도서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군립도서관에서는 많은 이용자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다가오는 성탄절을 맞아 장식을 꾸며놓고 포토존을 만들어 놓는 등의 행사도 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