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삼승면 마을 공부방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삼승면 마을 공부방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1.10 11:49
  • 호수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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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후 2시가 되면 반장님의 손길이 바쁘다. 반장님은 선생님이 도착하기 전 여기저기 전화하기 시작하면 한 명, 두 명이 들어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경로당이 꽉 찬다. 
이날은 삼승면 원남 2리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공부하는 날이다. 삼승면 마을 공부방은 다른 공부방보다 특이하다. 대개는 선생님들이 찾아가서 공부하자고 하지만 이곳 원남2리는 어르신들의 요청에 따라 선생님이 찾아간다.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찾아가는 마을 공부방의 특징은 또 하나 있다. 대부분 수준별로 교재를 선택하여 수준별 수업을 하지만 이곳은 대학을 나오든 안 나오든 수준이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을의 어르신들은 글을 모르시는 분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려한 것이다. 
연락책을 맡은 반장님을 중심으로 마을 부녀부장님도 함께 한다. 글을 모르시는 어르신 옆에 딱 붙어 글자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읽고 쓰기를 도와주고 있다. 자원 활동이 따로 있나 싶다. 이것이 진정한 자원 활동이 아닌가 싶다. 

글을 배웠다고 으스대는 사람도 없다. 이곳은 다른 사람보다 글을 많이 알고 조금 알고는 중요하지 않다. 글을 느리게 쓰는 어르신을 위하여 기다려 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책을 읽지 못하면 모두가 함께 읽어 주기도 하고 성장하는 어르신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날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날의 수업을 챙겨주는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큰소리가 날 때가 있다. 글씨를 휘갈겨 쓰거나, 선생님이 말하는데 떠들거나 그리고 빨리 써도 혼이 난다. 
공부가 끝나면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집에서 싸 온 떡이며 과일, 과자 등 나누어 먹는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공부가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늙어서 배우면 뭐 하냐”고 누군가가 묻는다. 늙어 배워서 면장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서로를 알아가고, 배려하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 마을 공부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흉흉한 이때 삼승면 원남2리 마을 공부방은 시끌벅적 어르신들의 놀이터다. 
흙사랑은 마을 공부방을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이 줄었지만, 원하시면 언제 어디든 찾아가는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마다 삼승면 원남2리 경로당처럼 마을 공부방이 아닌 세상을 잇는 마을 공부방 놀이터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문의 (043)543-1013 
/박옥길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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