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전남 곡성 토요시장, 4개월만에 운영 중단
④전남 곡성 토요시장, 4개월만에 운영 중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9.29 10:13
  • 호수 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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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와 군관계자, 콘텐츠 없으면 주말시장 실패확률 높다 조언

곡성 토요장터 운영 4개월 만에 중단

<글싣는순서>

 ①  문화공동체로 변신하자 시장은 승승장구 - 수원못골시장
 ② 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  - 수원 조원시장
 ③ 대형마트 공격 최대 방어는 끊임없는 변신 - 대구 서남신시장
 ④ 경매 있는 시장에 문화를 입히니 손님이 들락날락 - 경북 봉화 전통시장
▶ ⑤ 관광객을 지역경제 중심으로 끌어들인 전남 곡성기차마을 토요장터
                                                         전남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
 ⑥ 사람구경하기 힘든 골목시장, 살길은(간담회)

 

침체된 전통시장 살리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정부 지원으로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은군도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조성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보하는 등 쇼핑환경을 새롭게 조성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왕래가 뜸하다. 이러다간 재래시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형마트로 쏠리는 대도시에서도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사업을 실시해 대형마트로 가던 손님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대형마트 틈바구니 속에서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당당히 살아남고 있다, 홀로서서 재래시장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는 곳도 있다. 토요장터를 개설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지자체도 있다.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말장터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보은군과 지역의 시장이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전남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은 공설시장으로 곡성군이 새로 건물을 지어서 이전한 곳이다.
기존 시장터는 도로보다 1m이상 낮은 저지대에 위치한데다 건물도 낡고 협소해 곡성군은 2007년 시장 이전계획을 수립, 1만7천76㎡의 부지를 확보하고 국비 54억4천700만원, 특별교부금 12억원, 군비 43억4천600만원 등 109억9천300만원을 투입해 2009년 8월 건물을 완공했다. 그리고 기존 장터를 폐쇄하고 2009년 9월3일 5일 장날을 기해 신시장을 개장했다.

시장구조는 ㅁ자형으로 한옥으로 건물을 짓고 가운데 마당엔 기둥을 세워 천막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전통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곡성군의 자료에 의하면 시장 내 점포 총 102개소 중 60개소가 입점했으며 노점은 102개소 중 89개소가 입주해 총 239개소 중 149업소가 입주했는데 상인은 관내 거주민이 96명, 관외 입점자가 53명이다.

이들은 곡성군에 보증금으로 14㎡ 1칸 당 2년간 10만원, 사용료로 14㎡ 1칸 당 매월 6천300원을 입금하고 시장관리비로 상인회에 2년간 10만원을 내고 있다.
곡성기차마을 5일장 평균 이용객은 3천500명, 평균 매출액은 9천850만원을 통계로 잡고 있다.

주말이 장날일 경우엔 섬진강기차마을에 관광을 온 외지 관광객들이 시장에 들르기 때문에 주말이면서 곡성장날이었던 7월3일 장엔 7천500여명이 방문해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상인회는 밝혔다. 수치상이지만 평일 장과 비교하면 방문객, 매출 등 모든 면에서 시장에 활기가 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곡성 상인회원들은 주말이 5일 장날과 맞아떨어지면 그때는 정말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곡성장도 흔한 시골장 풍경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의 풍경은 여느 시장과 다름없다. 채소전과 어물전도 있고, 옷가게도 있고, 신발도 팔고, 쌀 등을 파는 곡물점도 있고, 대장간과 철물점이 있으며 식당, 포장마차 등이 어우러져 있다. 외양은 현대식이지만 시장안의 모습은 소박한 재래시장의 모습이다.

별반 다르지 않는 평범한 시골장인데도 불구하고 곡성시장은 전국 우수시장박람회에서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고 전국 5대 철도투어 시장, 한국 전통시장 10선에 선정돼 아시아나 항공 기내지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관광명소로 부각된 섬진강기차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이 자연스럽게 시장투어까지 이뤄지며 곡성시장은 여행사의 상품이 되기도 했다.

곡성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할머니 장터다. 할머니 장터는 시장 정문 입구에 지역 할머니들만 앉을 수 있게 지정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할머니들이 진열해놓은 상품은 별것 아닌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가꾼 채소가 고작이다. 고들빼기, 고구마줄기, 고구마 잎, 깻잎, 가지, 부추, 도라지를 조금 조금 진열해놓고 손님들을 부르고 있는데 다른 지역 생산이 아닌 순수 곡성에서 재배한 것이어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곡성읍 묘천에 산다는 79세 진씨 할머니는 “많이 팔면 하루 7, 8만원, 적게 팔면 돈 1만원도 번다"며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여기 나오면 물건도 팔아서 돈도 만지고 옆에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사람구경도 하고 좋다"고 말했다. 시장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할머니들의 모습이 도시민들에게는 고향의 어머니, 외할머니 같은 모습으로 비춰져 시장이 더욱 정감을 준다.

