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11.10 10:59
  • 호수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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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하다고 한다. 시국이 어지럽다고도 한다. 왜 그런지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잦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191명이 부상당하였다. 또한 봉화 광산이 매몰되는가 하면,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여 몇 시간 동안 기차 운행이 지연, 연착되기도 했다. 

이번 10. 29 이태원 참사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 들어섰다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인재가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지역구와 경찰, 서울시 등이 조금이라도 안전에 신경을 써서 미리 조치를 취했더라면, 열 건이 넘는 신고전화를 받고 난 후 얼른 대책을 세우고 경찰들을 투입해 질서를 지키게 하고 컨트롤을 했더라면 수많은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일상화되지 않은 작년에는 핼러윈 축제의 밀집화를 예상하고 다수의 경찰들을 이태원 지역에 배치하여 안전에 신경을 쓴 반면, 오히려 코로나 일상화가 된 올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는지 경찰들을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에 다수 투입하였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수많은 경찰들을 투입하였다는 것은 행정안전부나 경찰청이 국민의 안전보다는 대통령의 안위에만 급급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참사의 책임이 경찰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구인 용산구, 나아가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국가와 정부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아직 진심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자르기식으로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하는 관계 요직자들도 없다. 사전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위 때문에 경찰력이 분산되어서, 주최측이 없는 행사는 매뉴얼이 없어서라고 발뺌하기만 한다. 이 시국에 어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질의를 하고 있는데 “웃기고 있네”라는 쪽지를 오가며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다. 이것이 이번 참사를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란 말인가?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표기해달라는 현 정부의 요청이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무겁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집에나 있지 왜 서양 축제에 젊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몰려갔느냐?” “결국은 당사자들의 책임 아닌가?” “불순세력들의 음모다”라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말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비난을 하지는 않았는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비난보다는 먼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그곳의 안전하지 못한 상황들이 참사로 이어진 것이지 그들이 죽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누가 이태원에 갔겠는가? 그날 그곳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부상자들이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도록 주변사람들은 각별한 보살핌과 위로로 도와주면 좋겠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추수도 끝나가고 김장을 하며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내년 봄농사를 위해 한 해 동안 수고한 논과 밭에 거름을 준다면 더 좋을 일이다. 나뭇잎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엽록소를 버리고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다가 그마저 떨어뜨리는 계절이다. 속리산의 단풍들이 하나둘 떨어져가니 더욱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내가 경험해 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정죄하고 내가 옳다고 고집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남의 일로만 치부해 버리는 개인이기주의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잠시라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연의 순리대로 계절이 가고 다시 오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힘을 가진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세상이 아니라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김 윤 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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