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살 물건도 없는 것 같다, 시장상인들 시장 문제점 이구동성
침체된 전통시장 살리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정부 지원으로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은군도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조성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보하는 등 쇼핑환경을 새롭게 조성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왕래가 뜸하다. 이러다간 재래시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형마트로 쏠리는 대도시에서도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사업을 실시해 대형마트로 가던 손님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대형마트 틈바구니 속에서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당당히 살아남고 있다, 홀로서서 재래시장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는 곳도 있다. 토요장터를 개설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지자체도 있다.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말장터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보은군과 지역의 시장이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그동안 본보는 수원 못골시장, 수원 조원시장, 대구 서남신시장, 경북 봉화시장, 전남 장흥 토요시장, 전남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까지 6개 시장의 운영사례를 보도했다. 이들 시장 탐방을 통해 발견한 공통점은 시장 주변은 물론 주택가까지 파고든 대형마트와 SSM 진출에 위기의식을 갖고 어떻게 하면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며 교육과 상인회 활동 등을 통해 자기혁신을 계속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시장이 살아야 내 가게도 산다는 공동체 의식으로 시장상인회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트로 뺏겼던 손님들이 다시 시장을 찾아와 시장 방문자수도 크게 증가하고 매출도 3, 40% 향상됐다는 점이다.
보은군 인구나 시장여건과 비슷하지 않은 도시지역의 시장도 있지만 도시지역만 상인들이 똘똘 뭉쳐서 대형마트에 대응해야 하고 친절하게 고객을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농촌시장도 똑같다.
우리지역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실거주 인구 3만509명이고 보은읍 1만4천명 남짓한데 청주와 4차선도로,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접근성 개선으로 큰 손을 청주에 내주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도 공산품과 정육, 식료품까지 판매하는 SSM 규모의 마트가 6개소나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재래시장이 살아가기엔 참 벅찬 여건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상인들은 우리지역 전통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무엇으로 꼽을까? 9월26일 오후 7시 상인회 정보화 교육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제를 직시해야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보은전통시장에 입점한 31개 점포 중 10개 점포 대표가 참석해 여러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는 보은전통시장 박종진(경원상회) 회장을 비롯해 김원열(백송청과), 호띠끼우(즉석순두부), 박삼수(평안수산), 김인선(종갓집순대), 전명옥(보은순대), 조원진(산외상회), 윤상열(칠성식품), 최용식(보은식품), 김용우(산외방앗간), 김용미(건강마을) 사장과 함께 상인회 이한규 간사와 군 경제과 김용우 담당공무원도 자리를 함께 해 재래시장활성화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특히 시내 도로 보행로에 자리를 펴고 있는 노점상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면서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토로하면서 해결방안도 내놓았다.
◆현대화사업 문제
△김인선(종가집 순대) : 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를 하면서 세입자들은 사업이 집행되는지도 몰랐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장사를 못했다. 세입자들이 장사를 못했다고 하면 건물주들은 자부담을 했다고 하는데 자부담을 했어도 막대한 군민 세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해 건물주는 집값이 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결과적으로 건물주들은 혜택을 본 것이다. 세입자들이 더 이상의 손해를 보면 안된다. 또 상인들 얘기도 듣고 현대화 사업 설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다른 시장 이렇게 했으니까 우리도 이렇게 하자는 식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문제가 나타났다. 비가 많이 오면 우수가 잘 빠지지 않아 역류해 시장 길이 물에 넘친다. 빨리 보수해야 하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삼수(평안수산) : 현재 시장 안에 빈 점포가 3칸 정도 있다. 지금 빈 점포를 그냥 둘 것이 아니라 집세를 싸게 해서 빈 점포에 세입자가 들어와 장사를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장사가 잘되게 도와주고 활성화된 후에 집세는 그 때 올려받아도 괜찮다고 본다. 점포수도 적은데다 빈 점포까지 그냥 두니까 시장 안이 더욱 썰렁한 느낌을 준다. 막대한 돈을 들여 간판도 정비를 했는데 전기요금이 나가니까 간판에 불을 켜지 않는다. 특히 시장이 주차장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로 구분돼 있다. 특히 아래쪽은 사람이 안가니까 아예 간판에 불을 켜지 않는 것 같다. 밖에서 보면 시장이 컴컴해 소비자들이 볼 때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해 시장 이미지를 좋지 않게 한다. 당장 우리 가게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간판등을 꺼둘 것이 아니라 환하게 밝혀놓고 사람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
◆특별한 상품이 없다
△박삼수(평안수산) : 정선 주말장터나 장흥 토요시장을 가보면 보은 대목 때 다니는 사람보다 더 많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코스까지 만들었다. 보은도 전통시장 버스투어를 하는데 창피하다. 외지에서 시골시장이라고 기대를 하고 오는데 이들이 돈을 지불하고 사갈 상품이 없다. 투어 이후 재구매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시장안에 집에서 만든 고추장, 된장가게도 있어야 한다. 보은은 대추밖에 없다. 평소에도 팔 수 있는 특산물이 무엇인가 답답하다.
