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민화"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민화"
  • 김민호
  • 승인 2022.09.08 10:03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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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김정효, 전통민화 명장

호랑이, 물고기, 연꽃 등 민화에는 각기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재물, 승진, 다산 등 생활 속에서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백연 전통민화연구소 김정효 대표는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며 좋은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민화라고 말했다. 오방색을 사용하는 민화는 그 색을 어떻게,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온다. 또 그 색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가 다르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기보다 고상하다.

 

-민화의 매력이 뭔가요?

“민화는 색, 명암이 매력이 있어요. 다른 작품과 달리 선을 그려놓고 밑색을 칠하는데 바림을 해요”

바림은 색을 한쪽은 진하게 칠하고 다른 쪽은 점점 엷고 흐리게 칠하는 것을 말한다. 그라데이션(Gradation)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색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개개인 작품마다 색감이 달라요. 회원들에게 처음 제가 색을 만들어줘도 결국 자신만의 색으로 바뀌어요. 다른 사람들도 제 작품보고 저만의 색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 다른 작품인데도 비슷해보이잖아요. 저는 주로 황토랑 호분(흰색)을 많이 써요”

다섯 가지 색을 많이 섞으면 섞을수록 묘한 색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색을 화려하게 하기보다 차분한 색을 사용한다.

전통민화 명장 김정효

그는 지난 8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무형문화예술교류협회가 주관하는 ‘22년 제6기 한국무형문화유산 명장 수여식’에서 회화부문 전통민화 명장 칭호를 수여 받았다.

 

-명장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요?

“일단 개인전이라든지 수상 경력 등이 있어야 하고 한국문화예술교류협회 심사위원들과의 면담과 심사를 통해서 결정이 돼요.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는데, 전통을 할 것인가. 창작을 할것인가. 저는 전통민화를 하겠다고 해서 전통민화 명장이 됐죠”

 

-명장이 된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한 분야에서 고생하며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거잖아요? 아직 올라갈 데가 많지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묵묵히 뒷받침해준 가족들이 고맙고, 백연회 회원들도 축하를 많이 해줘서 고맙죠. 한편으론 더 어깨가 무거워요. 힘든 길을 택해서 후학을 양성해야 된다는 책임감도 있어서 명장이라는 칭호가 더 무겁게 느껴지죠. 그래도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문화원에서 한국화를 배우다가 선생님이 색감이 뛰어나다며 민화를 해보라는 제의를 받았고, 그렇게 청주문화예술회관에서 민화를 배워 어느덧 경력이 20년이 됐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민화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독창성과 창의성 있는 작품 만들기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화와 민화의 차이가 뭔가요?

“한국화는 예전엔 주로 먹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채색화라고 해서 색을 많이 쓰기도 해요. 그런데 전통적인 측면에서 민화가 색이 더 화려하고 진해요. 요즘엔 채도가 낮아져서 고상해지긴 했어요. 그리는 기법 자체도 달라요. 해보니까 민화가 적성에 더 맞더라고요”

쌍학도도
쌍학도도

백연 김정효

백연은 하얀 연꽃이라는 뜻이다. 한 서예 작가가 그를 보고는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가 생각난다며 지어줬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의 아호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2차 심사위원 △전북 전주 전통공예 전국공모대전(도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한서미술대전 초대작가(심사위원) △대한민국 열린미술대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한서미술대전(민화 대상)-문체부 장관상 △한국민화진흥협회 충북지부장 △대한민국 미술협회(국전) 특선 등의 이력이 있다.

그는 보은군에서 활동하는 향토작가다. 그는 보은에서 백연화실(백연전통민화연구소)을 운영하며 백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민화를 가르치고 있다.

 

-백연회는 어떻게 하게 되신건가요?

“제 호를 따서 모임을 만든거에요. 제가 지산 김상철 선생님의 지산회에 들어가서 민화를 하고 있거든요.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요”

 

-작품이 몇 점 정도 있으신가요?

“20년 동안해서 몇 점이라고 하긴 어려운데, 10폭짜리 병풍 같은 건 한 작품에 1~2년 걸리기도 해요. 그래서 정확하게 몇 개라고 하긴 어려워요. 제가 다 갖고 있는것도 아니에요. 시집보낸 것도 있고, 구매해서 가져가시는 경우도 있어요. 수십 개 정도 있지 않을까요?”

 

-작품활동을 서울 인사동에서 하신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배웠던 선생님 화실이 서울이에요. 선생님한테 배우기도 하고 같이 작업도 하고 있어요. 또 제가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도 맡고 있고, 한국민화진흥협회 충북지부장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모여서 정보도 공유하고 추세같은 것도 파악하죠. 그래야 저희 회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으니까요. 시골이니까 정보를 얻어서 알려주지 않으면 잘 모르거든요. 각지 국제전도 하고 있고요”

 

-보은에서 생활하고 있으신가요?

“네 보은에서 나서 보은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은에서도 전시를 할 계획이 있어요”

 

-민화 말고 다른 작품활동도 하시나요?

“민화에 다른 것을 접목시켜볼까 해서 한국화를 좀 더 배워볼까도 생각했는데, 개인 일정이 바빠서 못하고 있네요. 한 우물만 파려고요”

 

-민화만 20년 동안 그리시다보면 질릴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질리지 않아요.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끼고 한 작품, 한 작품 마무리하면 매우 행복해요. 질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작업하세요?

“밥 먹는 시간 빼곤 계속 작업해요. 커피를 타 놓고 식어도 모를 정도로 몰입해요. 그래도 싫증이 난 적은 없어요”

홍매도
홍매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뭔가요?

“굳이 뽑자면 제가 민화 대상을 받았던 ‘미인도’, 국전에서 큰 상을 받았던 ‘홍매도’가 있어요. 다른 작품도 다 자식 같지만 두 작품만큼은 꼭 갖고 있고 싶어요”

 

그는 명장이 되고난 뒤 지도자로서 활발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전통민화의 명장이 되기까지 참 어렵고 힘들었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민화를 그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그 안에 즐거움도 보였다. 그는 민화를 그리는 것도 즐겁지만, 가르치며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그는 그가 가르친 회원들의 작품이 좋은 평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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