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1.17 10:05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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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고 나올 바엔 차 타고 청주나 대전으로 나가요”

지난 10월 21일, 보은군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육아맘을 만났다. 그들은 그림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속마음을 공유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경험을 공유하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림책 테라피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 중에도 그들은 육아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렇게 육아에 열정적인 그들마저 ‘내가 너를 키우기 힘든 이유’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엄마들에게 있지도, 아이에게 있지도 않고, 그들의 ‘환경’에 있다. 이제 환경은 자연의 범주가 아닌 사람, 시설, 주거 등 모든 것들을 어우르는 말이 됐다. 그들에게 보은군에서 육아하면서 육아 환경에 대해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많죠” 본보는 보은군의 육아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육아하는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환경을 살펴보고 보도하겠다. (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유모차 끌기엔 울퉁불퉁하고 좁은 도로

2. 군립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은 무용지물(?)

3. 육아맘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해요”

4. 보은군 종합적인 육아 환경의 개선 필요성


보은군 읍내의 어느도로이다. 시멘트로 도로를 이어 울퉁불퉁해져 유모차를 끌고 지나는 주민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보은군 읍내의 한 도로, 시멘트로 인도를 이어 울퉁불퉁해졌다. 유모차를 끌고 지나는 주민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보은군의 읍내는 상점과 병원,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군민들은 유모차를 끌고, 휠체어를 타고, 보행기에 의지해서 읍내로 모인다. 그러나 도로 상황은 열악하다. 인도는 좁고 울퉁불퉁한 편이다. 어떤 구간은 한 사람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공간밖에 없다. 사람들은 인도로 다니기를 포기했다. 읍내에선 너도, 나도 다들 나와 차도의 주변에서 발걸음을 옮기기 바쁘다. 차들은 익숙한 듯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피해 이동한다. 더욱이 수평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 쏠린 인도를 걷다 보면 발이 어느새 기울어 절뚝이며 걷게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여러 장애물을 마주친다. 가게에서 내놓은 물건, 노점과 길에 아무렇게나 세워놓은 자전거와 킥보드를 피해 가다 보면 곧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나 피해야 한다.

길거리 노점과 자전거로 막힌 인도.
길거리 노점과 자전거로 막힌 인도.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은 더욱 불편하다. 기울어진 유모차를 덜컹거리며 끌기에는 아이가 너무 신경 쓰여 이내 차도로 내려가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차도로 다니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잦은 공사로 인해 노면이 매끄럽지 못해 중간에 걸리기를 반복하고 불법 주차된 차들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 또 차량이 정차하면 줄줄이 마비되어 사람도 차도 다니기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장날에는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육아맘 A씨는 이런 모습을 보고 “개발도상국의 혼잡하고 무질서한 도로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다른 육아맘 B씨는 “읍내에서 차도로 다니다가 차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며 언제 큰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의 턱을 힘겹게 올라가는 노인.
인도 위에 주차된 노인전동차와 갈라진 차도의 모습.

이런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사람은 아이 엄마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리기도 한다. 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휠체어의 넓이 때문에 인도로 가다가 장애물에 막혀 차도로 내려가는 일이 생긴다.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노인은 인도의 턱을 넘기 위해 잠시 멈춰 보행기를 힘겹게 밀어 올린다. 길을 걷다가도 몇 번씩 뭔가에 바퀴가 걸린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보은군의 보행자들은 애초에 인도로 다니기를 포기하고 차도로 걷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위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발생해 인도가 인도의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전자는 옆에 다니는 사람들과 자전거, 휠체어 또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들을 피해 가며 운전한다. 이 문제는 곧 안전과 직결된다. 주차된 차에 가려져 갑자기 튀어나온 행인에 미처 반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읍내엔 학원도 있어 학생들이 등·하원을 할 때,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이 그들이 길을 건널 때 시야를 방해한다.
읍내 밖 도로 사정도 좋지 않다. 읍내 밖으로 나가 걷다 보면 어느새 인도가 끊어져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사라진다. B씨는 “그런 곳을 걷고 있자니 옆에서 빠르게 달리는 차들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육아맘 C씨는 “우리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이유가 뭘까요? 장 보러 나가는 거에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근데 유모차 끌고 다니다 보면 다음부턴 나오기가 싫어요. 유모차를 끌고 나올 바에는 아이를 안고 나오거나 차를 끌고 청주나 대전으로 나가요”라고 도로의 불편함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장을 보러 나가는데 그 돈을 외부 지역에 쓰면 보은군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안 돼요. 지역경제 순환을 위해서라도 장을 보기 편한 도로가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역 농산물 소비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조건의 해답으로 도로 정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반대 상황인 악순환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또 상인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물건을 인도에 내놓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나가려고 해도 문제다. 동다리 아래의 하상도로엔 잔디를 깔았던 공간이 있다. 지금은 잔디가 유실되어 큰 틈이 생겼다. 유모차를 끌고 가다 보면 그 틈에 바퀴가 빠져 진행하기가 여간 불편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지 보은군청 지역개발과에 물어보니 지역개발과는 “단절된 인도를 연결하는 계획과 울퉁불퉁하고 기운 도로는 새롭게 만들 계획을 하고 있으나 인도의 확장 문제는 차로가 좁아져야 하는 지적 경계의 문제가 있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안전건설과 측은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계도 위주로 노점상들을 단속하고 있으나 범위가 넓고 많아 일일이 법적 처리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인력적, 시간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특히 장날에는 교통팀에서 주정차 단속도 하고 기간제 근로자들을 보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단속해도 그때뿐이라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는 하고 있으나 해결해주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부실했던 보은군의 도시계획만 탓하고 있기엔 주민들과 보은군, 서로의 답답함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날엔 노점이 들어설 마땅한 시장 공간을 재구성하고, 주차장을 확장하고 상인들은 인도에 내놓은 물건과 노점을 수거하는 등의 군민 스스로의 시민의식과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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