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여자중학교 봉사동아리 '라온제나’
보은여자중학교 봉사동아리 '라온제나’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1.09.29 10:31
  • 호수 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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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따뜻함 전하는 아이들

재미를 느끼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천천히 더듬다가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여학생에게 말을 걸어봤다.
봉사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는 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위에 펼쳐진 작고 가벼운 것들에 눈이 갔다.
종이컵과 가위, 그리고 색색의 크레파스들. 조심스레 만지는 손끝을 따라 변하는 종이컵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람 모양을 한 인형과 문어, 그리고 예쁜 꽃 모양의 팔찌들.
아이들의 환한 웃음에 여학생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1.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 보면 어떤 아이들은 진짜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꿈이라고 이야기 하고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받아 새겨진 이른바 성공한(?) 직업을 꿈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들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과연 아이들에게 꿈을 꿀 시간이나 있는 것일까? 지금 꾸는 꿈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이 꼭 미래의 직업과 연결 되어야 의미 있는 일일까?
가파른 정상에 대학이라는 그럴듯한 휘장 하나를 세워 놓고 모든 아이들을 그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채찍질을 휘두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
밥이라도 먹고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하는 어른들 앞에서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숨죽어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나마 숨구멍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아리 활동이다.
보은여자중학교(교장 김흥렬)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을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로 확대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정결손 등의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언니, 누나로서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지역아동돌보미 봉사 동아리 '라온제나’가 있다.
'라온제나’.
올해 초부터, 보은여중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아동돌보미 봉사 동아리 이름이다.
순수 우리말인 '라온제나’의 뜻은 바로 '즐거운 나’다.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즐겁고 이웃이 즐거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이 담겼다.

#2.
첫 경험에는 늘 공포에 가까운 긴장이 따른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하지만, 마로면 세중리에 위치한 세중드림지역아동센터에서 시작한 첫 봉사의 경험. 학생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아이들과 함께 하기 전에 무엇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이거다 싶어 열심히 시나리오를 짜서 아이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재미없어. 딴 거 하자.’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찔했던 기억을 뒤로 한 채, 학생들은 서서히 아이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아이들과 하나가 되면서 서운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들만 쌓여갔다.
“아이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 줬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보고 싶었다면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절주절 얘기해 줄때는 정말 감동이었어요." -권민경(보은여중 3)-
“공주로 탐방을 갔었어요. 그런데 무뚝뚝했던 한 아이가 제 손을 꼭 잡는 거예요. 함께 손을 잡고 돌아다니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염혜원(보은여중 3)-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전하는 감동. '라온제나’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봉사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세중드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봉사동아리 학생들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3.
매주 수요일. 마로면 세중리 세중드림지역아동센터에서의 활동이 다는 아니다.
올 한해 '라온제나’ 학생들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두 차례나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난 6월11일, 세중드림지역아동센터 13명의 아이들과 '라온제나’ 22명의 학생들은 우리 문화재 뿌리 찾기 프로그램 일환으로 공주지역을 다녀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8월17일에는 지역문화탐방 행사도 가졌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 서점, 문방구, 제과점도 함께 다녔고, 보은군청소년문화의집에서 공연도 선보였다.
지역문화탐방 행사에는 '라온제나’만 참가한 것은 아니다.
소리그림자극 동아리는 아이들에게 '혹부리 영감’ 공연을 선보였고, 밴드동아리도 미니 공연과 함께 아이들에게 악기 다루는 법도 가르쳐 줬다.
뷰티미용 동아리 학생들도 아이들에게 핸드맛사지 및 네일아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교내 동아리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갈고 닦은 기량을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지도교사인 최병란 선생님은 대만족이다.
“중학생들이 펼치는 봉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요. 저소득층과 다문화, 그리고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농촌지역 아이들과 교류하면서 모범적인 중학교 봉사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학생들은 활동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직업인들을 통해 좀 더 세분화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선생님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다들 즐겁게 장난도 치며 해맑게 웃으면서 자세를 잡는다. 봉사를 통해 얻어진 예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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