△김원열(백송청과) : 자기 집에서 농사를 지어가지고 온 것이든 아니면 그 지역에서 나온 물건이든 외지인들이 우리 시장을 왔을 때 마당하게 사갈 물건이 없다는 게 문제다. 또 시장 안에 대형 마트가 없는 것도 문제다. 시장 안에 지금 외부에 있는 것과 같은 마트가 있으면 마트에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자주 시장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시장 안에서 물건을 사갈 확률이 더 많은데 마트가 없으니까 시장에 들를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다.
△조원진(산외상회) : 시장 안 점포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금 시장 안을 구성하고 있는 점포들은 거의 채소 등 식료품 위주이다. 하다못해 변변한 먹거리 장터도 없다.
◆노점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박종진(경원상회) : 난전을 흡입해 시장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일장에 오는 외장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노란색선도 지키지 않는다. 버스가 오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는다. 배짱이다. 5일장터인 화랑시장이 전에는 좁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 도로에 전을 차리고 있다. 도로에 있는 것 없는 것 다 차려놓으니까 시장 안으로는 사람들이 들어올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 점포에서 물건을 사서 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순환되도록 해야하는데 난전을 펴는 외장들이 보은사람 돈을 솎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큰일이다. 노점상을 화랑시장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장날 시내 도로는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서 주민들이 보행에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시장 안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박삼수(평안수산) : 장날이면 보은순대 앞에 할머니들이 전을 펴고 장사를 한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을 펴는데 그 할머니에게 물건을 산다. 도로에서 버섯 파는 사람도 들어오고 복숭아 파는 사람, 토마토 파는 사람도 들어와야 한다.
△김용우(산외방앗간) : 소통의 문제다. 노점상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야한다. 지자제가 되면서 표 때문에 안한다. 전에는 노점에서 장사를 하지 못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평일에는 화랑시장 안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했다. 하지만 단속을 안하니까 한 둘 나와서 장사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자기들 점포인 것 같다. 장사를 마치고나면 장비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다시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거적을 덮어서 거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노점상들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화랑시장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김인선(종갓집 순대) : 장날 차를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번호판을 가리고 장사하고 노란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데도 무법천지다. 그런데도 보은군만 제재를 하지 않는다. 군 교통계나 경찰서 112에 전화해도 단속하지 않는다. 노란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도록 유도해 달라고 해도 안된다. 정말 화난다.
장날만큼이라도 삼산약국~동다리까지 일방통행을 하던지 아예 차없는 거리를 만들던지 해야한다.
△조원진(산외상회) : 노점상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시장상품의 다양성에 보탬이 된다. 또 외지인이 시장에 왔을 때 시장안에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전에는 대장간 체험도 하고 짚풀공예 체험도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아 아쉽다. 그거라도 하면 외지인들이 시장을 왔을 때 구경할 게 있어서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화이벤트나 미술전시회, 시화전 등도 개최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꺼리를 만들어야 한다.
◆상인회 약속 지켜야
△박종진(경원상회) : 전통시장 상인들이 일치 단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흩어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물건을 너무 밖으로 내놓아서 통행에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조금씩 양보를 하면 좋겠다.
△조원진(산외상회) : 상인들이 우선 한마음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황색선 밖으로 물건을 내놓지 말자고 약속을 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 제일 불만이다. 우리 스스로 정한 약속을 다른 가게가 어기는 것을 보면 괜히 나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진행 및 정리 : 송진선 기자
<이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