또 농사를 짓다가 시장이 서는 날에만 나와 자신이 직접 재배한 콩을 이용해 만든다는 곡성 순두부집과 50여년을 이어오고 있는 부각집과 함께 40년 넘게 튀밥을 튀기는 할아버지, 2대를 이어오고 있는 대장간, 시어머니의 대를 포장마차에서 직접 끓여주는 팥 칼국수와 피 순대로 국밥을 말아 내놓는 순대국밥은 시장의 명물이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손님을 끄는 먹거리가 겸비돼 있어 사람들이 시장으로 몰려든다.
지난 8월18일 찾았던 곡성 5일장의 모습이다.

 

#주말장터는 4개월 만에 중단
이렇게 5일장은 사람들이 북적대는데 왜 토요장터는 안됐을까?
토요시장 성공에는 시장에 담을 콘텐츠와 상관관계가 깊다는 것이 곡성 시장 상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곡성군은 곡성장터를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면서 곡성을 찾는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장흥군과 같이 토요장터 운영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곡성전통시장터와 기차마을이 비교적 가까워 기차마을을 찾은 관광객을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곡성읍내에 있는 섬진강기차마을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놓였던 전라선 철로의 선형개량으로 곡성역이 이주하면서 구 곡성역을 중심으로 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가 운영되고, 곡성~가정 간 약 10㎞ 구간에는 300명이 탈 수 있는 증기기관차가 실제로 운행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곡성역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촬영되고, 역 주변에 1960년대를 재현한 세트장이 있어 연간 1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시장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 곡성군은 시장경영진흥원과 함께 공동 마케팅사업과 이벤트 행사를 벌이는 등 홍보전을 갖고 할머니 장터도 운영하는 등 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살거리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볼거리 상품도 만들었던 것이다.

2대를 이은 대장간이 실제 운영되고 또 40년 넘게 튀밥을 튀기를 푸근한 할아버지에 옛날 추억의 돼지국밥집 등 옛날 시골장터의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각종 이벤트와 함께 경품잔치 등 외지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낚싯밥을 놓고 출발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는 적었던 것. 상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매출이 많지 않고 도 농산물은 그런대로 팔리지만 공산품 등은 그다지 매출이 없자 상인들의 실망이 컸다.

더욱이 5일장 다음날이 토요일일 경우 토요장터를 열어야 하는데 공교롭게 그날이 다른 지역의 5일장과 맞물리면 곡성상인회는 이곳 문을 닫고 다른 지역 5일장을 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실제 곡성상인들이 남원장과 곡성의 옥과장, 석곡장, 순창장까지 출장을 가는데 공교롭게 곡성 토요장날과 겹치면 상인들은 곡성 토요장터 운영을 포기하고 이들 장을 찾았다.

차츰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 시장이 썰렁해지자 기차마을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시장에 들러도 살 것이 마땅치 않고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볼거리도 없자 자연스럽게 주말시장을 외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곡성전통시장 토요장터는 개설 4개월만인 지난해 7월31일 공식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대장간을 운영하는 조용봉(45)씨는 “토요장터를 운영하려면 처음부터 운영계획을 충분히 수립하고 시작을 했어야 하는데 기차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생각만 갖고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며 “토요장터를 여는 날 다른 지역에 5일장이 서서 빈 점포가 생기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혀 빈자리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봉씨는 또 “장흥군처럼 무엇보다 먹거리 장터가 제일 중요하다"며 “시장구경하면서 먹기도 하고 눈요기 할 수 있는 볼거리 풍물공연, 고객 노래자랑도 열고 지역 특산물을 상품화해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태순 시장상인회장도 “장흥군이 토요시장을 개설하면서 한우고기를 싸게 팔며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성공한 것"이라며 “토요시장은 장터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사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우리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곡성군 관계자도 “주말이면 곡성과 3, 40분 거리에 있는 광주, 남원, 순천 등지에서 섬진강 기차마을을 많이 찾아 시장과 연계하면 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주말장터 하면서 시장투어도 하고 이벤트도 개최했으나 소비자 1인당 5천원, 1만원 소비가 고작일 정도로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곡성군 관계자는 “배추 한포기, 무 한 개를 사기 위해 토요시장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토요시장을 운영하려면 5일장처럼 하면 안되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이 있어야 하고 먹거리가 대단히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곡성군은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의 토요장터 운영을 중단한 대신 연간 100만명을 어떻게든지 시장경제 활성화에 큰 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섬진강기차마을 관광지 내에 특산물 판매장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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