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단 탐방(2)-속리산 풍물단
풍물단 탐방(2)-속리산 풍물단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1.17 09:58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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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최초의 여성 풍물패

꽹과리, 장구, 북, 징, 나발, 태평소, 소고 등을 치거나 불면 신명나는 소리가 귀에 꽂힌다. 주로 농부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문화 ‘풍물놀이’. 보은군에는 읍면마다 고유의 풍물단이 있다. 오랜 전통을 지키고 또 앞으로 지켜나갈 풍물단들을 만나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보은군 최초의 여성 풍물단. 속리산풍물단이 속리산 면민의 날에 참여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그때 당시에 보은군에서 여자들이 풍물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연용덕 전 보은농협 속리산지점장은 창단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86년도에 보은농협에서 주부대학을 실시하며 동네 어르신들에게 옛 가락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시에 속리산 풍물단의 김은숙 전 회장이 상쇠를 맡으며 정환철 강사를 초빙해 본격적으로 풍물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부대학이 끝나고 나서도 배움에 아쉬움이 있어 취미교실을 통해 계속 풍물을 배웠다. 그리고 92년 정식으로 속리산 풍물단(회장 황인숙)이 창단됐다. 보은군에서 여성으로만 이뤄진 풍물단은 최초였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속리산 풍물단에는 각종 어려움이 있었다. 속리산 풍물단의 진법은 내노라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남성이 없어 소리가 비교적 약했다고 한다. 경연대회를 나가도 징이 제일 무겁고 큰데 소리가 좋아야 한다. 힘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2000년 중반부터 남성들을 조금씩 영입했다고 한다. 주로 속리산면사무소 직원들을 영입했는데 속리산면사무소직원들은 풍물 하나씩 다 배우고 갔다고 했다.
주부대학을 할 당시에 속리산 농협의 직원이었던 연용덕씨는 여성의 지도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연용덕씨가 지도사업을 주도적으로 실시하며 행정기관의 예산 도움을 받아 20명의 주부들이 모여 풍물단이 시작됐다. 그 전엔 악기가 없어 꽹과리만 준비하고 라면박스를 치며 연습했다. 또 당시에 연습을 해야 하는데 새댁들이었던 단원들은 시부모의 허락을 받고 나와야 했다. 그러나 여자들이 풍물을 하면 보기에 좋지 않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극구 설득해 단원을 데리고 나와 연습하곤 했다. 어떤 이는 양봉업을 하는 시아버지에게 연습에 나가겠다는 허락을 받으러 양봉장에 갔다가 벌에 쏘여 눈이 퉁퉁 부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렵게 모여 연습을 하면서도 사건들이 있었다. 밤늦게 연습하다 보니 어르신들의 항의를 받기도 하고 파출소 직원이 민원을 받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풍물단은 각 읍면을 대표하며 각종 행사에 앞장서는 단체였다. 풍물단은 읍면의 자존심이었던 것이기에 면민을 위한 연습이라며 위와 같은 항의는 잘 무마됐다고 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보은군민체육대회에선 항상 풍물단이 농기를 들고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풍물단 창설 이후 단복도 제대로 못 갖추고 상모 대신 수건 같은 것들을 쓰고 어설프게 군민체육대회에 처음 나갔다. 그때 농기를 들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새마을기를 들고 나갔다. 당시 심사위원이 “여성분들이 풍물단으로 나와 새로운 바람은 불었는데 새마을기를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며 연용덕씨와 김은숙씨는 지적을 받았던 일화를 웃으며 말했다.
어설펐던 속리산 풍물단은 어느덧 20명의 단원에서 50명이 돼 도 대회에서도 3번 우승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30년이 지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회장은 황인숙씨가 됐고, 윤인숙 부회장, 홍승희 상쇠, 최미환 총무가 풍물단을 이끌고 있다. 이제는 30명 정도의 단원들이 남았다. 세대교체가 됐다고는 해도 이들도 이제 풍물놀이를 하기에 힘이 든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연습도 하고 친목도 다지던 예전과 달리 큰 대회도 줄어들고 생업에 종사하며 바빠져 한 번 모이기가 쉽지 않다. 흐름은 풍물보단 앉아서 하는 사물이나 난타 쪽으로 흘렀다. 그러나 풍물단을 했었던 지난 세대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풍물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그때 생각만 하면 다시 힘이 생긴다고도 했다. 속리산 풍물단의 전통적인 정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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