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초가지붕 새옷으로 갈아입다
전통의 초가지붕 새옷으로 갈아입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11.24 10:18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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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 서느실·개안·비룡소, 초가지붕 이엉얹기 대장정

최 감찰댁·최재한 고가
최동근 고가·최혁재 고가
우당고택·선병묵 고가
박기종 고가

 

삼승면 선곡리에 있는 최감찰댁이 초가지붕 이엉얹기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최재한 고가의 초가지붕도 새 이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사극을 보면 우리의 전통 주택의 지붕은 기와 또는 초가로 묘사된다. 강원도 또는 산골마을에 굴피지붕이 있지만 대부분 초가였다. 초가는 조선시대 구한말까지 있었던 게 아니고 1970년대 새마을사업이 실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골 마을엔 초가지붕이 대부분이었다. 가을철 벼수확이 끝나면 집집마다 볏짚으로 지붕에 얹을 이엉을 엮고 지붕에 얹었다. 옛날에는 볏짚이 굵고 질겨서 서민 가정의 지붕재료로는 최고였다. 2년 또는 3년에 한 번씩 이엉을 얹었다.
비 맞고 눈맞아 썩은 초가지붕은 굼벵이에게는 최고의 서식처였고 썩은 볏짚이 영양분이 돼 주었다. 새로 엮은 이엉을 얹기 위해 전에 지붕에 깔았던 썩은 이엉을 둘둘 말아서 거둬냈는데 그 안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굼벵이가 참 많이 나왔다.
굼벵이는 마당에서 놀던 닭에게는 최고의 먹거리, 최고의 단백질 보충제가 됐었다. 이엉을 제때 새것으로 덮지 않으면 썩은 이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빗물이 스며들어 천정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다.
70년대 시절을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거의 모두 이같은 장면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초가지붕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초가지붕을 보기 위해서는 일부러 문화재를 찾거나 드라마 촬영을 많이 하는 용인의 민속촌이나 전남 순천시의 낙안읍성을 가야하는데 우리지역에서도 초가를 볼 수 있다. 바로 삼승면 선곡1리 서느실 마을인데 이곳은 초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없는 세대 또는 어린 자녀들에게 지붕의 변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16일부터 시작해 20일까지 이곳에선 국가민속문화재 최 감찰댁과 충청북도 문화재 자료 최재한 고가, 충북도 문화재 자료 최동근 고가, 민속문화재 최혁재 고가의 초가를 새로 이었다.
최 감찰댁은 안채와 중문채, 광채, 방아간채, 찬광채, 뒷간채, 담장 등 사랑채만 제외한 거의 모든 초가건물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최재한 고가는 안채와 광채, 우물채를 새 이엉으로 얹었다. 최동근 고가는 뒷간채, 최혁재 고가는 광채에 이엉을 얹었다. 회색빛으로 탈색되고 비가 스며들까 걱정됐던 초가는 황금지붕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초가지붕 이엉얹기는 우선 볏짚으로 새끼를 꼬고, 굴비 엮듯이 볏짚을 엮어 이엉을 만들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용마름(용마루)을 엮어 초가지붕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순서는 벼의 낱알이 달려있는 부위가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이엉을 지붕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이불 널듯이 가로로 켜켜이 펴서 처마까지 내려오게 한다. 이엉을 다 펴면 지붕 맨 위 앞쪽과 뒤쪽이 맞닿은 마루(용마루)를 지네 모양으로 엮은 것을 올리는 용마루 작업을 한다.
용마루 작업을 마치면 초가 이엉 얹기는 끝나는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바로 지붕 위에 얹은 이엉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로 묶는데 씨줄과 날줄처럼 가로, 세로뜨기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그런 다음 처마까지 내려온 벼의 낱알이 달려있던 부위를 보기 좋게 이발을 한다. 6, 70년대 초가는 구태여 이발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초가는 모두 잘라낸다. 이렇게 하면 이엉작업은 완성이 되는 것이다.
올해 농사지은 볏짚으로 만든 이엉으로 갈아입은 대장정을 끝낸 초가는 이제 겨울철 눈보라가 몰아쳐도 찬기 걱정없이 동면에 들어간다.
한편 이번 군내 문화재의 초가지붕 이엉얹기는 삼승면 선곡1리 서느실 마을 외에 국가 민속문화재 장안면 개안리 우당고택의 뒷간채와 장독 옆채, 충북도 문화재 자료 선병묵 고가의 방앗간채, 보은읍 장신리 비룡소 마을 충북도 민속문화재 박기종 고가의 초가이엉도 새로 얹었다.

초가지붕 앞쪽과 뒷쪽아 맞닿은 정상 용마루에 올리는 이엉이다. 용마루에 올리는 이엉 엮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붕면에 올리는 이엉이다. 굴비엮듯이 볏짚을 한 웅큼 잡아 깔끔하게 추린다음 볏짚으로 서엮으면 된다.
새단장한 최 감찰댁 안채와 광채, 방앗간채의 모습이다.
이엉을 다 올린 후 초가지붕의 면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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